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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윤석열 조사 유보…불응 프레임 씌워 사퇴 압박?

중앙일보 2020.11.20 00:19 종합 2면 지면보기
19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대면 조사를 강행하겠다고 예고했던 법무부가 일단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윤 총장의 불응’을 조사 불발 원인으로 명시한 데 이어 추후 조사 강행 방침을 재차 밝혀 정면출동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검찰 일각에서는 법무부의 거듭된 감찰 시도와 관련해 “윤 총장에게 ‘불응 프레임’을 씌워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이 사실상 불응” 이유 들어
“성역 없다, 법 따라 절차 진행할 것”
추후 대면조사 의지 분명히 밝혀

류혁 감찰관 “무슨 근거로 조사하나”
박은정과 이견으로 유보 관측도

윤 총장에 대한 감찰 대면 조사를 예고했던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이하 감찰관실) 관계자들은 예정 시간인 이날 오후 2시 대검찰청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 대신 2시20분쯤 “오늘 법무부 감찰관실의 대검 방문 조사는 없다”고 기자들에게 정식으로 공지했다.
 
법무부는 전날 감찰관실 소속 평검사를 통해 윤 총장 비서관에게 조사 일정을 통보했다. 또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사를 위한 사무실과 집기를 준비해 달라는 감찰 협조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날 박은정 감찰담당관 등이 윤 총장에 대한 감찰 대면 조사를 강행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대검 청사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법무부가 일단 조사를 보류하면서 법무·검찰의 정면충돌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법무부, 윤 총장 대면조사 시도 주요 일지

법무부, 윤 총장 대면조사 시도 주요 일지

법무부는 곧이어 오후 2시44분 “검찰총장 비서실을 통해 방문조사 여부를 타진했지만 사실상 불응해 진행하지 못했다”며 “수사나 비위 감찰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이 있을 수 없으므로 향후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 보류의 책임이 윤 총장 측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는 한편, 앞으로도 대면 조사를 계속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이례적인 절차와 강도로 윤 총장에 대한 대면 조사를 계속 시도하는 것과 관련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의중이 담긴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이 상급기관인 법무부의 정당한 감찰에 불응하고 있다’는 식의 프레임을 씌워 사퇴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일련의 법무부 감찰 행보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리수라는 비판도 있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은 지난 16일에는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 메신저를 통해, 17일에는 소속 평검사 2명을 대검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윤 총장에 대한 대면 조사 일정을 통보했다. 한 평검사는 윤 총장 비서관에게 전화해 “상사의 지시다. 총장을 바꿔달라”고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대검에서는 “의도적 망신 주기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감찰 사안이 무엇인지, 누가 조사를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고 통보 과정에서 대검 유관 부서를 거치지도 않았다. 대검에서 “정상적인 조율이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라고 반발한 이유다. 이 때문에 대검은 전날 “감찰 규정상 대면 조사에 필요한 상당한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면 이를 받아보고 협조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법무부에 보냈다. 17일 평검사 2명이 대검에 방문했을 때도 대검 정책기획과장이 “절차에 따라 설명을 요구하면 서면으로 답변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와 별도로 전무곤 대검 정책기획과장(부장검사급)과 연구관 6명은 “정당성이 결여된 총장 감찰엔 협조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법무부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검사는 “법무부에 중요한 건 윤 총장이 감찰에 불응하려 한다는 외관뿐”이라고 말했고,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 사퇴를 압박하고 망신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내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법무부는 “방문조사예정서에 주요 비위 혐의를 기재해 수차례 전달하려 했지만 대상자가 스스로 수령을 거부했다”며 “대상자에 대한 대리인 권한이 없는 대검 정책기획과가 개인비위 감찰에 대검 공문으로 근거와 이유를 대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이날 윤 총장 조사 연기와 관련해 법무부 내부 이견설도 나온다. 감찰 책임자인 류혁 감찰관이 감찰을 주도하는 박은정 감찰담당관에게 “검찰총장 대면 조사를 하려면 해임이나 면직 사유 정도는 돼야 하는데, 무슨 근거로 대면 조사를 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고 복수의 검사들이 말했다. 류 감찰관은 17일 평검사들의 윤 총장 면담 요청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패싱 논란’이 일었던 인물이다. 중앙일보는 류 감찰관과 박 담당관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취재를 시도했지만 두 명 다 응하지 않았다.
 
◆중앙지검, 윤 총장 측근 형 골프장 수색=윤 총장에 대한 압박은 서울중앙지검 수사를 통해서도 동시에 이뤄졌다. 중앙지검 형사13부는 이날 윤모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무마 의혹과 관련해 인천 영종도의 한 골프장을 압수수색했다. 윤 전 서장은 윤 총장 측근인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형으로 2013년 골프 접대 등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 대상이 됐지만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추 장관은 이 과정에서 윤 총장 관여 의혹이 제기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에 대한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다.
 
강광우·정유진·나운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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