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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 문턱에 막힌 정의당 '중대재해법'…"민주당은 신 보수정당"

중앙일보 2020.11.16 17:58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16일 여의도역 앞에서 열린 정당 연설회를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못하는 민주당이 개혁 정당이라고 불릴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16일 여의도역 앞에서 열린 정당 연설회를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못하는 민주당이 개혁 정당이라고 불릴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자의 생명을 돈과 맞바꾸겠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보수정당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16일 오전 서울 지하철 여의도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는 정당연설회를 열고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민주당이 기업 측의 부담을 이유로 중대재해법 제정 대신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는 형태로 문제를 매듭지으려 하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이날 연설회에선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법안을 깨작깨작 고치는 행태”(박인숙 부대표) “노동자의 목숨을 과징금과 저울질하는 행위”(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 같은 비판이 쏟아졌다.
 

중대재해법 '올인'한 정의당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당내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주력하고 있는 의원 중 하나다. 사진은 류 의원이 산업현장에서 착용하는 작업복을 입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당내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주력하고 있는 의원 중 하나다. 사진은 류 의원이 산업현장에서 착용하는 작업복을 입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정의당이 지난 6월 당론 1호 법안으로 내놓은 중대재해법 제정안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의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그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형사 처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심상정·류호정·장혜영 의원 등이 법 제정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문제는 자당 의원(6명)만으론 법안의 통과는 물론, 공동발의 요건(10명)조차 채우기 어렵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란 의미다. 초기엔 민주당도 긍정적이었다. 이낙연 당 대표는 지난 9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해마다 2000명의 노동자가 산업 현장에서 희생되는 불행을 막는 것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0일 “산업안전은 정파간 대립할 문제가 아니다. 힘을 합쳐 산업현장 사고에 대처할 방안을 논의하겠다”며 전향적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정의당 '위태로운 연대' 

중대재해법을 놓고 여야가 모두 정의당과의 연대를 외쳤지만, 법안 발의는 요원하다. 민주당은 내부 논의 중에 ‘기업 옥죄기’를 우려한 의견이 많았다. 국민의힘 역시 16일 중소기업 단체장들로부터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하루가 멀다고 쏟아진다”는 항의가 쇄도하자 입장을 선회해 거리 두기에 나섰다.
 
지난 13일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50주기 '비정규직의 약속 결의대회' 현장. 뉴스1

지난 13일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50주기 '비정규직의 약속 결의대회' 현장. 뉴스1

민주당이 중대재해법을 우회하면서도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과 처벌 수위를 상향 조정하기 위해 택한 카드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산업 현장에서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3명 이상의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에게 10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물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중대재해법이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명문화한 것과 달리 과징금 수위를 높여 처벌을 강화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이르면 17일 발의할 예정이다.
박주민 의원은 지난 11일 정의당 법안과 차별화한 또 다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50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서는 관련 법 적용을 5년간 유예하는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

박주민 의원은 지난 11일 정의당 법안과 차별화한 또 다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50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서는 관련 법 적용을 5년간 유예하는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각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에서 법안이 심사될 예정이다. 정의당은 법사위에 소속 의원이 없고, 환노위에는 강은미 원내대표가 속해 있다. 반면 민주당은 두 상임위 모두 소속 의원이 과반이다. 상임위 심사 단계에서 두 법안 모두 정의당이 아닌 민주당의 입장이 우선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의당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중대재해법을 당론으로 채택해 협조해주지 않는다면 법안 처리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무게를 두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돈으로 노동자의 죽음을 보상하는 ‘나쁜 법안’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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