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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윤석열 대전지검 방문 직후, 원전 수사한게 우연인가"

중앙일보 2020.11.16 05:00 종합 22면 지면보기
중앙일보 ‘정치 언박싱(unboxing)’은 여의도 정가에 떠오른 화제의 인물을 3분짜리 ‘비디오 상자’에 담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 복잡한 속사정, 흥미진진한 뒷얘기를 ‘3분 만남’으로 정리해드립니다.

“이낙연 대표가 책임 있게 보궐선거를 치르고 임기를 다 하시는 게 어떨까 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낙연 대표 임기 연장론을 꺼내 들었다. 지난 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궐선거 때 원내대표가 당 대표 대행을 하는 게 맞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인터뷰에서 최근 당헌 개정해 4.7 재보선에 후보를 내기로한 결정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런 뒤 ’제 1ㆍ2 도시에서 치르는 선거에 집권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 게 오히려 시민들에게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후보를 내기로 한 것“이라며 ’경선을 거쳐 유능한 후보를 내겠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인터뷰에서 최근 당헌 개정해 4.7 재보선에 후보를 내기로한 결정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런 뒤 ’제 1ㆍ2 도시에서 치르는 선거에 집권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 게 오히려 시민들에게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후보를 내기로 한 것“이라며 ’경선을 거쳐 유능한 후보를 내겠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지난 8월 29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이낙연 대표가 대선에 도전하려면 당헌에 따라 다음 대통령 선거일(2022년 3월 9일) 1년 전인 내년 3월 9일 이전에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4ㆍ7 재보선까지 한 달가량 남은 시기다. 이럴 경우 차기 지도부 선출시까지 당 대표 권한대행은 김 원내대표가 맡게 된다. 
 
김 원내대표는 “당내 충분한 동의만 이뤄진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대한민국 제1ㆍ2 도시의 보궐선거는 너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당헌의 해당 규정은 대선 후보 경선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이 대표가) 보궐선거에서 책임을 다하게 하는 게 얼마나 공정성을 해치는 일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추미애ㆍ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두 차례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뒤 지난 5월 선출된 김 원내대표의 당내 위상은 174석 거여의 원내 사령탑 이상이다. 인수위원회 격이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정부 국정기조 설계를 총괄한 친문그룹 핵심이다. 지난 총선 땐 최재성 전략기획자문위원장(현 청와대 정무수석),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윤호중 사무총장 등과 선거 전략을 짰다.   
 
555조원의 사상 최대 예산안을 비롯해 경제 3법(상법ㆍ공정거래법ㆍ금융그룹감독법), 필수노동자보호법(생활물류발전법ㆍ가사근로자고용개선법ㆍ고용보험법ㆍ산재보험법 등) 등 논란이 큰 현안이 그의 앞에 수두룩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독식한 21대 국회가 5개월 지났다. 뭐가 달라졌나.  
“책임국회를 구현하자는 요구가 있었지만, 관행을 존중해 의석수대로 11대7로 상임위원장 자리를 배분하기 위해 협상을 했다. 그러나 야당의 사정 때문에 잘 안됐다. 상임위원장을 모두 우리 당에서 뽑게 돼 책임감이 훨씬 커졌다. 입법 실적으로 국민께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3ㆍ4차 추경을 처리했고, 법안처리를 위한 본회의도 4번 열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방역ㆍ민생ㆍ경제를 동시에 챙겨야 하는 21대 국회를 비교적 긴장감 있게 운영해 왔다고 생각한다.”  
 
정기 국회 내 처리를 약속한 법안이 크게 늘었다. 우선순위가 있나.  
“코로나로 사회 변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플랫폼 산업 확대와 그에 따른 새로운 노동형태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위기를 기회 삼아 추격형 국가를 선도형 국가로 탈바꿈시키면서 계층 간 격차는 더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입법과제가 많다. 어떤 게 우선이라는 건 적절치 않다. 탄소 중립 실현도 시대적 과제다.”
 
정기국회라고 하면 충돌과 몸싸움을 떠올리는 국민이 많다.
“국민의힘의 바뀐 정강·정책엔 시대 변화에 따른 요구가 다 반영돼 있다. 경제 3법 처리도 야당 비대위원장이 여러 번 천명했다. 각론에서 조정할 문제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 합의에 이르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거다.”
 
예산안 555조원은 사상 최대다. 야당은 K 뉴딜 예산을 집중 삭감하겠다고 한다.
“예산안은 늘 사상 최대이긴 하지만 이번엔 코로나 위기를 어떻게 빠른 속도로 극복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재정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오히려 야당에 묻고 싶다. 이게 아니면 무엇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 심사 전부터 절반 깎겠다고 나서는 건 고민이 부족해 나온 억지로만 보인다.”
 
