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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단계 첫 날?…어제와 똑같은데 방역 효과 있겠나”

중앙일보 2020.11.19 15:11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격상된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격상된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경기·광주 지역에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지역유행단계)가 시행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5단계로 개편된 후 1.5단계로 격상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란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5단계 조치는 사실상 1단계와 다를 바가 없다”며 “가을철 대유행이 시작된 만큼 2단계 이상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5단계 시행했지만, 어제와 비슷”

한 식당 테이블 위에 방역수칙이 적힌 안내문이 놓여있다. 김지아 기자

한 식당 테이블 위에 방역수칙이 적힌 안내문이 놓여있다. 김지아 기자

 
이날 서울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1.5단계 시행 자체를 알지 못하거나 구체적인 방역수칙을 모르고 있었다. 김승헌(73) 씨는 “마스크를 하고 손을 잘 씻고 다닐 뿐 구체적인 거리두기 단계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성진(28) 씨는 “야구팬이라 관중수를 줄이는 기사를 보고 1.5단계가 시작된 건 알지만 일상생활 속 지침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모른다”며 “주변을 봐도 모두 똑같이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직장인 김 모(46) 씨도 “오늘부터 재택근무를 한다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그 외 회사나 식당·카페 등에선 어제와 다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식당·카페에도 큰 변화는 없어

사회적거리두기 1.5단계가 처음 시행된 19일 점심시간 모습. 김지아 기자

사회적거리두기 1.5단계가 처음 시행된 19일 점심시간 모습. 김지아 기자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이날 12시쯤 서울 중구의 한 푸드코트에선 직장인들이 평소와 다름없이 식사하고 있었다. 테이블마다 ‘착석 시 대각선으로 앉기’ ‘실내에서도 마스크 하기’ 등 방역수칙이 적혀있었지만, 이를 지키지 않더라도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기존 1단계(생활방역)에선 150㎡ 이상 식당·카페에서 좌석 간 1m 거리두기가 필수였지만, 1.5단계에선 50㎡ 공간에서도 좌석 간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인근 카페에도 이날부터 새로 적용된 방역수칙은 없었다. 중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는 “이미 지난 1단계 때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좌석 간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며 “오늘부터 추가로 시행한 방역 조치는 없다”고 했다. 이 카페 테이블엔 ‘캠페인의 일환으로 테이블 거리 유지를 하고 있습니다’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19일 오전 한 오락실 앞에 방역수칙이 붙어있다. 김지아 기자

19일 오전 한 오락실 앞에 방역수칙이 붙어있다. 김지아 기자

 
PC방이나 오락실 등도 마찬가지였다.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PC방 사장은 “칸막이를 이미 2개월 전쯤 설치했다. 오늘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며 “어차피 손님들이 전체 좌석의 50%도 오지 않아 다닥다닥 붙어 앉을 일도 없다”고 했다. PC방은 1.5단계에선 좌석 간 띄워 앉기를 하되, 칸막이가 설치돼 있으면 띄워 앉지 않아도 된다. 다만, 스터디 카페는 이날부터 출입인원을 전체 정원의 50%로 제한해야 한다. 영화관·공연장도 전석 예매를 하지 못하고 한 칸씩 띄워 앉아야 한다. 클럽이나 헌팅 포차 등 유흥주점에선 춤추기와 테이블 간 이동이 금지됐다.
 

“1.5단계? 1.1단계 수준”…격상 필요

수도권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격상된 1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길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수도권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격상된 1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길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현재 조치로는 가을철 대유행을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5단계 방역수칙을 뜯어보면 사실상 1.1단계 수준으로 1단계와 크게 다르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며 “현재 검사자 수가 2만명 이하로 적은 상황에서 300명대 확진자가 나왔다면, 실제 하루 확진자는 5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가을철 대유행과 다름없는 상황인 만큼 2단계 이상으로 격상해 짧고 굵게 방역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월과 5월엔 각각 신천지와 이태원 클럽 등 특정 집단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지금은 지역사회 감염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한 상황에서 1.5단계 적용은 이미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단순히 확진자 수만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지 말고, 확산 양상에 따라 다른 방역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19일 0시 기준 신규 코로나 19 확진자는 343명이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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