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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레고사에 초대박 안겨준 미니 피겨의 아버지

중앙일보 2020.11.18 12:00

[더,오래] 장현기의 헬로우! 브릭(24) 

레고를 상징하는 노란색 사람 모양의 인형을 미니피겨(minifigure), 줄여 미피라고도 부릅니다. 이 수많은 미피 중에서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미피가 있는지 혹시 보이나요?

 
레고 미니 피겨. [사진 레고 홈페이지]

레고 미니 피겨. [사진 레고 홈페이지]

 
이 미니피겨를 처음 고안한 전직 레고 최고 디자이너 옌스 크루센은 1968년 모델 빌더로 레고사에 입사해 다양한 세트 디자인에도 참여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레고 타운, 우주 시리즈 등을 만들어 70년대 레고사의 성공을 견인했죠. 특히 우주 시리즈는 조립식 장난감 시장에서 최초로 우주를 테마로 삼은 것으로 그야말로 초대박을 터뜨렸습니다. 덕분에 레고사는 생산직 직원을 대규모로 늘려야 했고 1979년 세계 최대 장난감 박람회에서 ‘올해 최고 유럽 장난감’ 상을 받기도 했죠. 이때부터 레고는 세계 최고의 완구 기업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옌스 크루센의 최초의 미니피겨 스케치. [사진 레고 홈페이지]

옌스 크루센의 최초의 미니피겨 스케치. [사진 레고 홈페이지]

 
옌스 크누센은 레고가 조금 더 인간미가 느껴지는 장난감이 되길 원했습니다. 세트 안에 사람 모양의 인형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으로 50개가 넘는 디자인을 검토한 끝에 1978년 현재의 모양을 한 최초의 경찰관 미피가 탄생했습니다. 특정 인종을 나타내지 않도록 피부는 노란색으로 정하고,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중립적인 옅은 미소를 띤 표정을 그려 넣었습니다.
 
80년대 이후 점차 다양한 표정과 디자인을 지닌 미니피겨가 생산되기 시작했고 2003년에 출시된 레고 야구 시리즈에서는 처음으로 실제 백인, 흑인의 피부색에 가까운 컬러를 입혀 다양한 인종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 등의 디자인을 차용한 미니피겨도 많이 나왔지만 그래도 기본 형태는 미니피겨의 아버지인 옌스 크누센이 고안한 그대로입니다.
 
1978년의 미니피겨와 현재의 2020년의 미니피겨 형태가 같다는 이야기죠. 50년 가까이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늘 빠른 변화에 익숙한 우리나라에도 아주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와 제품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최초의 경찰관 미니피겨. [사진 레고코리아 페이스북]

최초의 경찰관 미니피겨. [사진 레고코리아 페이스북]

 
2000년에 은퇴할 때까지 레고 최고 디자이너로 활약했던 그가 올해 2월, 7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자 전 세계의 레고 마니아들이 그를 추모했고, 레고사도 공식 트위터에 추모 메시지를 게시하며 함께 애도했답니다. 그만큼 세계적인 레고의 인기에 미니피겨의 역할은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미피가 처음 세상에 나온 이후 지금까지 레고사에서 공식적으로 발매한 미피의 종류는 4000개가 넘으며, 총 생산된 미피의 개수는 무려 40억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미니피겨를 실제 사람으로 치자면 중국의 13억 인구를 훌쩍 뛰어넘으니, 세계 최고 인구수를 자랑하는 집단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이렇게 수많은 디자인의 미피 제품이 존재하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나만의 미니피겨를 만드는 아티스트들이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의 특징, 직종을 표현하기에는 4000개의 미니피겨로 충분치 않기 때문이지요. 그들이 만드는 미피를 ‘커스텀 미니피겨’라고 부릅니다. 커스텀 미니피겨는 플라스틱 미피의 형태를 완전히 무에서 유로 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레고사에서 생산하는 아무것도 프린트되어 있지 않은 플레인 피겨에 머리 모양, 모자, 각종 소품 등을 제작하고 몸통과 얼굴 표정을 그려 넣는 방법으로 새로운 미니피겨를 창작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미니피겨만을 취미로 창작하는 작가도 존재하고, 미니피겨 스케일의 디오라마를 제작하기 위해 미니피겨까지 창작하는 작가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좋아하는 영화 주인공들을 주제로 창작한 최민영 작가의 커스텀 미니피겨 시리즈입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뒤 퀸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 현장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프레디 머큐리 특유의 콧수염과 의상이 잘 표현되었죠?
 
최민영 작가의 커스텀 미니피겨, 퀸-라이브 에이드. [사진 브릭캠퍼스]

최민영 작가의 커스텀 미니피겨, 퀸-라이브 에이드. [사진 브릭캠퍼스]

 
레고사에서 기존에 이미 발매된 미니피겨라고 하더라도 더 훌륭한 퀄리티를 내기 위해 새롭게 창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커스텀 미피 제작을 의뢰받아 판매하는 전문 업체 하비브릭의 작품입니다. 커스텀 미니피겨를 알리기 위해 브릭캠퍼스에서 영화 주인공들 제작을 의뢰해 탄생한 미피들이죠. 다크나이트의 베인 의상이 매우 디테일합니다. X맨의 레이븐은 정식 출시된 미피보다 더 특징을 잘 잡은 것 같습니다. 브이 포 벤데타의 주인공이 쓰고 있는 가이 포크스 가면의 섬뜩한 표정도 리얼하게 표현했고요. 중앙에 마블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탠리가 손을 흔들고 있네요.

