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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안 주면 운전면허 정지, 미혼모 출생신고에 가명 검토

중앙일보 2020.11.16 16:01
3일 서울 관악구의 한 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인근에서 수건에 싸여 있는 남아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교회 베이비 박스 인근 모습. 연합뉴스

3일 서울 관악구의 한 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인근에서 수건에 싸여 있는 남아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교회 베이비 박스 인근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중고 물품 거래 앱 ‘당근마켓’에 신생아를 입양하겠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지난 3일엔 서울 관악구 한 교회 앞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주변에서 신생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정부,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 지원 방안 발표
미혼모 출생신고 때 가명 사용 검토, '임신·출산 휴학' 허용

경찰청 등에 따르면 한 해 평균 127건의 영아 유기 사건이 발생한다. 지난 10년(2010∼2019년)간 영아 유기 사건은 1272건이었다. 경찰은 영아 유기 사건의 상당수가 미혼모 아동일 것으로 추정한다.    
 
여성가족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은 16일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아이를 낳아도 양육하지 못하는 미혼모가 여전히 많고, 이에 따라 유기ㆍ입양하는 아동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19년 국내외 입양 아동 704명 중 91.8%(646명)가 미혼모 아동이다. 
 

여가부는 이번 대책과 관련해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의 양육 환경 개선과 차별 해소를 목표로 했다”며 ▶임신ㆍ출산 과정 지원 강화 ▶출산ㆍ양육 차별적 제도 개선 ▶아동양육비 등 안정적 자녀양육 지원 ▶학업 및 취업 등 자립지원 등 4대 지원 방안을 내놨다.   
 
한부모는 법적 혼인상태가 미혼ㆍ이혼ㆍ사별 상태이며, 미혼 자녀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가구를 말한다.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총 152만9000가구다. 이 중 18세 이하 아동을 양육하는 한부모 가족은 38만4000가구다. 또 이 가운데 미혼모는 2만1000명, 미혼부는 7082명이다.  
[사진 당근마켓 어플리케이션 캡처]

[사진 당근마켓 어플리케이션 캡처]

 
우선 내년부터 양육비를 강화한다. 그동안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기초수급자가 돼 생계급여를 받으면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를 받을 수 없었으나 법령을 개정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그동안 만 24세 이하 청소년 한부모가족에 지원했던 추가 아동양육비 지원 대상도 만 34세 이하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달 한부모가족지원법을 개정했으며, 내년 4월 21일 시행한다. 인정숙 여가부 가족지원과장은 “법이 시행되면 생계급여 대상 한부모가족은 20만원의 아동양육비를 받을 수 있게되고, 이 중 만 34세 이하 한부모일 경우 추가로 양육비를 더 받을 수 있다”며 “추가 아동양육비 금액은 추후 결정되며, 10만~15만원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6월 양육비 채무자가 양육비 미지급시 운전면허를 정지한다. 한시적 양육비 지원 때도 채무자 동의 없이 신용ㆍ보험정보 조회 및 국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하도록 할 예정이다. 한시적 양육비는 채무자가 양육비 지급을 하지 않아 한부모가족의 아동 복리가 위협적인 상황일 때 정부가 한시적으로 채무자 대신 양육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이 때 정부가 채무자의 소득재산에 대해 추후 구상권을 청구하는데, 지금까지는 채무자 동의가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곧바로 구상권을 가동할 방침이다. 
 
한부모가족에 대한 주거 지원도 강화된다.  
지금은 중위소득 60% 이하에 들어야 한부모가족 복지시설에 입소할 수 있는데, 앞으로 중위소득 100% 이하로 확대한다. 입소 기간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다. 관련법령 지침 및 시행규칙을 개정해 이르면 내년부터 실시할 계획이다.  
 
인정숙 여가부 가족지원과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생업과 자녀돌봄을 병행하는 부담이 큰 만큼 저소득 한부모에 대해선 아이돌봄서비스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청소년 산모의 임신ㆍ출산 의료비 지원 대상 연령을 만 18세 이하에서 19세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만 19세 산모에게는 일반인과 같은 연간 60만원의 의료 지원비가 지급된다. 정부 추진안이 확정되면 만 19세 산모도 연간 120만원 가량의 청소년 산모용 임신ㆍ출산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여가부에 따르면 현재 만 24세 이하의 청소년 미혼모는 약 1700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미혼모의 8.4% 정도다.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미혼모 A씨(20·여)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인천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A씨는 올 1월말부터 최근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한 원룸에서 7개월 아들 B군을 수차례 때리고, 이달 22일 온몸을 손과 도구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1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미혼모 A씨(20·여)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인천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A씨는 올 1월말부터 최근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한 원룸에서 7개월 아들 B군을 수차례 때리고, 이달 22일 온몸을 손과 도구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1

 
정부는 또 영아 유기 사건이 늘면서 아동의 출생신고 서류 등에서 친모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보호출산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 유럽국가에서 채택한 방식으로, 독일에서는 출생증명서나 가족관계 서류 등에 친모의 이름을 가명으로 기록하고 아이가 태어난 날짜, 장소 등만 명시한다. 아이가 자라 15세가 되면 친모의 신상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할 수 있는데, 이때에도 친모가 동의해야 정보가 공개된다. 
미혼모로 아이를 출산할 경우 사회·경제적 차별과 불편이 생기면서 영아 유기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 이같은 보호출산제 도입을 검토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학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임신과 출산을 사유로 한 유예와 휴학도 허용키로 했다.
각 학교에서 대안교육 기관을 안내하고 전국 미혼모 거점기관과 연계해 청소년 미혼모가 즉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가족·사회와 고립된 미혼모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임신ㆍ출산 갈등상담과 정책정보 제공도 강화키로 했다.  
가족상담전화(1644-6621)에서 제공하는 24시간 ‘임신ㆍ출산 갈등상담’ 서비스를 전화, 인터넷 외에 카카오톡 상담으로 확대 운영하고, 청소년상담전화 1388에서도 임신ㆍ출산 관련 상담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동작구 소재 미혼모 자립매장 카페 '인트리'에서 '미혼모가족 소통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동작구 소재 미혼모 자립매장 카페 '인트리'에서 '미혼모가족 소통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이날 서울 동작구의 미혼모자립매장 ‘카페 인트리’를 찾아 미혼모들에게 이번 대책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이 장관은 “정부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마음으로 미혼모 등 한부모의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 자립 등 단계별 지원을 더욱 촘촘하게 챙기고, (이들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족의 한 주체로서 존중받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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