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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착륙 국제관광비행 도입, 면세쇼핑도 가능…1년간 한시

중앙일보 2020.11.19 11:37
정부가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1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출발해 다른 나라 상공에서 2~3시간 정도 날다가 다시 한국 공항에 내리는 관광 상품을 말한다. 면세 쇼핑도 가능하다.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추진 계획’이 발표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장기간 국제선 운항 중단으로 항공ㆍ관광ㆍ면세업계는 고용 불안과 기업 생존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업계를 지원하고 소비 분위기 확산을 위해 새로운 관광 형태인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뒤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뒤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다른 나라에 입ㆍ출국을 하지 않고도 국제선 비행기를 운항하는 걸 이달부터 내년 12월까지 1년여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비행기에 탑승할 때 검역ㆍ방역 절차를 진행하지만 입국 후 격리 조치, 진단 검사는 면제한다. 일반 국제선 여행과 동일하게 면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미화 600달러 한도로 술 1병(1L, 400달러 이내), 담배 200개비, 향수 60mL까지 가능하다. 기내 면세점은 물론 시내, 출국장, 입국장 면세점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대신 기내에선 구매 내역을 세관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게 사전 예약한 물품만 살 수 있다.
 
홍 부총리는 “항공사별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상품이 조속히 출시되도록 관계부처, 업계 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 이번 달까지 준비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ㆍ제주항공ㆍ진에어ㆍ티웨이항공ㆍ에어부산 등 6개 항공사에서 관련 상품을 준비 중이다. 올해 안 관련 상품이 출시될 전망이다.
 
 
정부는 상품 예시도 내놨다. 정원이 407명인 ‘A380’ 기종을 기준으로 300여 명이 실제 탑승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이나 유증상자 발생시를 대비해 자리는 4분의 3 이내로만 채워야 한다. 약 3시간 동안 인천을 출발해 동해, 부산, 대한해협, 제주 상공을 차례로 2000㎞ 날다가 인천에 다시 도착하는 코스를 기준으로 운임은 1인당 20만~30만원 정도로 책정될 전망이다. 정부는 상품 출시 초기에 수요가 몰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운항 편수는 하루 최대 3편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항공사별 주 1~2회 정도 운항하게 하고, 내년 3월부터는 초기 수요를 고려해 운항 편수를 조정할 예정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 겸 제2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 겸 제2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재부에 따르면 올 10월 항공사 국제선 이용객은 2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97.3% 급감했다. 국내 여객(-9.1%), 항공 화물(-24.7%)과 견줘 타격이 크다. 해외 주요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전히 확산하고 있는 데다 입국 제한, 출ㆍ입국 시 장기간 격리 조치 등 이유로 국제선 이용객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이용객 급감, 적자 누적 탓에 올 10월 기준 국내 9개 항공사 직원 가운데 63%가, 지상 조업 59개사 직원 중 43%가 휴직 상태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정부가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이란 대안을 내놨다.  
 
무착륙 관광비행은 지금도 가능하다.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관광비행’ ‘무목적 비행’이란 이름을 달고 전세기 항공권을 판매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제주항공은 11번가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국내 상공을 돌다 다시 인천공항에 착륙하는 ‘전세기 하트에어’ 상품을 내놨다. 진에어도 출발지와 목적지가 인천공항으로 동일하되 국내 하늘을 돌다 내리는 비행 체험 상품을 지난 4일 출시했다. 아직까진 단발성 시험 상품 성격이 강하다.  
 
기존 관광비행 상품과 정부가 내놓은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제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면세 쇼핑이다. 항공ㆍ면세업계 요청에 따라 국내가 아닌 해외 영공을 오가며 면세 쇼핑도 할 수 있게 정부가 허용했다. 단순히 해외를 여행하는 듯 한 비행 체험만 하는 게 아니라 면세 쇼핑으로 소비도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지난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제1터미널 내 면세구역이 비교적 한산하다. 연합뉴스

지난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제1터미널 내 면세구역이 비교적 한산하다. 연합뉴스

 
다만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이 정부가 기대한 만큼 소비 진작 효과를 불러일으킬지는 미지수다. 기존 관광비행 상품이 인기를 끌긴 했지만, 대부분 일회성에 항공권 수가 한정돼 있었던 덕이 컸다.  
 
사람들이 밀집된 기내에서 2~3시간가량 머무는 데 대한 불안감을 감수하고, 돈을 주고서라도 해외여행 가는 기분을 느끼며 면세 쇼핑을 하려는 수요가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점도 있다. 코로나19 3차 확산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기내 여행 체험을 촉진하는 데 대한 적절성 논란도 일 수 있다. 
 
1년 한시로 허용되는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의 연장 여부는 유동적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기간을 늘리고, 반대로 조기에 종식된다면 1년 이내라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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