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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키가 비슷한 커플이 많은 댄스계, 왜 그럴까?

중앙일보 2020.11.20 07:00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42)

내 키는 160cm 초반이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그런대로 중간쯤 되었지만,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더는 자라지 않았다. 그래도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보면 키가 고만고만하다. 그 당시만 해도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춘기 때 어렴풋이 키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키 높이’ 기구라는 것을 사서 열심히 이용했다. 그러나 전혀 효과가 없었다. 이미 성장판이 닫혀버린 것이다.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 있을 때는 까치발만 들어도 머리 정수리가 보인다. 뒷굽이 높은 키높이 신발을 선호하는 이유는 조금만 커도 세상이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하이힐을 신으면 다리가 길어 보이는 것과는 또 다른 얘기다.
 
좋은 파트너 관계는 키가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니라 비슷해야 하는 것 같다. 작은 체구여도 키가 비슷하면 작아 보이지 않는다. [사진 pxfuel]

좋은 파트너 관계는 키가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니라 비슷해야 하는 것 같다. 작은 체구여도 키가 비슷하면 작아 보이지 않는다. [사진 pxfuel]

 
그간 살아오면서 단신이라는 이유로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손해를 많이 입었다. 유도를 배울 때 키가 큰 상대와 대결하게 되면 다리를 걸어도 여간해서 넘어가지 않았다. 태권도를 배울 때도 팔다리가 긴 상대에게 먼저 맞았다. 권투도 마찬가지였다. 요즘 즐겨 치는 당구도 그렇다. 키 큰 사람은 위에서 보고 치기 때문에 공의 궤적을 잘 그릴 수 있다. 그러나 단신인 사람은 옆에서만 보고 치기 때문에 전체를 보기 어려워 손해를 본다.
 
대학 시절 미팅을 할 때도 여학생은 키가 큰 남학생을 무조건 선호했다. 여학생은 키 큰 교회 오빠에 대한 환상이 있는 모양이다. 오래전 방송에서 어느 여대생이 나와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말해 큰 물의를 일으키며 키 작은 남자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키 작은 남학생은 상대적으로 콤플렉스를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키가 큰 사람이 키가 작은 사람보다 승진도 빠르고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통계도 있다. 큰 사람이 작은 사람보다 힘이 센 경우가 많다.
 
대학시절 캠퍼스에서 가면무도회가 열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면을 쓰면 얼굴 생김새는 동등한 조건일 줄 알았는데, 얼굴이 안 보이니 오히려 키가 큰 순서로 선호도가 높았다.
 
배우자를 고를 때도 2세의 키를 위해 큰 키의 여자를 찾았다. 그러나 큰 키의 여자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데이트할 때도 나보다 커서 같이 걸어가면 불편했다. 결국 나보다 작은 보통 키의 여자와 결혼했다. 여자도 자기보다 작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단다.
 
단신이라는 이유로 보이게, 보이지 않게 손해를 많이 입었다. 당구를 칠때도 키 큰 사람은 위에서 보고 공의 궤적을 잘 그릴 수 있지만 나는 옆에서만 보고 치기 때문에 전체를 보기 어려워 손해를 본다. [사진 pxhere]

단신이라는 이유로 보이게, 보이지 않게 손해를 많이 입었다. 당구를 칠때도 키 큰 사람은 위에서 보고 공의 궤적을 잘 그릴 수 있지만 나는 옆에서만 보고 치기 때문에 전체를 보기 어려워 손해를 본다. [사진 pxhere]

 
결혼 전 처음 인사차 만난 장인 어른이 “다 좋은데 키가 작은 게 좀 아쉽다”고 했다. 우리 아들의 키가 180㎝가 넘는 것을 보면 사람의 키는 영양학적인 요소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우리 성장기 때는 굶는 사람이 많았고 먹거리도 한정적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먹거리가 풍부하다. 워낙 먹거리가 많다 보니 먹기 싫다며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아침 식사는 아예 안 먹는 사람도 많다. 지금 70대 전후의 댄스계 원로도 대부분 키가 작다. 그러나 2세는 모두 키가 크다. 자녀의 성장기 때 우유와 육류를 거의 강제로 섭취하게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댄스를 배울 때도 키가 작다는 이유로 파트너로는 좀 아쉽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5㎝만 더 컸어도 파트너 하자고 했을 텐데”라는 소리를 들을 때 안타까웠다.
 
