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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지주회사, 과거엔 밀더니 이젠 문제라는 공정위

중앙일보 2020.11.18 16:29
구성림 공정거래위원회 지주회사과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2020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구성림 공정거래위원회 지주회사과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2020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회사로 전환한 재벌그룹(전환집단)에서 부당 내부거래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전환집단은 총수일가 지배력과 내부거래 비중이 커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 편취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공정위 해석에 대한 반론도 거세다. 총수일가 지분율, 내부거래 비중 등이 과거보다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체제는 노무현 정부 때 공정위가 장려했던 지배구조다.
 

①총수 지배력 과연 커졌나? 

18일 공정위가 발표한 '2020년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전환집단의 총수일가 평균 지분율은 49.5%다. 2012년(42.9%)보다는 높다. 하지만 과거에도 현재 수준보다 더 높았던 때(2014년 53.4%, 2017년 50.3%)가 있었고, 최근 추세적 흐름도 하락세다. 그러나 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율 집중이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전환집단 내 지주회사의 총수·총수일가 평균 지분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환집단 내 지주회사의 총수·총수일가 평균 지분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②내부거래 활용이 장점인데, 오히려 문제?  

올해 전환집단 내부거래 비중도 평균 15.25%로 과거(2016년 16%, 2018년 17.2%)보다 낮아졌다. 그러나 공정위는 전환집단에서는 내부거래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전환집단 내부거래 비중이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일반 대기업집단(10.48%)보다 크다는 점을 든다. 전문가들은 지주회사로 전환한 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이 일반 기업집단보다 큰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한다.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은 "부당 내부거래가 적발되면 당연히 제재해야 하지만, 모든 내부거래를 나쁘게 볼 것은 아니다"라며 "지주회사 체제는 원래 사업 관련성이 높은 회사 간의 내부거래를 활용해 시너지를 높이려고 설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환집단과 일반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환집단과 일반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③손자회사 느는 게 문제? 

전환집단의 지배구조도 과거보다 단순해졌다. '모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출자 단계는 전환집단은 3.2단계로 과거(2017년 3.9, 2019년 3.5단계)보다 줄었다. 반면 일반 기업집단은 4.9단계로 201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전환집단의 평균 손자회사 수(19.8개)가 평균 자회사 수(10.9개)의 2배 수준이란 근거를 들어 "전환집단이 손자회사 중심으로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할아버지·할머니 아래로 대가 내려갈수록 가족 구성원이 많아지는 것처럼 기업이 성장해 규모가 커질수록 손자회사가 느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총수 있는 전환집단과 일반 기업집단의 출자 단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총수 있는 전환집단과 일반 기업집단의 출자 단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④지주사는 배당만 먹고 살아야?  

공정위는 지주회사의 주 수익원은 배당수입이 되는 게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지주회사가 계열사 주식을 소유해 지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평균 72.4% 소유하고 있는데도 배당수입 비중이 40.9%에 불과한 것은 본질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러나 현행 법률로 자체 사업을 할 수 있는 사업지주회사를 허용한 상태다. 정부가 주식 배당 수익만 정당한 수입인 것처럼 여겨선 안 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이준길 고문은 “사업지주회사를 허용해 놓고는 상표권·컨설팅 등 사업으로 돈 버는 것을 부당하게 여기는 것은 과도한 간섭”이라고 말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 집단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겠지만,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는 것은 또 하나의 관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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