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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1년새 7억 뛴 해운대 실수요자 "서울 투기꾼탓 세금 폭탄"

중앙일보 2020.11.19 17:48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뉴스1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뉴스1

“서울 투기꾼 때문에 부산 집값이 급등해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할 판입니다.”
 

부산 해운대 30평형대 최근 1년새 5억5000만원→12억
실거주자 “공시지가 9억 넘어 종부세 낼까봐 전전긍긍”
전문가들 “단기적 하락…장기폭락으로 이어지지 않아”

 정부가 19일 “부산 지역 5개 구를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한 이후 터져 나온 일부 집주인들의 불만이다. 부산은 지난해 11월 8일 해운대구, 수영구, 동래구(이하 해수동)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후 1년여간 집값이 2배가량 올랐다. 해운대구 아파트의 이른바 ‘대장주’ 역할을 하는 ‘대우마리나’의 경우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풀리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30평형대가 5억5000만원에 거래되다 최근에는 12억까지 치솟았다.  
 
 집값 폭등은 서울 투자 자본이 부산으로 유입되던 지난 7월 초부터 본격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부산 아파트 가격은 지난 6월 15일부터 11월 16일까지 23주 연속 상승했다. 해운대구 ‘해운대 아이파크’ 50평형대에 거주하는 정모(48)씨는 “2011년 분양가 7억 중반대를 9년째 유지하다가 지난 7월부터 조금씩 오르더니 최근 14억까지 올랐다”며 “월급은 똑같은데 종부세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값이 올랐다는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주택가격 9억원은 종부세 부과 기준인 동시에 금융권 대출에서 고가주택과 일반주택을 구분하는 기준이다. 그는 “종부세가 얼마로 책정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 연간 1000만원가량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들었다”며 “월 10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면 내집을 갖고도 월세를 사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에서 가장 비싼 주상복합아파트가 있는 해운대 마린시티 전경. 송봉근 기자]

부산에서 가장 비싼 주상복합아파트가 있는 해운대 마린시티 전경. 송봉근 기자]

 
 ‘해운대 힐스테이트위브’에 사는 박모(39)씨는 “세금을 더 거두려는 정부의 계략 같다”며 “집값은 올라도 내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없으니 결국 종부세 대상이 돼 세금만 더 내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해운대구를 규제한다고 해서 실수요자가 살던 집을 팔고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씨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2015년 8억원에서 최근 13억원까지 올랐다. 그는 “정부 규제로 투기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집값이 일부 하락하겠지만, 종부세 대상자로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며 “집값 잡겠다고 서울을 규제하는 바람에 지역에 사는 실수요자가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고 했다.
 
 지난 7월 신용대출을 받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투자를 한 장모(34)씨는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결혼을 앞둔 장씨는 “예비신부와 함께 그동안 모아뒀던 돈 3억원에 대출금 5억원을 보태 해운대구에 8억원 짜리 아파트를 샀다”며 “5개월 만에 1억원가량이 올라서 현재 9억원인데 정부 규제로 인해 하락세로 돌아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려가는 집값만큼 빚으로 남는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빚더미에 앉은 기분”이라며 허탈해했다.  
 
 집주인들의 입장과는 달리 부동산 업계에서는 “예견된 시나리오”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운대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정부가 지난해 11월 해수동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기 두 달 전부터 서울말을 쓰는 사람들이 집을 여러 채 사들이기 시작했다”며 “그때 들어왔던 투기 자본은 이미 두 달 전부터 빠져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보다 늘 한발 앞서 움직이는 투기 자본 때문에 주택 소유자뿐만 아니라 무주택자들도 고통을 받기는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과열 논란이 일고 있는 대구 수성구 범어동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과열 논란이 일고 있는 대구 수성구 범어동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는 대구 수성구 부동산 업계는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성구 범어동 A부동산 대표는 “앞선 부산의 경우를 봐도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수성구에 대한 투자성 자금 유입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집값이 하락할 순 있겠지만, 장기 투자자들이 갑자기 다 빠져나가지는 않아 당장의 부동산 가격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에 따른 집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장기적인 폭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혜신 솔렉스마케팅 부산지사장은 “1년 전 조정대상지역 해제 후 부동산이 급등했던 학습효과로 인해 시장이 받는 충격파가 예전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며 “또다시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하고, 부동산 불패신화가 30년간 이어져 왔기 때문에 오히려 장기적으로 부산 집값은 소폭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대구=이은지·김윤호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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