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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 빌린 돈, 안갚아도 돼" 이런 영끌 금수저에 칼 뺀다

중앙일보 2020.11.17 12:00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일대. 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일대. 뉴스1.

올해 투기지역 내 아파트를 사기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20대 남성 A씨. 돈이 부족하자 아버지에게 손을 벌렸다. 자금조달계획서에는 아버지로부터 빌린 '차입금'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A씨가 아버지에게 돈을 갚은 흔적은 없었다. 국세청은 A씨가 증여 받은 돈인데도 허위로 차용증을 썼다고 보고 수억원 대의 증여세를 추징했다.
부동산 탈세 사례 1.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부동산 탈세 사례 1.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번에 세무조사를 받게 된 30대 남성 B씨는 최근 수십억원 대 꼬마빌딩을 사들였다. 기존 주인이 보유한 근저당 채무도 그대로 승계했다. 그러나 돌연 B씨가 승계받은 이 빚이 사라졌다. 모은 돈이 없었던 B씨가 빚을 갚을 능력은 없었다. 국세청이 파악한 결과, B씨의 어머니가 이를 대신 갚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길용 국세청 부동산납세과장은 "어머니가 아들 대신 빚을 갚아준 돈은 증여한 돈이기 때문에 증여세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탈세 사례 2.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부동산 탈세 사례 2.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부모 찬스' 등 85명 세무조사 

국세청은 17일 '부모 찬스'를 이용해 부동산을 사들인 청년층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 이들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부모 돈을 빌린 것처럼 꾸며 '영끌'했지만, 사실상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조사 대상자는 총 85명이다. 국세청은 자체 보유한 과세 자료와 자금조달계획서, 국토교통부·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통보받은 탈세 의심자료 등을 바탕으로 대상자를 선별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모아 둔 돈이 없는 청년층까지 아파트 청약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당첨만 되면 일단 계약금을 내고, 중도금·잔금 등은 신용대출 등으로 조달한다. 고가 아파트나 꼬마빌딩 등을 살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신용대출을 받아도 돈이 부족할 때는 부모에 손을 벌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당하게 증여세를 내거나, 부모와 대출 계약을 맺고 원금과 이자를 갚아 나가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조사 대상자들은 이런 과정을 생략했다.
 
이번 세무 조사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려고 분양권을 무주택자인 아들에게 싸게 팔아 양도세·증여세 탈루 혐의가 있는 부모도 자녀와 함께 대상에 포함됐다. 배우자로부터 거액을 증여받아 본인 명의로 아파트를 사고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전업주부도 있었다.
 

횡령한 돈 증여하면, 회사도 조사 

국세청은 부모 자금을 빌려 '영끌'한 경우, 자녀가 계약대로 돈을 잘 갚아 나가는지 금융 추적조사 등을 벌일 계획이다. 특히 부동산 취득 자금을 추적한 결과, 그 원천이 부모 소유 회사로부터 유출된 경우에는 사업체에까지 세무조사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다운계약서 등 허위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는 부동산을 판 사람과 산 사람 모두 관련 부동산을 팔 때 양도세를 추징하고 가산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사기 등 불법 탈세 사실이 확인되면 검찰에 고발한다.
국세청 세종청사 전경. [국세청]

국세청 세종청사 전경. [국세청]

"계약대로 대출 갚고 증여세 내면 문제없어" 

최근 정부가 부동산 매입을 위한 신용대출을 규제하면서, 부모와 자녀가 맺는 대출 계약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때 정기적으로, 또는 특정 시점에 원금·이자를 상환하는 내용으로 계약하고 이를 이행하면 불법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 부모로부터 중도금·잔금 등을 증여받을 시점에 정해진 세율대로 세금을 납부해도 적법한 거래로 인정된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과세당국이 구체적인 사인 간의 계약 내용을 일일이 간섭하진 않는다"며 "대출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거나, 증여세를 증여 시점에 납부하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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