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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퇴직연금의 인프라 투자 활성화하려면

중앙일보 2020.11.18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허경욱 IFM인베스터스 고문

허경욱 IFM인베스터스 고문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를 극복할 방안 중 하나로 지난 9월 ‘K-뉴딜펀드’ 계획을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퇴직연금을 한국판 뉴딜펀드에 투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퇴직연금 투자 대상에 뉴딜 인프라펀드의 민자사업 채권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사실 한국의 퇴직연금에 대해선 연 1%대의 저조한 수익률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올해도 국내 운용사 43곳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연 1.75%(지난 6월 말 기준)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퇴직연금을 뉴딜 인프라펀드 재원으로 활용하게 한 것은 저수익의 늪에서 건져낼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인프라 자산은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이 낮다. 반면 일반 국공채보다는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한다. 인프라 자산의 장기 운용도 가능하다. 지금 같은 저금리 환경에서 퇴직연금 운용에 적합한 자산의 특성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평균 수익률이 연 8~9%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하는 호주 퇴직연금은 인프라 투자에 매우 적극적이다. 호주의 대표적인 퇴직연금 기금들이 모여 인프라 전문 자산운용사인 IFM인베스터스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공항·기차역·발전소 같은 다양한 인프라 자산에 투자한 뒤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 퇴직자의 노후를 책임진다. 적기에 이뤄진 인프라 투자는 호주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고 생활의 질을 향상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IFM인베스터스는 지난 7월 호주 정부가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을 극복하는 것을 돕기 위한 ‘호주 재건모델’을 제안했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맞아 연기금 자금 수십억 달러를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호주의 성공 사례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벤치마킹’할 수 있다. 퇴직연금 기금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 적극적으로 인프라 사업을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도입이 절실하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오래전부터 추진됐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번 21대 국회가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K-뉴딜펀드를 퇴직연금에 연계한 것을 계기로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관심이 인프라 투자로 향하길 바란다. 궁극적으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인프라 개발 모델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를 희망한다.
 
허경욱 IFM인베스터스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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