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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이재명 곤혹케한 여론조사, 與전략통 이근형의 '윈지' 작품

중앙일보 2020.11.19 05:5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맨왼쪽), 윤석열 검찰총장(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뉴스1·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맨왼쪽), 윤석열 검찰총장(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뉴스1·뉴시스

“본선은 이재명 우세, 경선은 이낙연 우세다. 그런데 누구도 본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야권 대선 후보로 가정해 놓고 1대1(이낙연-이재명) 가상 대결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가 18일 “딱 3가지로 정리된다”며 내놓은 해석이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윤 총장의 양자 대결은 이낙연 42.3%, 윤석열 42.5%,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 총장의 맞대결은 이재명 42.6%, 윤석열 41.9%로 나타났다. 둘 다 1%포인트 미만 오차범위 내 초접전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차기 대선 후보 양자 가상대결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차기 대선 후보 양자 가상대결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윤 총장과의 가상 대결 결과를 세밀히 분석하면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장단점도 확연히 드러난다. 무당층은 이재명 24.6%, 이낙연 15.1%로, 정의당 지지층은 이재명 65.9%, 이낙연 55.7%로 이 지사를 더 선호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응답자도 이재명 14.1%, 이낙연 7.1%로 이 지사 선호도가 높았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이재명 6.5%, 이낙연 5.2%로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에선 이 대표(83.1%)가 이 지사(73.8%)를 앞섰고, 문 대통령 지지층도 이낙연 73.6%, 이재명 68.1%였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 의원은 “경선에 참여하는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낙연 대표가 우위지만, 본선에 필요한 확장성은 이재명 지사에게 있다는 우리 당의 딜레마가 그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간 양강 구도를 구축하던 두 대선 후보가 아직 정치에 입문도 하지 않은 윤 총장과 박빙으로 나타나면서 대세론에 흠집이 났다는 해석도 있다. 그래서 민주당에서 또 다시 등장하는 논리가 "이낙연-이재명 모두 약점이 있으니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제3후보론'이다.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이광재·박용진 의원 등 구체적 인물까지 거론된다. 다만  “김경수 유죄 판결 이후 양강 구도가 굳어지는 흐름이었는데, 이번 여론조사로 다른 후보가 운신할 공간이 생겼다"는 제3후보론에 대해 "너무 앞서갔다. 앞으로도 이낙연-이재명 라이벌 관계는 더 공고해질 것"이라는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윈지’설립자는 전략통 이근형  

 
윈지코리아컨설팅은 지난 총선 전략을 진두지휘한 이근형 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 2009년 설립했다. 사진은 지난 2월 이 전 위원장이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전체 회의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던 모습. 연합뉴스

윈지코리아컨설팅은 지난 총선 전략을 진두지휘한 이근형 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 2009년 설립했다. 사진은 지난 2월 이 전 위원장이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전체 회의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던 모습. 연합뉴스

단 한 건의 여론조사를 두고 당내에서 이처럼 많은 말이 오가는 이유는 바로 여론조사를 한 업체가 윈지코리아컨설팅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설립자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여론조사비서관 출신으로 올해 초 민주당 4·15 총선 전략을 총괄한 이근형 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4월 총선 당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 등 ‘친문 핵심’과 한팀으로 일했다. 당시 민주당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선거 준비를 위한 일부 여론조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당직을 맡으며 회사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던 이 전 위원장은 지금도 이 업체의 등기 이사로 등록돼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윈지’는 여전히 이근형의 회사”라며 “이 전 위원장이 뒤로 물러난 듯 보이지만 여전히 여의도 인근에서 활동한다”고 전했다. 당 내부에서 “'윈지’ 조사는 그 의미를 곱씹어야 한다”(민주당 보좌관)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정치권에 입문하지 않은 윤 총장을 야권 대선 후보로 상정해 1대1 가상 대결을 벌인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자신의 이름을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한 사람을 야권 후보로 놓고 가상대결 여론조사를 하는 건 통상적이지도 않고, 시점도 너무 빠르다”며 “논란이 뻔할 여론조사를 왜 ‘윈지’가 총대를 메고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윈지코리아컨설팅 관계자는 “과거에도 연말·연초에 대선 후보 가상대결 조사를 하곤 했다”이라며 “특히 윤 총장과의 가상대결은 언론사(아시아경제)가 그렇게 의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표와 이 지사 측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 대표 측은 “아무도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고, 이 지사 측도 “굳이 의미를 둔다면 이 지사가 중도층까지 폭넓은 지지를 받는다는 점 정도”라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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