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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 고추냉이 학대' 교사 자백…1심 무죄 2심 유죄 왜

중앙일보 2020.11.17 12:00
사회복무요원과 교사의 장애학생 학대 사건이 벌어졌던 서울인강학교의 모습. [연합뉴스]

사회복무요원과 교사의 장애학생 학대 사건이 벌어졌던 서울인강학교의 모습. [연합뉴스]

지적장애인 학생에게 고추냉이와 고추장을 강제로 먹인 전 특수학교 교사 A씨에게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1심 "압박감에 자백" 2·3심 "허위자백 가능성 극히 낮아"

검찰 수사 당시 자신의 혐의를 자백했던 A씨는 1심에서 무죄가 나오며 기사회생하는 듯 했다. 하지만 항소심이 이를 뒤집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도 이 판단에 수긍하며 아동학대 혐의를 피해가지 못했다. 
 
자백까지 했던 A씨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왜 엇갈린 것일까. '인강학교 학대사건'으로 알려지며, 유은혜 교육부총리까지 현장 점검에 나섰던 사건이다. 판결의 전말을 살펴봤다.
 

인강학교 학대사건이란 

'인강학교 학대사건'은 2018년 익명의 제보로 수사가 시작됐다. 2019년 서울북부지검은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학생 5명을 학대와 방임한 혐의로 인강학교 교사 2명과 당시 학교에 근무했던 사회복무요원 3명을 기소했다.
 
이중 A씨와, 학생을 폭행한 전 사회복무요원 3명에겐 유죄(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아동학대를 방임한 혐의를 받은 교사 B씨에겐 "방임의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가 나왔다. 전 사회복무요원들은 장애 학생을 캐비닛이나 책상 아래에 가뒀고, 머리와 배, 옆구리를 치고 얼차려를 준 혐의로 각 징역 6월·8월·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이들과 함께 무죄를 받은 교사 B씨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1·2·3심 모두 똑같았다.
 
인강학교 사건은 언론 보도 이후 유은혜 교욱부총리가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서기도 했던 사건이다. 사진은 지난 19일 특수학교 등교수업 현장을 방문했던 유 부총리의 모습. (기사와는 관계 없음) [연합뉴스]

인강학교 사건은 언론 보도 이후 유은혜 교욱부총리가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서기도 했던 사건이다. 사진은 지난 19일 특수학교 등교수업 현장을 방문했던 유 부총리의 모습. (기사와는 관계 없음) [연합뉴스]

검찰에 자백했던 교사, 법정선 "허위 자백" 주장 

문제는 교사 A씨였다. A씨는 애초 검찰 조사에선 장애 학생에게 고추냉이와 고추장을 강제로 먹인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같이 수사를 받았던 사회복무요원들이 그에 대한 목격담을 진술하기 시작하자 구체적인 범죄혐의를 털어놓았다. 피해자는 탄산 음료도 맵다며 먹지 않을 만큼 매운 음식을 싫어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A씨는 법정에 와서는 "도의적 책임감과 조급함에 허위 자백을 했다"고 말을 뒤집었다.  

 
1심에선 ▶A씨의 학대 사실을 목격한 사회복무요원 진술이 실제 사실과 일부 엇갈리는 점 ▶그러므로 그 요원의 말을 전해들은 다른 목격자의 진술도 신뢰할 수 없는 점 ▶A씨에 의해 강제로 고추냉이와 고추장을 먹은 피해자의 거부 행위를 본 다른 목격자가 없는 점 ▶A씨가 심한 긴장감과 압박감, 그리고 사회적 지탄에 검찰 조사에서 자백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사회복무요원은 2018년 봄에 A씨가 고추냉이를 피해자에게 강제로 먹인 사실을 봤다고 했지만, 실제 고추냉이가 급식에서 나온 시기는 그해 여름이었고, 각 목격자들의 진술이 검찰과 법원에서 조금씩 달라진 점도 무죄의 근거가 됐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5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 학대 폭력 사망에 대해 가해자 처벌과 정부의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5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 학대 폭력 사망에 대해 가해자 처벌과 정부의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1심 "무죄" 2·3심 "유죄" 왜 엇갈렸나

하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은 "도덕적 책임감과 곤혹스러운 순간을 빨리 모면하려 허위 자백을 했다"는 A씨의 주장을 배척하며 "자백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A씨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이 담겼다"고 지적했다. 또한 검사가 자백을 유도했다고 인정될 자료가 없는 점, 자백의 진술이 목격자들의 증언과 일부 부합하는 점 등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했다.
 
목격자들의 진술이 일부 사실과 다른 점은 기억력의 감퇴 영향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A씨의 자백에 대한 항소심의 판단엔 법리상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고추냉이를 먹을 때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은 이유로 "의사 소통이 여의치 않고, 고추냉이를 먹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피해자가 거부행위를 하지 않았기에 이를 본 목격자가 없는 것도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자백 번복 때 법원의 판단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피고인의 자백만이 유일한 증거일 땐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목격자의 진술과 정황 증거가 존재할 경우, 피고인이 자백을 뒤집더라도 법원은 자백의 신빙성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부장판사 출신인 도진기 변호사는 "번복된 자백의 진술 내용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지, 번복의 동기나 이유는 무엇인지, 자백과 정황증거 사이에 모순점은 없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지청장 출신 변호사도 "2022년부턴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이 사라져 법원에서 자백을 뒤집는 피고인이 늘 것"이라며 "수사 기관에선 객관적 증거와 주변인의 진술 등을 더 충실히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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