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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전은 역시 수비다

중앙일보 2020.11.18 11:18
KS 1차전에서 수비 시프트를 위해 1루 쪽으로 이동한 NC 3루수 박석민. 김민규 기자

KS 1차전에서 수비 시프트를 위해 1루 쪽으로 이동한 NC 3루수 박석민. 김민규 기자

단기전에서 수비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시리즈(KS)를 치르는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도 수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야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는 '수비 시프트'다. 타자 성향에 대응해 전통적인 수비 위치가 아닌 곳에 수비수들을 이동시킨다. 데이터 야구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인 NC도 적극적인 시프트를 쓰는 팀이다. NC는 올해 정규시즌 타구처리율(DER·Defensive Efficiency Rating·인플레이타구를 아웃으로 만들어낸 비율)1위(0.687)에 올랐다.
 
이번 KS에서도 NC는 시프트를 쓰고 있다. 왼손타자 김재환과 오재일이 대표적이다. 둘은 당겨치는 유형이고, 발이 빠르지 않은 편이다. 상대팀은 2루수를 원래 위치보다 더 1루쪽으로 이동시키고, 유격수가 2루 베이스 쪽으로, 3루수가 유격수 자리로 이동하는 수비를 즐겨쓴다.
 
NC도 적극적인 시프트로 상대를 압박했다. 17일 1차전에서는 3루수 박석민이 2루 근처에 서고, 박민우가 우익수 쪽으로 더 이동하는 '2익수' 수비를 펼쳤다. 상대가 밀어쳐 단타를 내주더라도,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강한 타구를 잡아내겠다는 것이었다. 1회 김재환의 타구는 박민우 쪽으로 가면서 2루 땅볼이 됐다.
17일 KS 1차전 6회 초 오재일 타석 때 NC 수비 대형. 2루수 박민우와 3루수 박석민이 동시에 1루와 2루 사이를 지키는 모습. [MBC 중계회면 캡처]

17일 KS 1차전 6회 초 오재일 타석 때 NC 수비 대형. 2루수 박민우와 3루수 박석민이 동시에 1루와 2루 사이를 지키는 모습. [MBC 중계회면 캡처]

주자 유무, 볼카운트에 따른 변화도 눈에 띄었다. 8회 1사 1루 오재일 타석이 그랬다. NC는 유격수 노진혁이 원래 자리에 섰고, 박민우를 2루 쪽으로 세웠다. 대신 3루수 박석민을 2루수와 1루수 사이에 배치했다. 1·2루 사이에 두 명을 두면서 병살타를 노렸다. 박민우가 2루 가까이에 선 건 더블플레이 때 2루 피봇(베이스를 밟으면서 송구를 받은 뒤 1루에 뿌리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2스트라이크를 잡은 뒤엔 다시 위치가 바뀌었다. 박석민이 2루 베이스 뒤로 이동한 것이다. 홈플레이트에서 봤을 때  '노진혁-박석민-박민우' 순서다. 2스트라이크 이후 오재일이 삼진을 당하지 않기 위해 스윙 궤적을 바꾸고, 이에 따라 타구 방향이 바뀌는 걸 계산한 움직임이었다. 
 
김정준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시프트는 주자와 볼카운트에 따라 움직이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1차전에서 보여준 NC 수비는 더 극단적이었다. KS를 앞두고 많이 준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김 위원은 "시프트는 '버리는 수비'다. 한쪽을 포기하더라도 확률이 높은 쪽을 택한다. 투수와 포수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도 있는데, NC가 잘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NC는 1차전에서 실책 2개가 나오긴 했지만, 노진혁과 지석훈의 호수비가 나오는 등 전체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수비코치 출신인 이동욱 NC 감독은 경기 뒤 "전체적으로 수비가 잘 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두산 내야수 오재원. [연합뉴스]

두산 내야수 오재원. [연합뉴스]

두산 역시 수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올시즌 내내 부진했던 오재원을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선발 2루수로 내보냈다. 유격수 김재호와 오래 호흡을 맞춘 오재원의 수비 능력을 믿어서다.
 
사실 두산은 예년에 비해 수비지표가 떨어졌다. 지난해 DER 1위(0.693)였지만 올해는 8위(0.667)로 내려갔다. 김정준 위원은 "김재호가 예전보다는 수비의 날카로움이 떨어졌고, 허경민이 부상을 겪었고, 오재원은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정규시즌에선 수비력이 예전만 못했다"며 "포스트시즌은 1경기, 1경기가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공격보다는 수비에 무게를 둔 라인업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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