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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땐 검찰 출신, 재판땐 판사 출신 변호인 선임한 정진웅

중앙일보 2020.11.20 12:00
한동훈 검사장(왼쪽)과 정진웅 차장검사. 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왼쪽)과 정진웅 차장검사. 연합뉴스

압수수색 중 한동훈(47)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독직폭행)로 기소된 정진웅(52) 차장검사가 판사 출신 변호인을 선임하며 재판 대응에 나섰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양철한 재판장)에서 열린 정 차장검사의 1차 공판준비기일에는 정 차장검사의 새 변호인인 이종윤(52) 변호사가 출석했다. 
 

정진웅 사건 재판장 "사건 구조 복잡하지 않다"

수사에선 검찰 출신, 재판에선 법원 출신 선임 

이 변호사는 정 차장검사와 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2009년까지 법원에서 근무했다. 정 차장검사는 검찰 수사 단계에선 자신의 연수원 동기인 검찰 출신 이정훈(50) 변호사를 선임했었다. 수사 단계에선 검찰 출신을, 재판 단계에선 판사 출신 변호인을 선임하며 무죄를 다투는 것이다. 검찰 측에서도 서울고검의 고참 검사들인 배용찬(53)·진정길(47) 검사가 법정에 직접 출석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정 차장검사는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장인 양철한(52)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구조와 내용은 복잡하지 않다"면서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을 고려해 재판 준비를 위한 공판준비기일을 잡았다"고 말했다. 
 
검찰 측에서 "공판기일을 잡은 이유가 궁금하다"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통상 구조가 간단한 사건은 준비기일 없이 피고인이 출석하는 공판기일을 바로 잡는 경우도 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재판장이 이 사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의식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 중인 정진웅 당시 부장검사의 모습. 서울중앙지검은 정 차장검사가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한 뒤 언론의 보도가 되자 이 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제공]

지난 7월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 중인 정진웅 당시 부장검사의 모습. 서울중앙지검은 정 차장검사가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한 뒤 언론의 보도가 되자 이 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제공]

정진웅, 한동훈 폭행 뒤 입원사진 올리기도 

정 차장검사는 지난 7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수사 중 한 검사장을 압수수색하며 한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독직폭행)를 받는다. 정 차장검사는 당시 한 검사장이 증거를 인멸하려 한다며 한 검사장에게 달려들어 넘어뜨렸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정 차장검사는 서울의 한 병원에 자신이 입원해 누워있는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검사장 측에서 "증거인멸을 하지 않았다"며 고소장을 제출했고, 정 차장검사도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착각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정 차장검사를 수사했던 서울고검은 지난달 27일 수사팀의 만장일치 의견으로 정 차장검사를 기소했다. 한 현직 검사는 "결국 가해자가 피해자를 폭행하고 자신의 입원 사진을 올린 셈이 됐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추 장관은 정 차장검사를 아직 직무배제하지 않았다.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추 장관은 정 차장검사를 아직 직무배제하지 않았다. 오종택 기자

대검 직무배제 요청, 법무부는 묵묵부답  

서울고검의 기소 뒤 대검은 법무부에 정 차장검사의 직무배제를 요청했다. 기소 뒤 직무배제라는 기존의 검찰 관례를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승인을 하지 않아 정 차장검사는 광주지검에서 여전히 사건 결재를 하고 있다. 한동훈 검사장은 기소도 되지 않았지만 추 장관의 지시로 직무배제를 당한 상태다.
 
정 차장검사의 직무배제를 둘러싸고 지난 15일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자신의 의견이 묵살됐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한 감찰부장은 서울고검 수사팀의 주임검사가 아닌 다른 검사가 기소했다며, 수사의 정당성을 문제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주장은 다음날 명점식 서울고검 감찰부장의 의해 바로 반박당했다. 명 감찰부장은 "서울고검 검사들이 분담해 수사했고 검사들의 의견이 일치해 감찰부장이 주임검사로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주요 당사자 중 한명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모습. 이 전 기자는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건의 주요 당사자 중 한명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모습. 이 전 기자는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있다. [연합뉴스]

후배 검사들 "기소됐으면 직무배제 마땅" 

지난 17일엔 정유미 부천지청 인권감독관이 직무에서 물러나지 않은 정 차장검사를 겨냥해 "현직 검사가 단순 피의자 신분도 아니고 기소돼 피고인 신분이 됐으면 직무배제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정 감독관은 정 차장검사가 한 검사장을 폭행한 뒤 자신의 입원 사진을 올린 것에 대해서도 "현직검사가 압수수색 현장에서 같은 검사를 날라차기(!) 하고는 적반하장격으로 보기에도 민망한 입원 사진을 흘렸다"고 했다. 
 
정 차장검사는 이런 검사들의 의견에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기소된 이후 이동재 전 기자의 재판에는 출석하지 않고 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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