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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암초 만난 백화점·마트, 인수합병 외에 답 보이지 않는다"

중앙일보 2020.11.19 01:00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백화점과 마트는 솔직히 뚜렷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디지털 전환에 집중 투자해야 하는데 실탄이 없다. 인수합병(M&A)으로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조직 저항도 심할 거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산업 중 하나가 유통(commerce)이다. 국내 유수의 유통업체 전략을 컨설팅해 온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아시아태평양 유통 부문 대표는 “국내 e커머스가 생필품 중심의 2세대 시장에서 신선식품ㆍ패션 중심의 3세대로 점프했다”며 “중장기적으로 커머스 업계를 제패하고 싶다면, 소싱ㆍ프로모션 같은 전통적 유통 경쟁력 대신 플랫폼의 강점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11월 24일 열리는 폴인컨퍼런스 〈누가 커머스를 바꾸는가 2021〉에서 코로나 시대에 유통업체들의 디지털 전환 전략을 발표한다. 17일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BCG 회의실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아시아태평양 유통부문 대표는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전통 유통업체들에게 단기적 처방은 인수합병 뿐"이라고 말했다. [사진 보스턴컨설팅그룹]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아시아태평양 유통부문 대표는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전통 유통업체들에게 단기적 처방은 인수합병 뿐"이라고 말했다. [사진 보스턴컨설팅그룹]

 
전통의 유통 강자들이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커머스 업계의 디지털 전환이 5년 정도 당겨졌다. 백화점과 마트 같은 기존의 오프라인 업체들도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야 하는데 투자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생존을 고민하면서 매장과 인력을 구조조정해야 할 거다. 당분간 악순환이 이어질 거라고 본다.
 
악순환이라면 어느 정도인가.  
서서히 침몰하던 배가 급격히 침몰하게 되는, 암초를 만난 거다. 중장기적인 전략을 내놓기 어려울 거다. 단기적인 시각으로 이 위기에 대처할 수 밖에 없다.
 
방법이 있을까.  
디지털 전환 속도를 올리려면 인수합병(M&A)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같은 조언을 해 왔다. 몰라서 못한다기보다, 기존 조직의 저항이 심하다. 마치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 시장으로 빠르게 진입하지 못하던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역량을 키워온 임원들이 그룹에 너무 많이 포진해있다,
 
최근 e커머스(전자상거래)로의 전환 속도가 너무 빠르다. 한국만의 현상은 아닐 것 같다.  
그런데 또 한국만큼 빠른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 전체 유통 시장이 300조원 규모라고 하고 2020년 기준으로 e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6%다. 보통은 해마다 1~2%포인트씩 비중이 커졌는데, 올해는 3~5%포인트 정도 늘어날 걸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움직임이 e커머스 시장을 키웠나.  
제품 카테고리로 보면 e커머스 시장이 3세대로 진입했다. 우리가 보통 e커머스 1세대 제품군을 서적과 공연 티켓, 2세대 제품군을 가전제품과 일반 생필품으로 얘기한다. 그리고 3세대 제품군이 신선식품과 패션ㆍ화장품 같은 것들이다. ‘그건 정말로 보고 사야하지 않아’하고 보통 생각하던 품목들까지 다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있는 거다.
고객군으로 보면 40~50대 베이비부머의 e커머스 진출이 완전히 판을 바꿨다. 모바일 속 홈쇼핑 격인 라이브커머스가 성장하는 것도 유튜브 소비에 눈을 뜬 베이비붐 세대의 영향이다.
 
우리나라만 이런 현상을 보이는 건 아닐 것 같다.
신선식품이 e커머스에 성공적으로 편입한 건 우리 e커머스 업체들의 저력 때문이다. 미국도 신선식품 배송을 시작했다. 그런데 물건이 없어서 못 보내고 신선도가 떨어지게 보내고 하는 식이라 너무 경험이 좋지 않다. 미국 소비자들은 대다수가 ‘코로나만 끝나면 다시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것’이라고 응답한다. 한국 소비자들의 e커머스 만족도와 완전히 다르다.
 
