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김포국제공항 계류장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앞으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동하고 있다. 두 항공사는 취항 중인 국제선 노선 중 48개가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1/18/2fe57f83-3c9c-463a-87d3-524b8e4f9b0e.jpg)
지난 16일 김포국제공항 계류장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앞으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동하고 있다. 두 항공사는 취항 중인 국제선 노선 중 48개가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절차 시작
산은, 사외이사 3명·감사 지명키로
합의사항 어기면 위약금 5000억
양사 국제노선 115개 중 48개 중복
“직원 70% 휴직중인데 어떻게 될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보통주 6.54%, 우선주 0.53%)을 산은에 담보로 제공하는 내용도 합의서에 포함됐다. 익명을 요청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의 주식 전체를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주요 확약 조건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안전장치 차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름다운 사람들’ 34년만에 역사 속으로
대한항공은 내년 초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자회사로 운영한 뒤 1~2년 내 흡수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2022년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이름은 창립 3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인수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두 항공사는 극도로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국제선 여객노선 현황
강성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민간기업인 만큼 구조조정 여부는 주주와 직원의 이해가 다를 수 있다”며 “고용 충격을 막겠다는 국가적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인력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의사결정을 한 것은 앞으로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 초상집, 대한항공도 뒤숭숭
인수 대상인 아시아나항공은 초상집 분위기다. 익명을 요청한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산은이 한진가에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란 확약을 받았다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두 항공사 모두 직원 70%가량이 휴직 중”이라며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조건에 따른 고용 유지 의무가 끝나는 내년 4월이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승무원은 “(노선·인력 중복 가능성이 있는) 동종 업계의 인수만은 제발 피했으면 좋겠다는 게 직원들의 바람이었다”며 “이제 하루라도 빨리 이직 자리를 알아봐야 한다는 얘기가 사내에 퍼지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대한항공 최대 노조 “인수 공감” vs 조종사·아시아나 노조 “반대”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도 마냥 잔칫집 분위기는 아니다. 임직원 사이에선 “아시아나항공의 구조조정은 아시아나에서 해결해야 할 일인데, 인수 때문에 대한항공까지 피해를 볼 수는 없다” 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대한항공의 직원 수(1만8000여 명)는 아시아나항공(9000여 명)의 두 배인데 중복된 장거리 노선이 통폐합되고, 포화 상태인 국내선과 단거리 노선 조정이 있으면 대한항공 인력도 구조조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운항 승무원이나 정비사 등은 아시아나항공과 비교해 ‘클래스가 다르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면서 “인수 결정으로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레벨이 될 것이고, 이에 따른 희생은 대한항공 직원이 더 클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양대 항공사 합병에 따른 ‘노노(勞勞) 갈등’ 문제도 수면 위로 부상했다.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과 사무직 직원 등이 속한 대한항공 노동조합이 17일 한진그룹의 아시아나 인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문을 내면서다. 대한항공 노조는 조종사를 제외한 모든 직종 근무자 1만 1679명(8월 기준)으로 구성된 대한항공 최대 노조다. 이 노조는 “이번 결정이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운송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존재 가치를 확고히 하기 위한 결정이었음을 공감한다”며 “이번 인수는 항공업 노동자의 고용유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와 양 회사 경영진은 고용 불안에 떨고 있는 노동자의 고용안정 약속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또 3자연합에 대해 “노동자의 최우선 과제는 채권자와 주주 권익 보호가 아닌 고용안정”이라며 “이를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를 비롯해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열린조종사노조(아시아나), 아시아나 노조 등 나머지 5개 노조는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하면서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이들은 “양사 노동자의 의견이 배제됐다”며 “경영실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고 국민 혈세로 해결하려는 정경 야합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