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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도 없는 서울시, 800억 ‘광화문광장 개조’ 강행 논란

중앙일보 2020.11.17 00:02 종합 10면 지면보기
서울시는 16일 광화문광장 동쪽(주한 미국대사관 앞 도로)을 넓히는 공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광화문광장 조감도. [사진 서울시]

서울시는 16일 광화문광장 동쪽(주한 미국대사관 앞 도로)을 넓히는 공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광화문광장 조감도. [사진 서울시]

서울시가 16일부터 ‘사람이 쉬고 걷기 편한 광화문광장’ 조성 공사를 시작한다. 광화문광장의 서쪽(세종문화회관 방향) 차로를 보도로 바꾸고 동쪽(주한 미국대사관 방향) 차로를 7~9차로로 확장하는 게 골자다. 서울시는 그동안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기관 협의도 충분히 거쳤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기존에 사업을 추진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해와 올해 5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한 마당에 시장 보궐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행로 넓히고 공원 조성 ‘첫삽’
경실련 등 “시민과 논의없이 진행
시장선거 5개월 앞 왜 서두르나”
서울시 “4년간 300회 이상 소통”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광화문광장 사업은 서울시 역사도심 기본계획(2015년)과 녹색교통진흥지역 특별종합대책(2018년)을 토대로 ‘광화문 일대 역사성 회복’과 ‘한양도성 내 보행공간 확충’이라는 시정의 연장선상으로 추진됐다”며 “시민들의 긴 참여와 소통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광장 서측도로는 광장에 편입해 보행로로 확장한다. 넓어진 광장에 총 100여 종의 크고 작은 꽃나무를 심어 공원같은 광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위치한 동쪽 도로는 일방통행인 6차로 도로를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7~9차로 도로로 확장한다. 현재 광장을 가운데 두고 왕복 12차로인 세종도로의 3~5개 차로는 사라진다. 자전거도로(폭 1.5m·길이 550m)도 들어선다. 동쪽 도로의 확장·정비 공사는 이달부터 시작해 내년 2월까지 완료한다. 공사 기간 현재 수준의 통행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1개 차로만 점유한다. 또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일대 ‘종합교통대책’을 수립하고 서울지방경찰청과 합동으로 ‘광화문광장 교통관리 태스크포스(TF)’도 즉각 가동한다.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개념도(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개념도(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광장을 공원처럼 조성하는 공사는 내년 5~10월 2단계로 나눠 진행한다.
 
그러나 비판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도시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공사는 시민사회와 논의 없이 진행되는 기습강행”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서울시는 2016년부터 300여회 시민 소통을 했다고 하지만 시민단체가 쟁점별로 제기한 의견들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차기 시장 선거 5개월을 앞둔 이 시점에 급하게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박 전 서울시장이 올해 5월에도 사업을 그만둔다고 밝힌 만큼 시장 권한대행 체제에서 800억원이 드는 공사를 추진하는 건 무리”라고 강조했다.
 
광화문의 주요 상징물인 이순신 장군 동상이 주변부로 밀려나는 듯한 구조로 바뀌는 것에 대한 지적도 여전하다. 조선 초 육조거리(오늘날 세종대로)는 관악산에서 오는 ‘화기’를 막는다는 이유에서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과 약간 꺾어진 형태로 지어졌다. 하지만 일제 때 조선총독부가 들어서며 일직선 축으로 바뀌었다. 이에 정부는 1968년 세종대로의 폭을 100m 크기로 넓히면서 도로축을 바로잡는 대신 이순신 장군 동상을 대안으로 세웠다. 전문가와 시민으로 구성된 광화문포럼은 2017년 “광장을 지금처럼 중앙이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치게 배치할 경우 광장의 중심성이 깨진다”고 지적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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