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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2050 탄소제로“ 선언에도···‘화력발전소 7개’ 뒷짐 진 정부

중앙일보 2020.11.18 05:00
강원도 강릉 안인리에 건설중인 안인 1,2호기 석탄화력발전소 모습. 장진영 기자

강원도 강릉 안인리에 건설중인 안인 1,2호기 석탄화력발전소 모습. 장진영 기자

 
지난 6일 찾은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안인리. 바다에서 차로 3분 남짓 걸리는 곳에 위치한 공사 부지에 거대한 굴뚝이 세워져 있었다. 굴뚝 옆엔 골조 공사가 한창인 설비 2기가 눈에 들어왔다.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이 짓고 있는 안인화력 1,2호기다.

 

“예전 영동화력만 있을 때에도 힘들었는데, 이것보다 몇 배나 더 큰 석탄발전소가 들어오면 여기선 살 수가 없어.” 

 
인근 갯목마을에서 만난 김정옥(72)씨는 지붕 위를 가리켰다. 이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왔다는 김씨는 "지금도 발전소 쪽에서 바람만 불면 지붕 위에 벌겋게 가루가 쌓이고, 예전에 석탄을 땠을 땐 검은 가루가 더 많이 날아왔다”며 걱정스레 말했다. 
 
신축 중인 안인화력 1,2호기는 1040MW급 발전기 2대, 총 2080MW 용량의 석탄화력 발전소다. 총 사업비 5조 6000억원을 들여 2023년 3월 준공 예정이다. 안인화력 인근엔 영동화력 1,2호기가 2017년부터 가동 중이다. 바이오매스를 태우는 1호기(125MW), 무연탄을 때다 현재 연료 전환 진행 중인 2호기(200MW)를 합쳐 총 325MW 용량의 발전소다. 한 마을에 인접한 발전소가 4기나 되는 셈이다.
 
강릉시 강동면 안인리에 위치한 갯목마을에서 72년간 거주한 주민이 지붕에 분진이 내려앉고 폐질환을 앓는 등 발전소 인근 마을에 살면서 생긴 일들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연 기자

강릉시 강동면 안인리에 위치한 갯목마을에서 72년간 거주한 주민이 지붕에 분진이 내려앉고 폐질환을 앓는 등 발전소 인근 마을에 살면서 생긴 일들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연 기자

 
 
강릉시 강동면 안인리에 위치한 갯목마을. 오래된 집 지붕 위에 검은 분진이 내려앉아 있다. 갯목마을 한 주민은 위쪽의 불그스름한 분진은 영동 1호기에서 우드팰릿(바이오매스)을 때기 시작한 뒤부터 날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강릉시 강동면 안인리에 위치한 갯목마을. 오래된 집 지붕 위에 검은 분진이 내려앉아 있다. 갯목마을 한 주민은 위쪽의 불그스름한 분진은 영동 1호기에서 우드팰릿(바이오매스)을 때기 시작한 뒤부터 날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이곳에서 남쪽으로 차로 30분 정도 거리의 삼척에도 새로 짓는 석탄화력 발전소가 2기 있다. 삼척시 적노동에 건설 중인 삼척화력 1,2호기는 2024년 준공 예정인 총 2100MW 용량의 발전소로 총 4조 9000억원이 투입된다.
 
건설이 진행중인 강원도 삼척 1,2호기 석탄화력발전소 입구. '명사십리'로 유명한 맹방해변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산으로 둘러싸여 겉에서는 시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장진영 기자

건설이 진행중인 강원도 삼척 1,2호기 석탄화력발전소 입구. '명사십리'로 유명한 맹방해변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산으로 둘러싸여 겉에서는 시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장진영 기자

 
석회석 광산으로 쓰던 곳에 발전소를 짓는데,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밖에서 볼 때는 높은 굴뚝(연돌)만 보인다. 2019년 착공했고, 현재 공정율이 27%다.
 
 
강원도 삼척 화력발전소 인근 상맹방 해수욕장. 삼척1,2호기에 석탄을 실어나르는 큰 배를 댈 접안시설 공사는 인근 연안 침식으로 현재 중단된 상태다. 공사현장 남쪽으로 파도를 막아 해안 침식을 방지할 수 있는 둑을 쌓는 중이다. 장진영 기자

강원도 삼척 화력발전소 인근 상맹방 해수욕장. 삼척1,2호기에 석탄을 실어나르는 큰 배를 댈 접안시설 공사는 인근 연안 침식으로 현재 중단된 상태다. 공사현장 남쪽으로 파도를 막아 해안 침식을 방지할 수 있는 둑을 쌓는 중이다. 장진영 기자

강원도 삼척 1,2호기 건설현장 인근 상맹방해수욕장의 모래가 깎여나간 모습. 기존의 흰 모래(사진 오른쪽)가 쓸려나간 해변에 짙은 모래(사진 오른쪽)를 쌓아 메웠지만, 기존의 모래와 달리 떡진 채 벽을 이루고 있다. 이마저도 간간이 치는 파도에 쓸려나가며 벽 가장자리부터 부서지는 모양새를 보인다. 장진영 기자

강원도 삼척 1,2호기 건설현장 인근 상맹방해수욕장의 모래가 깎여나간 모습. 기존의 흰 모래(사진 오른쪽)가 쓸려나간 해변에 짙은 모래(사진 오른쪽)를 쌓아 메웠지만, 기존의 모래와 달리 떡진 채 벽을 이루고 있다. 이마저도 간간이 치는 파도에 쓸려나가며 벽 가장자리부터 부서지는 모양새를 보인다. 장진영 기자

 
강릉과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현장 모두 해변에서 10분 이내 거리에 있다. 발전소에 땔 석탄을 실은 배를 댈 항만이 필요해서다. 
 
