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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과소평가된 ‘킥라니’의 역습

중앙일보 2020.11.16 00:18 종합 30면 지면보기
문병주 경제EYE팀장

문병주 경제EYE팀장

미래형 먹거리가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보행자와 자동차운전자를 위협하는가 하면 아무 데나 방치돼 있다. 무엇보다 탑승자의 안전이 문제다.
 
2017년 전국에 7만5000대 수준이던 전동킥보드가 20만대 이상으로 늘었다. 2018년 도입된 공유형 킥보드가 급성장을 이끌었다. 서울에서만 3만5800대 정도가 돌아다닌다. 스마트 모빌리티를 활성화하겠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앞장섰다. 2014년에 2078억원 정도였던 시장 규모는 올해 4200억원으로 늘었다.
 
사고도 많아졌다. 올해 상반기 사고 건수는 886건으로 지난해 전체 사고 건수(890건)와 비슷하다. ‘킥라니’라는 말이 이를 대변한다. 고라니처럼 인도나 차도에 갑자기 나타나기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관련 민원은 2016년부터 5년간 7배나 늘었다.
 
노트북을 열며 11/16

노트북을 열며 11/16

걱정은 더 커지고 있다. 다음 달 10일 시행을 앞둔 도로교통법 개정안 때문이다. 현재 법률상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다. 만 16세부터만 이용 가능하며,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이상 운전면허가 있어야 한다. 인도나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탈 수도 없으며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지키는 이용자를 본 적은 거의 없다. 한데 앞으로는 운전면허가 필요 없어지고, 만 13세부터 탈 수 있게 됐다. 규제가 자전거와 비슷한 수준으로 바뀌면서 자전거 전용도로 운행은 물론 안전장치 착용 의무도 없어진다. 소식에 빠른 ‘무면허 13세’들이 벌써 “전동킥보드를 사달라”며 부모를 조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잦아진 전동킥보드 사고 소식을 더 자주 접할까 두렵다.
 
프리 플로팅(free-floating)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공유형 킥보드는 이용자가 서비스 이용을 종료하고 자신이 원하는 지점에 킥보드를 세워두는 이 시스템에 기반한다. 지자체들이 전동킥보드 거치대를 만들고 벌금을 물리는 등 규제를 마련하겠다고 준비 중이지만 시행시기를 예상키 어렵다. 공유킥보드 사업자들은 사업 취지에 어긋난다고 불만이다.
 
신산업 육성이라는 취지라지만 안전장치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법 개정은 졸속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시행 전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발의된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 활성화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당분간 이용자의 연령을 현 수준으로 자발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기업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와 국회, 지자체가 킥라니의 역습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문병주 경제EYE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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