최근 커머스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쿠팡이 독주하는 모양새다.
우리 컨설턴트끼리는 미래에 커머스 업체란 개념이 남아있을 것이냐는 얘기를 많이 한다. 커머스라는 건 물건을 소싱하고 판매하는 개념이었다. 그런데 소싱이라는 건 단가 싸움이다. 보통 제품 가격이 100원이면 소싱 비용이 75원 정도 든다. 쓸 수 있는 비용과 마진을 합쳐도 25원 밖에 안 되는 거다. 이 단가 싸움에서 이기려고 출혈을 해가며 덩치를 키운 게 지금까지의 커머스였다, 향후엔 달라질 거다. 결국은 물류 인프라와 플랫폼만 남을 거다.
 
플랫폼만 남는다면.  
기존 대형마트들이 신선식품에 강점이 있던 건 결국 산지에서 밭떼기로 물건을 저렴하게 가져오는 직소싱 파워였다. 플랫폼을 통해 산지 농민과 고객이 직접 연결된다면 중간에서 유통의 역할은 무엇이 남을까. 그럴 경우엔 결국 뒤에서 판매자들의 불편을 해결해주는 것이 플랫폼의 핵심 숙제가 될 거다. 네이버가 물류 고도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커머스 업계의 중요 트렌드 중 하나가 중고 시장의 성장인데.
몇년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부상하는 트렌드다. ‘나는 저렴한 옷 사입고 자주 버리느니 제대로 된 명품 중고를 사겠어’라고 생각하는 MZ(밀레니얼+Z세대) 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중고 시장을 키우고 있다. 이런 중고 거래를 노리고 명품 브랜드들은 리미티드 에디션을 만들어낸다. 지금의 당근마켓은 중고 시장의 본질과는 좀 다른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당근마켓은 커머스 모델이라기보다 지역 기반의 커뮤니티로 성장할 거라고 본다.
 
미국은 아마존, 일본은 라쿠텐이 e커머스 시장에서 독주하는 것과 달리 한국 e커머스 시장은 너무 잘게 쪼개져 있다.
3세대 e커머스 시장이 본격화하면서 절대 강자는 더 나오기 어렵다. 그건 미국ㆍ일본도 마찬가지다. 시장은 더 분화된다. 아마존이 아직 패션 카테고리를 장악하지 못했다. 지금처럼 SNS의 커머스 기능이 강화되면서 이 분산화는 더 심해질 거다.
 
기존 유통 강자들의 오프라인 매장이 골칫거리인데.
코로나가 아니어도 대형 매장의 미래는 밝지 않다. 과거에는 쇼핑 자체가 즐거움을 주는 행위로 인식되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의 소비자에게 넓은 매장은 페인 포인트(pain point)가 될 뿐이다. 고령 인구가 많아질수록, 1인 가구가 늘수록 더욱 대형 매장은 힘을 잃을 거다. 김난도 교수가 〈트렌드코리아 2021〉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매장은 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진화할 수 밖에 없다. 아니면 온라인 유통을 위한 물류 거점으로 활용되거나.  
커머스 업계의 혁신가들을 만나는 폴인컨퍼런스 〈누가 커머스를 바꾸는가〉는 11월 24일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열린다. [사진 폴인]

커머스 업계의 혁신가들을 만나는 폴인컨퍼런스 〈누가 커머스를 바꾸는가〉는 11월 24일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열린다. [사진 폴인]

 
그는 “한동안 커머스 플랫폼의 경쟁력은 물류 인프라와 개인화 추천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희 대표가 오프닝 강연을 하는 폴인컨퍼런스 〈누가 커머스를 바꾸는가 2021〉은 11월 24일 온ㆍ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된다. 페이스북·카카오커머스·그립·이베이코리아·카페24·아이디어스·아마존코리아 등이 참석해 커머스의 미래를 전망한다. 참가 신청은 폴인 웹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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