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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장 추천 불발, 민주당선 비토권 삭제 법개정 착수

중앙일보 2020.11.19 00:02 종합 5면 지면보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 추천 작업이 18일 중단됐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이날 세 차례 표결에도 ‘위원 6인 이상 찬성’ 조건을 충족한 후보 2명을 정하지 못하고 활동 종료를 선언하면서다. 추천위는 4시간40분간 회의한 뒤 “야당 추천위원 2인이 회의를 계속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위원회 결의로 부결됐고, 이로써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활동은 사실상 종료됐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위원 6인 이상 찬성한 후보 못 정해
회의 연장안은 여당 반대로 부결
민주당 “야당이 조직적으로 방해”
국민의힘 “추천위 해체, 법치 파괴”

추천위는 다수 득표자 4명으로 범위를 좁혀 표결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4명의 후보는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전현정 변호사, 이건리 국민권익위 부위원장과 한명관 변호사였다고 한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추천한 후보들만 4명에 들지 못했다. 짜고 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추천위원 중 한 명인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회의 뒤 기자들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는 공수처장을 뽑는 회의가 정치의 연장선이 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야당 측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이런 식으로 후보추천위가 끝나는 건 매우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굉장히 유감”이라며 “나름의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을 공수처장 후보 추천 데드라인으로 잡고 법 개정을 준비해 왔다. 공교롭게 추천위가 활동 종료를 선언해 법을 바꿀 명분이 생긴 셈이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공수처 추천위 자진 해체는 민주당이 공수처장 추천을 마음대로 하도록 상납하는 법치 파괴 행위”라고 비판하며 회의 속개를 요구했다. 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공수처 출범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야당의 조직적 방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12월 2일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법사위가 모든 준비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의결 구조를 3분의 2 이상(5명) 찬성으로 바꿔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는 법안을 마련한 상태다.
 
공수처장 추천위의 파행은 예고된 것이었다. 현행법상 추천위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위원장), 이찬희 변협 회장 등 3명의 당연직 위원과 여당 추천 2명(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박경준 변호사)과 야당 추천 2명(임정혁·이헌 변호사)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면 의결 정족수 6명을 채울 수 없는 구조다.
 
이찬희 변협 회장은 “추천위 구성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후보 추천위 자체가 계속해서 정치적 대리싸움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공수처 문제는 원래 정치에서 시작한 거니 다시 정치로 돌아가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천위는 이날 3차 회의에서 심사 대상자 10인의 추가 제출 자료를 살펴보고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이찬희 변협 회장은 회의 뒤 “공수처장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일정에 대해선 “(국회)의장이 소집하거나 위원장(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아니면… (소집이 어렵다)”이라고 했다. 현행 공수처법은 추천위원 3분의 1 이상이 속개를 요청하면 회의를 열도록 하고 있지만, 야당 추천위원 2인으로는 요건(3명)을 채울 수 없다.
 
심새롬·김효성·김기정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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