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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또 말 뒤집었다···與, 이번엔 공수처 '일방통행' 선언

중앙일보 2020.11.20 05:00 종합 1면 지면보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앞)가 19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전날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를 추천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긴급 논의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앞)가 19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전날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를 추천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긴급 논의했다. 오종택 기자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가 사실상 활동 종료를 밝힌 다음날인 19일, 174석의 거여(巨與) 더불어민주당은 세 번이나 공수처법 개정을 공언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 30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공수처 출범을 위해 중대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공수처법 개정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15분 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연내 공수처 출범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헌법상 보장된 입법권을 정당하게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은 이낙연 대표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법사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번뿐만 아니라 이다음을 위해서라도 소수의견은 존중하되, 공수처 구성 가동이 오랫동안 표류하는 일은 막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공수처법에 도입된 야당의 ‘비토(veto·거부)권’ 규정을 수정하겠다고 명확히 한 것이다.
 

‘야당 비토권’ 없애고 연내 출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후보자추천위원회 3차회의는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됐다. 세 차례에 걸친 표결에서 누구도 6표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종택 기자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후보자추천위원회 3차회의는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됐다. 세 차례에 걸친 표결에서 누구도 6표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종택 기자

현행법상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의결이 가능하다. 야당 추천 위원 2명이 모두 반대하면 공수처장 후보를 낼 수 없다. 공수처장의 중립성·독립성 확보를 위한 장치였다.  
 
이를 뒤집겠다며 민주당이 꺼낸 논리는 전날 추천위원회 회의 결과였다. 전날 추천위에선 세 차례 표결이 진행됐지만, 후보 10명 가운데 아무도 추천위원 6명의 찬성을 얻지 못했다. 김 원내대표는 “야당 측 위원이 비토권을 악용해서 계속 반대만 했다”며 “아무리 훌륭한 제도도 악용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는 것을 야당 스스로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여권의 공수처법 개정 방향은 의결정족수 변경이다.  이미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3분의 2 이상’으로 바꾸는 법 개정안을 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이 제출했다. 이 경우 7명 중 5명만 찬성해도 의결이 가능하다. 야당 추천위원 2명이 모두 반대하더라도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게 돼 비토권이 소용없게 된다. 민주당 일각에선 추천위 의결 시한을 최장 40일로 명문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이날 “오는 29일 법사위 법안소위를 열어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의결할 것”이라며 “개정된 법 조항을 부칙을 통해 현재 구성된 추천위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정기국회 종료일까지 실제 법만 바뀌면, 추천위 구성이 돼 있고 후보가 이미 올라온 상태이니 (연내 공수처 출범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野 ‘강력 반대’…예산안 영향받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여당의 공수처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다수 정당이 과거에 만든 법도 자기 뜻에 맞지 않으면 뜯어고치겠다는 잘못된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여당의 공수처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다수 정당이 과거에 만든 법도 자기 뜻에 맞지 않으면 뜯어고치겠다는 잘못된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은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이 공수처법을 개정해서 일방적으로 (처장을 임명) 하겠다는 얘기는 법치국가에서 상식에 위배된다”며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법치주의의 파괴, 공수처 독재로 가는 이런 일들을 국민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야의 ‘강 대 강’ 충돌이 임박하면서 여의도 정가에선 “부동산 입법 때와 같은 충돌이 또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7월 민주당은 국회 기획재정위·국토교통위·행정안전위 등 3개 상임위에서 야당의 반대에도 부동산 관련 법안을 ‘기립 투표’ 방식으로 밀어붙였다.
 
특히 이번엔 역대 최대 규모인 556조 원대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이 공수처법 강행을 이유로 예산안 심사를 거부하거나 지연하면, 민주당 입장에선 556조 예산안도 강행 처리할 수 밖에 없다. 이미 민주당은 논란이 적지 않은 이른바 ‘경제 3법’(금융그룹감독법,공정거래법,상법)도 이번 회기 내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쟁점법안도 예산안도 공수처도 계속 밀어붙이면 견제 심리가 생기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5개월도 남지 않았다"는 우려가 여권에서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공수처 강행’을 둘러싼 명분에서 밀린다는 게 민주당으로선 뒷맛이 개운치 않다. 민주당은 과거 “공수처=독재기구”라는 비판에 “야당의 비토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여당에서 아무리 자기네 입맛에 맞는 사람을 추천위원회에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가 없는 구조”(백혜련 의원,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라는 논리로 대응해 왔다. 추천위 회의 결과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말을 바꿨다”는 비판에선 자유롭지 않다.
 
20대 국회에서 공수처법 제정 논의에 깊숙이 관여했던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도 이날 “(과거) 민주당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야당의 비토권을 약속했다. 그런데 (지금은) 야당의 비토권은 정부·여당이 인내 가능한 수준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면서, 이제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으니 비토권을 없애는 법 개정을 하겠다고 한다”며 “민주당이 공수처법 입법 과정에서 야당과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현석·한영익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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