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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의 사람사진] 카메라를 든 궁궐 대목수 정명식

카메라를 든 궁궐 대목수 정명식

중앙일보 2020.11.18 00:12 종합 28면 지면보기
 
 
권혁재의 사람사진/ 정명식 대목수

권혁재의 사람사진/ 정명식 대목수

 
정명식, 그는 대목수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소속으로 우리나라 궁과 능을 담당한다.
궁과 능에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이가 바로 그다.
한옥 일은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다.
외할아버지, 외증조할아버지, 외고조할아버지가 대대로 대목수였다.
외할아버지에게서 배운 외삼촌을 따라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한 게다.
대학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했으며 물 흐르듯 한옥 현장에 들어왔다.
국가 문화재 보수반에서 152개 고택을 담당할 정도로 활약했다.
 
그러다 10년 전 그는 궁궐을 고치는 공무원을 택했다.
수입도 줄고 막내로 일해야 했지만 아랑곳없었다.
모름지기 ‘궁의 일을 해야 최고 목수’라는 신념 때문이었다.
 
 
발길, 손길, 눈길 닿는 그 모든 것을 살펴야 하는 게 궁궐 대목수의 사명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발길, 손길, 눈길 닿는 그 모든 것을 살펴야 하는 게 궁궐 대목수의 사명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특이하게도 대목수인 그는 연장과 아울러 늘 카메라를 지참했다.
카메라로 그가 한 일과 한옥의 역사를 자그마치 20년 넘게 기록해왔다.
이는 몇 세기의 시공간을 넘어 후손에게 전해야 한다는 대목수의 사명이었다.
이렇게 찍은 것으로 지난주 서울 에비뉴엘 월드타워 포토그랩스291 갤러리에서
‘The Palaces of Korea Uncoverd’라는 초대전을 했다.
 
 
종묘 정전 용마루/2013/ 정명식

종묘 정전 용마루/2013/ 정명식

특히 종묘 정전 용마루에 서서 찍은 사진, 궁궐 대목수 정명식만의 시선이었다.
아무나 올라갈 수 없는 곳, 이는 궁궐 대목수이기에 가능한 시선이었다.
보수 후 그는 늘 이렇듯 카메라를 들었다.
궁궐은 경회루만 빼고 용마루에서 내려다보며 거의 다 사진을 찍었다.
 
 
지붕에 오르면 아래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의 이유가 보인다. 길과 산과 집의 관계, 집과 집 사이의 관계, 집안에서 채와 채의 관계, 결국 나아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보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붕에 오르면 아래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의 이유가 보인다. 길과 산과 집의 관계, 집과 집 사이의 관계, 집안에서 채와 채의 관계, 결국 나아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보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옥 또한 지붕에서 전체를 조망하며 찍은 게 100여채 이상이다.
이 사진들이 알려지며 2018년엔 러시아, 2019년엔 이탈리아에서 전시했다.
앞으로 그는 감춰진 우리 궁의 신비를 9권의 사진집으로 엮을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이를 “비밀을 벗겨낸다는 의미의 ‘Uncoverd’ 시리즈”라고 했다.
아무나 볼 수 없는, 대목수 정명식만의 시선으로 궁궐의 비밀을 벗겨내는 사진,
시공간 너머의 후손뿐만 아니라 동시대인에게도 보여야 할 대목수의 사명일 것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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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권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