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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양다리’ 경고했을까···美가 中 때릴수록 웃는 이 나라

중앙일보 2020.11.20 05:00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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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를 읽다 ⑲ : 美·中 반도체 전쟁에 드러난 이스라엘 기술

"중국 공산당이 이스라엘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걸 원치 않습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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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이스라엘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현지 언론에 한 말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이스라엘의 인프라, 이스라엘의 통신시스템에 접근해 미국이 이스라엘과 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들을 위험에 빠뜨리도록 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반(反)중국 전선의 최선봉에 선 폼페이오 장관이다. 그런 그가 방문국에 “중국과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건 놀랍지 않다. 
지난 2016년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이 AIPAC 행사에 참석한 모습.[AP=연합뉴스]

지난 2016년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이 AIPAC 행사에 참석한 모습.[AP=연합뉴스]

그런데 생각해보자. 이스라엘이다. 미국과 ‘특별한’ 사이 아닌가. 미국 사회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계 미국인의 고향이 이스라엘이다. 유대계 미국인이 만든 로비단체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는 막강한 자금력으로 미 정치권을 휘어잡고 있다. 현직 대통령과 부통령, 유력 대선후보 등이 AIPAC 행사 단골손님이니 말 다 했다. 그런 이스라엘에 폼페이오 장관이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중국과 가까이하지 말라고. 

이스라엘과 중국이 가까웠나.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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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그렇게 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했듯 중국과 기술 분야에서 협력관계가 공고해지고 있다. 다만 화웨이의 값싼 5G 통신망을 수입하며 중국과 기술적으로 가까워진 다른 나라와 다르다. 오히려 중국이 이스라엘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다. 이스라엘의 기술을 탐내고 있다.
 
이렇게 된 것. 역설적으로 미·중 신냉전 덕이다. 미 시사잡지 디플로맷은 지난 14일 “이스라엘판 실리콘 밸리인 ‘실리콘 와디’ 기업들은 미·중 기술전쟁 과정에서 나온 몇 안 되는 수혜자”라고 평가했다.

대표적 분야가 반도체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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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018년 이스라엘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모는 전년보다 80% 급증한 26억 달러(약 2조9000억원)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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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고사 작전으로 중국 IT 기업의 수난이 시작된 시점과 같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 ZTE(中興通訊·중싱통신)에 미국의 반도체 제품 수출을 금지했다. 이후 제재는 화웨이 등으로 확대된다.
 
한국과 대만, 미국만 반도체 강국인 줄 알지만, 이스라엘도 숨어 있는 강자다. 인텔의 주요 생산공장이 바로 이스라엘에 있다. 글로벌하게 알려진 큰 회사는 없지만, 이스라엘 반도체 인력들은 반도체 생산, 장비,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알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인텔 등 유명 반도체 기업의 첨단 제품을 생산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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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로맷은 “글로벌 업체들의 유명 반도체 제품 다수가 이스라엘에서 개발됐거나 개발 중”이라며 “인텔의 펜티엄, 코어프로세서(샌디브릿지), 샌디스크의 플래시 기술, 텍사스인스트루먼츠의 블루투스 칩, 모토로라의 휴대폰용 칩 등이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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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반도체 ‘강소국(작지만 강한 나라)’ 모습. 당연히 중국이 벤치마킹하고 싶을 게다. 일찌감치 중국 IT 기업들은 이스라엘 반도체, 통신업계에 접근했다. 화웨이는 2016년 이스라엘의 데이터베이스 보안업체 헥사티어와 인터넷 기업 토가네트웍스를 각각 4200만 달러(약 470억원)와 1억5000만 달러(약 1678억원)에 인수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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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중국 기업 상하이 넝양뉴에너지테크놀로지는 이스라엘의 반도체 기업 ADT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반도체 실리콘 칩과 마이크로전자 부품 절단 관련 첨단 기술을 가진 회사다. 여기에 바이두나 핑안보험, 치후360 등 많은 중국 기업이 이스라엘 반도체 회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스라엘 하이파에 있는 인텔 사무실. [사진 셔터스톡]

이스라엘 하이파에 있는 인텔 사무실. [사진 셔터스톡]

중국의 친이스라엘 행보는 올해 더 가속화됐다. 미국의 반도체 고사 작전이 과격해지면서 자체 기술력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9월 15일부터 미국 기술·장비를 이용해 미국과 제3국에서 생산된 모든 종류의 반도체는 미 정부의 승인 없이 화웨이와 계열사로 판매할 수 없다. 미국은 이를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SMIC(중신궈지·中芯國際)로 확대할 생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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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반도체 제재도 빈틈은 있다. 디플로맷은 ”현재 모든 중국 반도체 회사가 미국의 제재 목록에 들어가 있는 건 아닌 데다, 인텔 등은 일부 품목의 중국 수출을 미국 당국으로부터 허가받고 있다”며 “이런 규정의 틈새를 이용하면 이스라엘 기술 업체들이 미·중 양국 사이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의 기술력을 활용해 인텔 등 미국 업체가 제품을 만들고 이를 중국에 수출하는 수법이 많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으르렁대는 미·중의 중개 무역상 역할을 이스라엘이 자임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앞으론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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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로맷은 “미·중 간 적대관계가 더 강화되면 미국은 특별 동맹국(?) 이스라엘의 민감한 균형자 행보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기조가 바뀔까. 전통적으로 미국 민주당은 공화당보다는 이스라엘과 덜 친했다.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 등 중동 지역 관계에서 이스라엘 보수파와 사이가 좋지 않다. 이스라엘의 미·중 사이 불안한 양다리 전략은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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