민주당이 재정건전성을 경시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 의심은 말아달라. 기축통화가 아닌데 ‘찍으면 된다’는 생각은 성립하지 않는다. 재정건전성을 소홀히 하겠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 다만 우리 재정건전성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양호하다고 평가받는다. 확장 재정을 감당할 여력이 충분하다.”
 
555조원에 달하는 예산안 통과를 책임지고 있는 김 원내대표는 "코로나19 위기가 (계층간) 격차를 더 벌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그러기 위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재정 투입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555조원에 달하는 예산안 통과를 책임지고 있는 김 원내대표는 "코로나19 위기가 (계층간) 격차를 더 벌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그러기 위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재정 투입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바이든 정부가 탄생한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이 수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금 다르게 본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인데 여기엔 당시 한국 정부의 태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당시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북 관계 개선 시도를 찬성하지 않거나 반대해 미국 정부가 소극화됐다는 거다. 부통령 시절 판문점까지 가서 분단의 아픔을 눈으로 본 바이든은 다를 수 있다. 우리 정부의 중재자ㆍ촉진자 역할을 강화할 기회일 수 있다.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바이든 정부와 통하는 메신저가 있나.
“지금부터 100일이 중요하다. 외교 정책의 기조가 잡히는 정권 인수 단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 외교부 장관도 그래서 (최근에) 간 거고, 의원 외교도 강화하려고 한다. 현재 네트워크를 최대로 활용하되 부족한 건 새로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이 계속 도마 위에 오른다. 전세난도 심각하다.
“집값 상승세는 많이 잡혔다. 그런데 임대차 3법 통과 후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가 늘며 전세 매물이 부족해졌고, 서울에선 세대 분할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지난해 10월과 대비해 올해 10월 서울 인구는 4만여 명이 줄었는데 9만 세대 이상 늘었다. 예측하지 못하고 정책을 낸 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사력을 다해 대책을 찾겠다.”
 
경제3법은 원내대표에게 일임된 사안이라고 한다. 어떻게 정리되나
“그동안 재계와 시민사회 전반의 의견을 들으며 시뮬레이션도 해봤다. 재계 우려대로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기술유출이 일어날지. 당내에도 이견이 있었지만 거의 다 조정됐다. 다만 상임위 논의를 거쳐야 해 최종적으로 ‘정리됐다’고 말하긴 좀 힘들다. 관련 상임위 간사에게 야당과의 협상 가이드라인을 줬다.”
 
감사원 의뢰에 따른 검찰의 원전 관련 수사를 왜 “정치 개입”이라고 주장하나
“감사원 감사부터 불만이었다. 월성1호기 중단은 경제성ㆍ안전성ㆍ주민 수용성을 종합 고려해 내린 정책결정이다. 특히 경제성 판단은 예측의 영역이어서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경제성 판단 하나만 놓고 본 감사도 문제인데 수사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정책결정을 어떻게 검찰이 판단하나.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전지검을 방문한 지 일주일 만에 대대적 압수수색이 진행된 게 우연인가. 검찰권은 자제돼야 한다. 정책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한다.”
 
최근 대주주 요건, 재산세 감면 등 당ㆍ정 충돌이 잦다.
“동의하기 어렵다. 당ㆍ정간 부처간 이견은 늘 있을 수 있다. 이견을 활발한 토론으로 조율해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집행은 일사불란하게 하는 게 집권 세력의 태도다. 당이나 청와대의 입장을 어느 한쪽이 무조건 수용하는 관계가 건강한가.”
 
문재인 정부 들어 당의 정책통으로 평가받는 김 원내대표에게는 ‘그랜드 태년’‘스마트 불도저’ 등의 별명이 붙었다. 한 측근은 “(김 원내대표가)처음엔 불도저라는 별명을 ‘무식해 보인다’고 싫어했다”고 전했다. 최근엔 생각이 바뀌었다. 김 원내대표는 “불도저는 험한 지형을 정리하고 길을 내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나쁜 별명은 아닌 거 같다”며 “그러나 늘 협상을 중시해 왔다는 걸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원구성 협상을 두고 첨예하게 충돌했던 지난 6월, 그는 칩거 중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찾아 강원도 사찰까지 내달려 술잔을 기울였다. 주 원내대표에 대해선 “만남의 빈도가 잦아질수록 서로 안고 있는 처지나 환경 등에 대해서도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가 됐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ㆍ변호사, 김수현 인턴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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