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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20대 80%가 스가 지지하는데…스가 정권이 절망적인 이유

중앙일보 2020.11.19 14:02
일본에서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현재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에 대한 지지가 강한 것으로 17일 나타났다. ‘청년층은 진보, 중장년층은 보수’라는 통념을 뒤집는 결과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젊은층의 기대를 반영했다기보다는 더 나아질 게 없으니 현상유지라도 하자는 심리가 발현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앞쪽 가운데)가 지난 9월16일 오후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규덴(宮殿)에서 나루히토(德仁) 일왕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다른 각료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앞쪽 가운데)가 지난 9월16일 오후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규덴(宮殿)에서 나루히토(德仁) 일왕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다른 각료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마이니치신문과 사회조사연구센터가 지난 7일 실시한 일본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57%를 기록한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연령대별로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다. '스가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18~29세에서 80%, 30대에선 66%, 40대에선 58%, 50대에선 54%, 60대에선 51%, 70대에선 48%, 80세 이상에선 45%로 집계된 것이다. 젊을수록 현 내각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 결과
젊은층 현 내각·트럼프 선호
"더 좋아질 것 없는 격차사회…
현상유지라도 하자는 심리"

 
전체 연령대에서 37% 지지를 받은 자민당 지지율도 상황이 비슷했다. 18~29세가 59%로 두드러지게 높았고, 30~70대는 30%대, 80세 이상은 20%대였다.
 
특정 사안에 대한 조사에서도 현 내각을 옹호하는 응답은 젊은층에서 더 많이 나왔다. 최근 정부 정책에 비판적 견해를 밝혀온 학자에 대해 스가 총리가 일본학술회의 회원 임명을 거부한 것과 관련, ‘문제 삼지 않는다’는 의견은 18~29세 59%, 30대 54%, 40대 48%, 50대 43%, 60대 41%, 70대 37%, 80세 이상 21%로 젊은 세대일수록 높았다.
 
마이니치신문은 또 미 대선의 결과가 나오기 전 실시된 조사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당선인보다 일본 젊은이에게 더 큰 지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중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게 일본에 더 좋은가’라는 질문에 40대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을 꼽는 응답이 더 많았고 50대 이상에선 역전됐다. 미국 젊은층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바이든 당선인의 지지율이 높은 것과 대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사 결과가 “현상유지를 갈망할 수밖에 없는 심리”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나카니시 신타로(中西新太郎) 간토가쿠인(関東学院) 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마이니치신문에 “젊은 세대는 일본 사회의 장래에 대해 밝은 전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다수”라며 “현재를 살기 어려운 ‘격차사회’로 인식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삶이 더 심하게 나빠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현상유지 심리로 이어졌다”며 “젊은이들은 이를 위해 현 내각과 자민당이 규칙과 질서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불안에 변화를 추구하기보다 더 나빠지지 않기만 바라는 젊은층이 많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사회조사연구센터 사장인 마쓰모토 마사오(松本正生) 사이타마(埼玉) 대학 교수는 “보수라기보다는 보신이 맞는다”며 “정치적인 의미에서의 보수화와는 차원이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사회가 더 나아질 게 없다’는 젊은층의 인식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고 봤다. ‘살면서 세상이 더 좋아진 적이 없을 뿐 아니라 20년 후에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 정치에 대한 기대치 자체가 낮은 것 아니냐’는 게 이 매체의 해석이다. 일본 사회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지지율과 기대감이 비례하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어 냈다는 의미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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