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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트럼프 찍은 유권자 6%의 변심이 승부 갈랐다

중앙일보 2020.11.19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여성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했다!”
 

AP통신, 미국 유권자 11만 명 분석
클린턴 투표자는 3%만 트럼프로
교외 거주 앵그리맘 59% “바이든”

백인 남성은 59%가 트럼프 지지
흑인 여성은 바이든에 93% 몰표

미국 버지니아주 리스버그에 사는 메리 헤이스(56)는 조 바이든 당선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꺾고 승리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세 자녀를 둔 그는 바이든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교외 거주 여성과 흑인 여성을 꼽았다. 그는 “교외 거주 여성들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를 떨어뜨리기 위해 단합해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교외 거주 여성은 트럼프가 지지를 얻기 위해 힘썼던 유권자다. 평소 여성 혐오 발언과 성추행 논란 등으로 구설에 올랐던 트럼프는 대선 기간 동안 “교외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제발 나를 사랑해 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런 호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가 폐쇄되며 육아 부담이 늘고 일자리를 위협받은 교외의 ‘앵그리맘’(분노한 엄마들)에게 먹혀들지 않았다.
  
4년 전 투표 안한 유권자 56% 바이든 지지
 
미국 대선 유권자 4년 전 선택과 비교해 보니

미국 대선 유권자 4년 전 선택과 비교해 보니

이는 11만 명 이상의 미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투표 행태를 분석하는 AP통신의 보트캐스트(VoteCast) 조사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인 교외 거주 여성은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59%의 표를 몰아줬다. 트럼프(40%)보다 19%포인트 높다. 이들의 바이든 투표율은 전체 여성의 바이든 투표율(55%)을 웃돌았다. 이들은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며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교외 지역이 약탈당할 수 있다”고 위협한 데 대해서도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교외 지역이 중요한 이유는 도시에서는 민주당이 우세하고, 농촌과 작은 마을에서는 공화당이 우세해 교외 지역 표심이 대선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전체 유권자의 45%에 이르는 교외 거주자들은 54%가 바이든에게 투표해 트럼프(44%)를 10%포인트 웃돌았다. 이들은 4년 전 대선에선 트럼프보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5%포인트 더 표를 줬다. 바이든이 대선에서 트럼프를 3.6%포인트 앞서고,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경합주에서 승리한 데는 이들의 표가 큰 힘이 됐다.
 
흑인 여성들도 바이든에게 몰표를 던졌다. 이들의 바이든 투표율은 93%(트럼프는 6%)로, 전체 흑인의 바이든 투표율(90%)을 웃돌았다. 흑인들의 표는 전통적 공화당 우세 지역인 조지아에서 바이든이 승리하는 데 기여했다. 트럼프의 여성 비하와 인종 갈등 조장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바이든은 4년 전 대선 때의 힐러리 클린턴과 비교해 더 많은 유권자층의 지지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4년 전 트럼프에게 투표한 유권자 중 바이든에게 돌아선 사람은 6%였다. 이는 4년 전 힐러리 클린턴에게 투표했다가 이번에 트럼프에게 옮긴 유권자(3%)의 두 배다. 4년 전 제3후보에게 투표한 사람도 57%가 바이든을 지지해 트럼프(28%)를 압도했다. 4년 전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도 56%가 바이든을 지지해 트럼프(41%)를 앞섰다.
 
인종별로는 백인의 55%가 트럼프에게 투표해 바이든을 12%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그러나 4년 전 격차(21%포인트)보다는 줄었다. 백인 남성의 59%가 트럼프를 지지해 바이든을 20%포인트 웃돌았지만, 4년 전(32%포인트)보다는 줄었다. 백인 여성에게서도 트럼프가 6%포인트 차로 앞섰지만, 4년 전(10%포인트)보다 줄었다.
 
미국이 직면한 최대 과제로는 응답자의 41%가 코로나19 대처를 꼽았다. 이들 중 73%가 바이든에게 투표해 트럼프(25%)를 압도했다. 반면에 두 번째로 많은 경제·일자리를 꼽은 28%의 응답자 중 81%가 트럼프를 찍었다.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유권자가 60%에 달했다. 이 중 79%가 바이든을 지지한 반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39%)한 유권자는 91%가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인종·성별 다채로워진 ‘바이든 백악관’
 
바이든 당선인은 백악관에서 일할 고위직 9명의 인선을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대선을 승리로 이끈 선거캠프 공신들을 중용했으며, 정치 초년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오랜 ‘동지’도 불러들였다. 백인 일색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과 달리 바이든의 백악관에는 흑인과 라틴계가 다수 포함됐다. 이날 발표한 9명 가운데 5명이 여성으로, 인종과 성별에서 백악관 구성이 다채로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은 오랜 측근인 마이크 도닐런 캠프 수석 전략가를 백악관 선임보좌관에 임명했다. 도닐런은 캠프에서 당선인의 메시지 관리, TV 광고, 연설문 작성, 여론조사를 총괄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 외교안보 분야에서 중용될 가능성이 있는 톰 도닐런의 동생이다. 오랜 측근인 스티브 리체티 캠프 선대위원장은 고문으로 백악관에 입성한다. 캠프 선대본부장인 젠 오맬리 딜런은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맡는다. 
 
정재홍 국제외교안보에디터,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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