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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상조각 개척자 최만린 별세

중앙일보 2020.11.17 12:51
한국 추상조각의 거장 최만린 조각가. 2017년 모습이다. 신오석 촬영. [최만린미술관]

한국 추상조각의 거장 최만린 조각가. 2017년 모습이다. 신오석 촬영. [최만린미술관]

한국 추상조각의 개척자 최만린 조각가가 17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5세. 
고인은 한국에서 미술교육을 받은 1세대 조각가로 동양철학의 근원적 속성을 추상 형태에 담아 선보여왔다. 한국 근현대 조각, 특히 추상 조각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며 한국 추상 조각의 개척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

1958년 '이브' 연작으로 명성
1990년대 말 국립현대미술관장
지난 8월 최만린미술관 개관

 
고인은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1954년 경기고를 졸업하고, 1958년 서울대 조소과, 1963년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1974~75년 미국 록펠러재단 후원으로 미국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수학했다. 서울대 미술대학 학장 및 교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1997~1999)을 역임했다. 미대를 졸업하고 생계가 어렵던 시절 라디오 아나운서로 3년간 일한 그는 한국아나운서클럽 회장을 맡기도 했다.
 
최만린 조각가가 명성을 얻은 것은 1958년 한국전쟁의 상흔을 ‘이브’라는 인류의 대명사를 빌어 표현한 ‘이브’ 연작을 통해서였다. 1960년대부터 ‘천’, ‘지’, ‘현’ 시리즈와 ‘일월“ 시리즈 등 서예의 필법과 동양 철학이 모티프가 된 작품을 비롯해 생명의 보편적 의미와 근원의 형태를 탐구하는 ’태‘, ’맥‘, ’0‘시리즈 등 최근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최태만 국민대 예술대학장은 "최만린 작가는 형태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형태 자체가 의미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해왔다"며 "그의 작품엔 생명의 근원 형태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최 학장은 이어 "지난 10월 29일 열린 최만린미술관 개관 기념식에 직접 참석하셔서 말씀도 또렷하게 하셨는데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놀랐다"면서 "한국 미술계의 큰 별이 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최만린, 2016년 작, 석고 이정훈 촬영. [사진 최만린미술관]

최만린, 2016년 작, 석고 이정훈 촬영. [사진 최만린미술관]

최만린, 태, 1983, 청동. [사진 최만린미술관]

최만린, 태, 1983, 청동. [사진 최만린미술관]

고인은 지금까지 삼성미술관(2001), 국립현대미술관(2014)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으며 파리비엔날레(1967), 상파울로비엔날레(1960) 등 주요 단체전에 초대됐다. 2007년 대한민국미술인대상, 2012년 대한민국예술원상, 2014년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하였다.
 
지난해 서울 성북구는 고인의 아틀리에 겸 자택을 매입하고 고인으로부터 작품 126점을 기증받아 구립 최만린미술관을 조성했다. 10월 6일부터 이곳에서 개관 기념 '흙의 숨결'전이 열리고 있으며, 전시는 내년 1월 23일까지 이어진다. 고인의 가족으로는 성우 겸 배우 김소원씨, 계원예술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최아사씨, 연극배우 최아란씨가 있다. 빈소는 여의도 성모병원. 발인은 11월 19일 오전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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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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