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 겸 전 삼성출판사 회장이 30주년 특별전 전시 포스터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삼성출판박물관 30돌…김종규 관장
“출판박물관 있어야 선진국 된다”
이어령 선생 말씀에 설립 서둘러
『월인석보』 등 국보·보물 9점 포함
3층 수장고에 문화재 10만여 점
개관 특별전 ‘책으로 걸어온 길’
『은세계』 『서유견문』 초판본 전시
![1990년 6월 29일 삼성출판박물관 개관식. 왼쪽부터 김종규 관장, 소설가 김동리, 김봉규 삼성출판사 회장, 이어령 문화부 장관, 정한모 전 문화공보부 장관, 시인 구상. [사진 삼성출판박물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1/19/cff94c2d-2382-4830-8829-8af3b578c97c.jpg)
1990년 6월 29일 삼성출판박물관 개관식. 왼쪽부터 김종규 관장, 소설가 김동리, 김봉규 삼성출판사 회장, 이어령 문화부 장관, 정한모 전 문화공보부 장관, 시인 구상. [사진 삼성출판박물관]
1960~70년대 한국은 경제성장과 함께 아파트 등 서양식 주택이 보급되고 고등교육이 늘면서 전집류 장서가 붐을 이뤘다. 정음사·을유문화사 등에 비해 후발주자였던 삼성출판사는 일본어 중역이 아닌 외국어 원역에 승부를 걸었다. 팽창하는 ‘지식 수요’를 간파한 투자가 적중해 100권짜리 『세계문학전집』, 36권짜리 『세계사상전집』 등이 잇따라 성공했다. 내로라하는 한국 지식인 중에 삼성출판사 전집을 “대학 공부하듯 읽었다”는 이가 적지 않다. “80년대엔 60권짜리 『한국문학전집』을 해외 교민들에도 많이 팔았다. 정착하고 자식 키울 때 되니까 한국을 되새기고 싶었는지 눈물을 글썽거리며 사더라.”
이날 언론사 기자에게 처음 공개한다는 건물 3층 수장고는 “어림잡아 10만점”이라는 그의 말대로 각종 전적·도록·병풍·액자 등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소장품 중 『초조본대방광불화엄경주본』 『월인석보』 등 국보·보물이 9점에 이른다. 13세기 전에 금속활자 인쇄가 실시됐음을 입증하는 『남명천화상송증도가』 (보물 758-1호)는 외국 출판관계자에게 “우리가 금속활자 종주국으로서 출판·인쇄 문화가 1300년이 넘는다”고 자랑하는 증거품이기도 하다. “개관 이래 26차례 기획전을 했는데, 모두 박물관 소장품으로 했다. 아직 분류하고 끄집어내야 할 ‘보물’이 많다.”
![1995년 5월 3일 삼성출판박물관의 ‘광복전후 50년 자료 특별 전’ 개막식. 왼쪽부터 이홍구 총리, 강원용 목사, 주돈식 문화체육부장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신영균 배우, 김종규 관장(직책은 당시 기준). [사진 삼성출판박물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1/19/8c74a0a9-2404-4bd2-8a45-e2795d57531c.jpg)
1995년 5월 3일 삼성출판박물관의 ‘광복전후 50년 자료 특별 전’ 개막식. 왼쪽부터 이홍구 총리, 강원용 목사, 주돈식 문화체육부장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신영균 배우, 김종규 관장(직책은 당시 기준). [사진 삼성출판박물관]
고서·출판에 대한 관심은 여덟살 터울의 형이 전남 목포에서 서점을 한 데서 비롯됐다. 삼성출판사 부산지사장을 맡은 1964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집했다. “6·25 때 피란 오면서 가보 챙겨온 사람들이 많았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그랬듯이 귀한 물건 살 때마다 부르는 값에 더 얹어주니 고서적상들이 내게 줄을 섰다. 요즘도 책 욕심이 끊이질 않으니 죽을 때까지 사들일 것 같다”며 웃었다.
![전시에 선보이는 『서유견문』 . [삼성출판박물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1/19/b3bb81e9-7ace-4f9e-a801-7ba189444e5c.jpg)
전시에 선보이는 『서유견문』 . [삼성출판박물관]
“내가 해온 일이 다 문화유산 보전과 선양으로 연결됩니다. 우리 경제가 어느 날 갑자기 성장해 강국이 된 게 아니듯, 수천 년 문화적 저력이 있어 현재 대중문화도 가능하고 그 뿌리에 출판이 있습니다.”
독서문화가 예전 같지 않다는 시각에도 그는 동의하지 않는다. “여전히 100만부씩 팔리는 책이 나온다”면서 “전달수단이 다소 바뀌었다 해도 문화 씨앗으로서의 독서의 중요성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창의성은 지적 호기심과 풍부한 상상력에서 나오는데 디지털은 지적 호기심을 충족할 순 있어도 상상력은 감퇴시켜요. 책이 가진 물성이 기억을 돕거든요. 앞으로도 출판은 영원하고 출판박물관은 문화 씨앗의 보고이자 창고로서 역할 할 겁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