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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류성룡, 조선대표 유림 한자리서 고유제…400년 갈등 마침표

중앙일보 2020.11.20 11:01
국립대구박물관이 우리나라 전통 모자를 소개하는 특별전 '선비의 멋, 갓'을 오는 12월 20일까지 개최한다.연합뉴스

국립대구박물관이 우리나라 전통 모자를 소개하는 특별전 '선비의 멋, 갓'을 오는 12월 20일까지 개최한다.연합뉴스

 ‘퇴계 이황·서애 류성룡·학봉 김성일·대산 이상정-.’ 
조선을 대표하는 유림(儒林) 4인이다. 이들 위패를 한 자리에 모시고 여는 고유제가 20일 경북 안동에 새로 지어진 '호계서원(虎溪書院)'에서 열렸다. 

새로 지은 안동 호계서원서 유림 4인 고유제
위패 모신 순서, 합의대로 두고 제사
서애파와 학봉파 간 ‘병호시비(屛虎是非)’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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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제는 국가나 개인의 집에서 중대한 일을 치르고자 할 때 종묘(宗廟)나 가묘(家廟) 등에 그 사유를 고(告)하는 제사다. 유림 4인의 위패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400년 유림 간 갈등이 해결됐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유림의 갈등은 16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퇴계 이황의 위패를 봉인하는 최초의 호계서원(원래 이름은 여강서원)을 안동에 건립할 때다. 당시 호계서원 사당에 퇴계의 제자인 서애 류성룡(1542~1607)과 학봉 김성일(1538~93) 중 누구의 위패를 윗자리인 퇴계 왼쪽에 놓는 게 맞는지를 두고 갈등이 있었다. 
 
 일부 유림은 영의정까지 지낸 서애가 윗자리인 퇴계 왼쪽에 와야 한다고 했다. 반대 측 유림은 나이가 네 살 많은 학봉이 와야 한다고 했다. 
 
복원 중이던 호계서원의 예전 모습. [사진 안동시, 중앙포토]

복원 중이던 호계서원의 예전 모습. [사진 안동시, 중앙포토]

 학봉은 관찰사를 지냈다. 영남 유림을 잘 아는 안동지역 학자는 “고서 등을 보면 당시 최초의 호계서원 사당엔 벼슬의 높낮이로 정해야 한다는 대학자들의 뜻에 맞춰 일단 퇴계를 중심으로 좌측 서애, 우측 학봉으로 위패가 봉인된 상태로 나온다. 위패를 이렇게 두고 갈등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반목과 갈등은 1812년 불거졌다. 학봉의 후학이 호계서원 사당에 영남학파의 대표 유학자인 대산 이상정(1711~81)의 위패를 추가로 봉인하자는 주장을 제기하면서다. 
 
 수면 아래에서 갈등하던 유림 사이에 반목은 공론화됐다. 당시 국정을 손에 쥐고 있던 흥선대원군이 중재를 시도할 정도였다. 1871년 흥선대원군은 중재가 어렵자, 호계서원을 철폐했다고 한다.  
 
 유림의 반목은 계속됐다. 서애파와 학봉파 간 서로 말도 잘 걸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른바 ‘병호시비(屛虎是非)’다. 오래전부터 서애파를 ‘병’파, 학봉파를 ‘호’파라고 불렀는데, 병호시비는 이들 간의 다툼이라는 의미다. 
 
 1871년 사라진 호계서원은 이후 7년 뒤 위패를 봉인하는 사당 없이 단순히 서원 강당만 안동에 복원됐다. 그러다 안동댐 건설로 1973년 안동시 임하댐 아래로 옮겨 다시 세워졌다. 이후 훼손이 우려돼 이전해 새로 지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라 2013년 현재 호계서원이 지어진 자리에 새로 짓기 시작한 것이다. 
 
 호계서원은 지난해 말 안동시 도산면 한국국학진흥원 부지에 13동(1만㎡)으로 새로 지었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됐다
 
 호계서원을 새로 지으면서, 경북도의 중재로 유림 간 합의가 있었다. 그렇게 정리된 합의가 서애를 왼쪽에 놓되, 대산의 위패를 학봉 곁에 놓아 학봉을 받드는 모양새를 갖추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당시 길이 2m가량의 두루마리에 한문으로 쓴 합의문에 갓을 쓰고 도포를 걸친 유림이 모여 도장까지 찍었다고 전해진다. 
 
 이날 고유제에선 유림 간의 합의 그대로 위패가 놓였다. 고유제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임종식 경상북도 교육감, 윤동춘 경북경찰청장, 권영세 안동시장을 비롯해 각 기관단체장 및 유림 대표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초헌관으로 참석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번 호계서원의 복설은 영남유림 합의에 따라 대통합을 이뤄낸 성과”라며 “화합, 존중, 상생의 새 시대를 여는 경북 정신문화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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