강릉 안인항과 삼척 맹방해변 모두 대형 선박을 댈 수 있는 접안시설을 만드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 과정에서 바닷물의 흐름이 막혀 모래사장이 깎여나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상맹방1리 주민 김덕년(59)씨는 "한때 '황금모래'라고 불리던 맹방해변 모래사장이 다 쓸려나가고 억지로 회색 모래를 덮어놨다"며 "지금 모래사장 상태는 파도가 1미터만 돼도 다 쓸려나갈 지경"이라고 말했다. 
 

탄소감축 일정 촉박한데…석탄화력소 7기 더해진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뉴스1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0’으로 줄여야 한다.
 
한 해 7억톤이 넘는 온실가스 중 86.8%는 에너지 부문에서 나온다. 정부도 발전 부문에서의 감축, 특히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 중단·축소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현재 건설 중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충남 신서천화력과 경남 고성 하이화력 1,2호기는 90% 이상 공사가 끝나 내년 준공 예정이다. 강릉 안인화력 1,2호기는 2023년, 삼척화력 1,2호기는 2024년 준공 예정이다. 준공 이후 통상의 가동연한인 30년동안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로 짓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엔 2054년까지 석탄화력 발전소가 남아있게 된다.  
 

환경단체 "신축 석탄발전소, 대통령 탄소제로 선언과 배치"

‘2050 탄소제로’로 가는 길. 31년동안 꾸준히 온실가스를 줄인다고 가정하면 1년에 평균 2267만톤씩 줄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2030년' 목표로 설정해둔 5억 3600만톤도, 평균 감축 필요 예상보다 부족한 목표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50 탄소제로’로 가는 길. 31년동안 꾸준히 온실가스를 줄인다고 가정하면 1년에 평균 2267만톤씩 줄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2030년' 목표로 설정해둔 5억 3600만톤도, 평균 감축 필요 예상보다 부족한 목표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우리나라는 2017년 7억 910만톤, 2018년엔 더 늘어난 7억 276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내뿜었다. 2019년도 7억 280만톤을 배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9년 배출량 기준으로 2050년까지 ‘0’으로 만들려면, 31년간 고르게 나눠 줄인다고 가정했을 때 한 해에 2267만톤씩 줄여야 한다. 2030년엔 4억 5343만톤, 2040년 2억 2673만톤 수준으로 줄이는 속도라야 2050년에 배출량 ‘0’을 맞출 수 있다. 올해 우리나라가 수립한 2030년까지의 국가배출량 목표(5억 3600만톤)도 상당히 더딘 속도다.

 
그런데 이들 신축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7기의 배출량은 한 해 감축량보다 더 많다. 강릉안인·삼척화력이 산업자원통상부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라 이들 화력발전소 총 4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만 2811만톤에 이른다.
 
신규 화력발전소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신규 화력발전소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짓고 있는 석탄발전소 신축·가동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에너지기후 활동가는 "석탄발전소 수명을 30년으로 정해뒀는데, 일단 가동을 시작하면 2050년까지 멈추기가 어렵다. 대통령의 '2050 탄소제로' 선언과도 완전히 배치된다"고 말했다. 그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중 공정률이 높지 않은 곳부터라도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민간기관에 의뢰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현재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맞춰야 할 2050년까지의 전력시장 구조를 감안하면 2020년 이후 가동을 시작한 석탄화력발전소는 2030년 가동률 62.4%, 2040년엔 25.2%, 2050년엔 10%로 떨어진다. 
 
기후솔루션 김주진 대표는 "2050년 넷제로에 맞춰서 2030년 탄소부터 당장 줄여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이 낮아지는 건 명백하다"며 "거의 쓰지 않는 자산이 될 발전소에 투자를 계속 하는 건, 결국 전력 생산비용만 높이는 셈이 돼 국민에게 손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석탄화력 등 발전시설 건설계획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이들 석탄화력발전소는 기존의 전력수급계획에서 전력 수요와 공급을 계산해 필요에 의해 건설이 결정된 시설"이라며 "'2050 넷제로'에 맞춰 탄소배출 감축 시나리오를 만들 예정이지만, 구체적으로 특정 발전소의 가동률을 예측하긴 아직 어렵고 사업자가 중단하지 않는 한 건설을 중단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18일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삼척 시내 및 맹방해변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홍진원 강릉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강릉과 삼척에 지어질 발전소는 수도권 전력수요 보충을 위한 것이라, 송전탑과 송전시설 건설로 추가적인 환경 훼손이 발생한다. 주민 입장에서는 이중, 삼중으로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가 강원도의 최고 자산인 해변과 산지를 훼손시켜가며 지을 만큼 필요한 시설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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