댄스계에서는 남녀의 키 차이가 어느 정도 나야 보기 좋다고 말한다. 남자가 커야 한다. 반대로 여자가 큰 경우 남자는 더 커야 하므로 남자 파트너 구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남자 키는 고만고만해 키 큰 여자보다 더 큰 남자는 찾기 어렵다.
 
이쯤 되면 평생 키 때문에 당한 불이익이나 콤플렉스에 관해 얘기할 만 하다. 그놈의 키가 뭐라고 평생 따라 다니는 불리한 조건이었다.
 
내가 볼 때는 남자가 너무 키가 크면 서로 춤추기 불편해진다. 라틴댄스를 출 때는 아이 콘택트를 해야 하는데 남자는 파트너를 아래로, 여자는 위로 쳐다봐야 한다. 모던댄스를 할 때는 남자의 가슴에 시야가 가려 답답하다. 갈비뼈 하단이 서로 맞닿아야 리드하고 받기가 좋은데 키 차이가 있으면 닿는 위치가 안 맞으므로 불리하다. 남자의 긴 다리가 여자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불편하다. 고목에 매미 붙어 있는 듯 해 보기에도 안쓰럽다. 댄스는 여자를 위한 것인데, 키 큰 남자와 춤을 추면 여자가 안 보인다. 여자가 돋보일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프로 댄스 선수는 파트너와 키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사람이 많다. 특히 체구가 작은 이탈리아 출신의 남자 프로 선수는 파트너와 키가 비슷한 경우가 많다.
 
라틴댄스 슈즈는 뒷 굽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키가 커 보인다. 그런데 모던댄스 슈즈는 그보다 낮다. 전진 스텝을 할 때 넓은 뒷굽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라틴댄스 슈즈를 신고 모던댄스를 하게 되면 뒷굽이 좁아 발목을 다칠 우려가 있다. 모던댄스는 탱고를 제외하고는 모두 뒷굽을 들어 올리는 라이징(Rising) 동작이 있어 키가 커 보이기는 한다.
 
키가 작은 내가 댄스스포츠를 한다고 하면 믿지 않는 사람이 많다. 작은 키에 아랫배까지 나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댄스 선수는 키 크고 늘씬해야 한다는 선입견이나 편견 때문이다. 물론 키 크고 늘씬한 프로선수도 있다. 그러나 상위급 프로선수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 않은 편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라틴·모던 댄스 모두 키 작은 선수가 오랫동안 챔피언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라틴댄스 슈즈는 뒷 굽이 높아 키가 커 보인다. 그런데 모던댄스 슈즈는 그보다 낮다. 전진 스텝을 할 때 넓은 뒷굽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라틴댄스 슈즈는 뒷 굽이 높아 키가 커 보인다. 그런데 모던댄스 슈즈는 그보다 낮다. 전진 스텝을 할 때 넓은 뒷굽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물론 키가 큰 선수가 유리하기는 하다. 몸을 움직일 때 바디 무브먼트가 키 작은 선수보다 잘 보이기 때문이다. 플로어 운영에서도 유리하다. 키가 크니 심사위원이나 관객 눈에도 잘 띈다. 잘하면 유리하고 못 하면 오히려 더 엉성하게 보인다.
 
내가 보기에는 좋은 파트너 관계는 키가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니라 비슷해야 하는 것 같다. 작은 체구여도 키가 비슷하면 작아 보이지 않는다. 춤을 잘 추기 위해서는 키도 한몫하겠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요소가 같이 발휘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작은 키라고 불평할 일이 아니다. 큰 키라고 우쭐할 필요도 없다. 둘이 비슷해야 춤에서 얘기하는 하모니도 잘 맞는다.
 
내 또래의 남자는 노인이 되면서 키가 줄었다. 나는 댄스 덕분에 그나마 제 키를 유지하고 있다. 댄스에서 요구하는 스트레칭 덕분이다. 우주 정거장에서 1년을 거주하면 근육은 20% 줄고 키는 5㎝ 커진다고 한다. 중력 때문이다. 그렇게 커져 봐야 뭐하랴. 지구 중력에 가장 잘 적응하는 사람은 키 작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키 작은 사람이 오래 산다는 것이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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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필진

[강신영의 쉘 위 댄스] 댄스 동호인으로 시작해 30년간 댄스계에 몸담았다. 댄스에 대한 편견 때문에 외면하고 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댄스스포츠 세계는 문화, 역사, 건강, 사교,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고 알수록 흥미롭다. 30년 댄스 인생에서 얻은 귀중한 지식과 경험을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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