 
하비브릭의 커스텀 미니피겨 [출처 브릭캠퍼스]

하비브릭의 커스텀 미니피겨 [출처 브릭캠퍼스]

 
다음으로 소개해 드릴 작품은 조금은 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요. 혹시 국사책에서 아래 사진을 본 기억이 있나요? 대한제국 시절 고종의 강제 퇴위와 군대 강제 해산을 계기로 모여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이름 모를 의병들의 사진입니다. 1907년 경기도 양평에서 영국의 종군기자 아서 매켄지가 찍은 사진으로 ‘정미의병의 사진’으로 불리죠.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TV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네요. 권현직 작가가 만든 정미의병 커스텀 미피와 비교하면서 보면 그 디테일에 놀랄 겁니다.
 
정미의병. [사진 Wikimedia Commons]

정미의병. [사진 Wikimedia Commons]

권현직 작가의 커스텀 미니피겨. 사진 속의 정미의병. [출처 브릭캠퍼스]

권현직 작가의 커스텀 미니피겨. 사진 속의 정미의병. [출처 브릭캠퍼스]

 
다음은 디오라마에 출연하는 커스텀 미니피겨입니다. 아래 작품은 세계를 점령한 자랑스러운 K팝의 대표주자, 세븐틴의 콘서트가 열리고 있는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입니다. 지난 번에 LCP 김성완 작가의 인터뷰에서 잠깐 소개해 드렸죠? 이 작품은 김성완 작가와 5명의 하비앤토이 팀이 함께 1년 동안 만든 작품으로, 약 20㎡라는 어마어마한 크기와 1만 개의 미니피겨, 25만 개의 브릭이 사용된 초대형 디오라마 작품입니다. 2018년 진행된 세븐틴의 콘서트 중 한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실제 공연의 도면을 참고해 제작했습니다.
 
13명의 세븐틴 멤버의 특징을 묘사해 제작한 커스텀 미니피겨로 스톱모션 영상을 촬영해 콘서트 중계 화면까지 연출했습니다. 마치 실제 콘서트 현장에 와 있는 것 같은 감동이 느껴지지 않은가요? 이처럼 효과적인 디오라마 표현을 위해 커스텀 미니피겨를 제작하는 경우도 많이 있답니다.


하비앤토이의 상암 월드컵 경기장. [사진 브릭캠퍼스]

하비앤토이의 상암 월드컵 경기장. [사진 브릭캠퍼스]

무대 위의 세븐틴 커스텀 미니피겨. [사진 브릭캠퍼스]

 
이러한 커스텀 미니피겨 제작 기법에는 아주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로 패드 프린터를 사용하는 방법인데요. 이는 레고사에서 미니피겨를 생산할 때 사용하는 기법으로 단연 시판 제품과 같지만 제작 비용이 아주 비싸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UV 프린터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제일 대중적인 기법이고 단가가 저렴합니다. 대신 인쇄 품질은 패드 프린팅과 비교할 수 없죠. 



 
세번째로는 프린팅이 아닌 수작업으로 다른 방식에 비해 단가도 저렴하고 취미로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프라모델이나 피겨 등의 작은 모형에 도색이 어려운 경우 미리 전사에 인쇄해 붙이는데, 그 전사지를 데칼이라고 부릅니다. 아주 얇은 데칼에 인쇄를 하거나 직접 그림을 그려 넣고 그 용지를 플레인 미피에 붙인 뒤 마감제를 뿌려 코팅을 하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판박이 스티커의 개념을 생각하면 쉬울 것 같네요.



 
어때요? 여러분도 내 얼굴을 가진 미니피겨를 만들어 보고 싶지 않나요? 다음 시간에는 브릭 아트와 사회 풍자라는 주제로 랜선 전시회를 이어나가겠습니다.

 
(주)브릭캠퍼스 대표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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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기 장현기 (주)브릭캠퍼스 대표이사 필진

[장현기의 헬로우! 브릭] 전시, 콘서트, 뮤지컬 등 라이브 콘텐츠의 프로듀서이자 연출가. 20여년간 수백 편의 라이브 콘서트, 쇼, 뮤지컬, 전시 등을 제작 연출했다. 2014년부터 전시 기획자로 변신하여 활동하던 중 우연히 알게 된 브릭 아트에 매료되어 4년간의 준비 끝에 세계 최초의 브릭 아트 테마파크 ‘브릭캠퍼스’를 오픈, 현재 제주와 서울에서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장난감으로 여겨지던 브릭이 최고의 예술 소재가 될 수 있고, 무한한 잠재력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재미있고도 놀라운 사실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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