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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부장이 감찰 받을 행동했다" 한동수에 반기 든 검사들

중앙일보 2020.11.17 20:19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채널A 사건을 수사하다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직무배제를 놓고 검찰 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직무배제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자, 일선 검사들이 "사실관계가 다르다" "감찰부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다"는 비판 글을 연달아 올리고 있다.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은 17일 오전 검찰 내부망에 '대검 감찰부장께 2'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검 감찰부장이라는 분이 감찰업무 관련 내용, 의사결정과정을 SNS에 마구 공개해도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정 부장은 "감찰부장님의 그러한 행위는 감찰 사안으로 판단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감찰부장 직의 무거움을 고려해 이번 감찰부장님의 행위에 대해 스스로 대검 감찰부에 감찰을 의뢰해, 감찰의 기준을 명확히 해주실 의향은 없으신지요"라고 덧붙였다.
 

전직 대검 과장들 "한동수 처신 부적절" 

정 부장의 글은 한 감찰부장을 직격한 것이다. 한 감찰부장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검이 법무부에 정 차장에 대한 직무배제를 요청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직무배제 요청을 결정하기까지 대검의 의사결정과정을 공개했다. 한 감찰부장은 '직무배제 요청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반영되지 않았고, 이후 본인은 결재에서 배제된 뒤 대검이 법무부에 직무배제 요청을 보냈다'고 했다. 
 
한 감찰부장의 페이스북 글이 공개되자 검찰 내부에서는 한 감찰부장이 감찰 과정에서 알게된 사실의 공표를 금지하는 지침(5조1항)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날에는 정유미 부천지청 인권감독관이 이프로스에 '대검 감찰부장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검 감찰부장이 내부 조율 과정을 SNS에 공개했다"며 "그 내용의 대담함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인권감독관은 "정 차장이 무슨 낯으로 후배를 지도하느냐, 직무배제해야한다"고도 적었다. 
 

서울고검 감찰부장 "정진웅 기소, 이의 없었다" 한동수에 반박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정 차장을 기소한 명점식 서울고검 감찰부장도 전날 이프로스에 "불기소 처분을 해야한다는 의견은 없었고 검사들 모두 기소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었다"고 했다. 이는 한 감찰부장이 "사건 처리 경위 및 결과가 검찰역사상 충분히 이례적이고 특별한 경우라 할만하다"며 문제제기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SNS를 통해 한 감찰부장을 비판한 평검사도 있었다. 부산지검 소속 평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해당 사건 기소 시 재량권 남용에 해당되는 의혹은 수사팀에 직접 확인하면 된다"며 "본인(한 감찰부장)이 결론을 냈어야 하는데 주말에 뜬금없이 던진(글을 공개한) 것이 여러모로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일선 검사들이 반발하자 정 차장에 대한 대검의 직무배제 요청을 묵살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곤란한 상황이 됐다. 채널A 사건을 '검언유착'으로 단정짓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 장관은 지난 5일 한 감찰부장에게 서울고검의 정 차장에 대한 기소를 재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지난 3일 MBC의 '서울고검이 주임검사의 불기소 의견을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한 의혹이 있다'는 보도가 감찰 지시의 배경이었다. 검찰 고위 간부는 "기소된 검사를 직무배제하기는 커녕 기소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기사 1건에 근거한 장관의 일련의 의사결정 과정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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