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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세계미생물학회 총회를 K바이오 이정표로 만들자

중앙일보 2020.11.16 00:13 종합 33면 지면보기
이상희 전 과학기술처 장관·헌정회 과학기술자문회의 의장

이상희 전 과학기술처 장관·헌정회 과학기술자문회의 의장

‘미생물 올림픽’인 세계미생물학회연합(IUMS) 2020년 총회가 11월 16일부터 5일간 대전에서 열린다. 이번 총회에는 바이러스학회·균학회·곰팡이학회의 세 학회에서 예선을 거쳐 선발된 160명의 최고 석학이 참여한다. 바이러스 관련 면역체계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스위스의 롤프 칭커나겔 교수가 기조 강연을 하는 등 다양한 미생물 분야에서 최고 연금술사들이 모이는 창조적 두뇌 경연장이다.
 

16~20일 대전 세계미생물학회가
석학들의 지혜 활용하는 계기 돼야

바이오산업을 국가 주력 산업으로 확정한 대한민국은 이번 학회에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미생물의 창조적 두뇌팀인 이번 총회에 큰 관심이 없다. 선진국의 경우 3년 주기로 열리는 총회를 유치하기 위해 정부와 학계·산업계가 총력 지원한다.
 
각종 미생물은 자연 생태계와 융합하여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거대한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의 주인공이 바로 미생물이다. 특히 모든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소를 다른 원소로 변환시킬 수 있는 위력을 미생물이 가지고 있다. 선진국들은 미생물들이 창출할 새로운 고부가가치 분야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있다. 자국에 국제 학회를 유치하면 가장 적은 투자로 전문 인력 양성과 첨단기술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은 이 총회가 유치되었을 때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일왕이 직접 환영사를 했다. 일왕은 특히 낫토와 발효주 등 미생물 발효산업의 부가가치가 자동차와 전자산업보다도 많다고 강조했다. 발효산업 덕택에 일본이 장수 국가가 되었다는 점도 일왕이 강조한 부분이다. 일본 정부는 세계미생물학회연합 총회 이후에 미생물 산업 육성 자금을 마련하고, 대학과 기업들의 국제 공동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오늘의 미생물·발효산업 대국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미생물 분야는 아니지만, 국제 학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성공한 대표적인 예가 일본 캐논이다. 복사기 선두주자였던 미국 제록스는 자체 거대 연구소를 집중적으로 활용한 반면, 후발 업체인 캐논은 국제 학회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캐논이 국제 학회 후원 등을 통한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 기술을 확보하며 기술 경쟁에서 제록스를 뛰어넘어 컬러복사기의 선두주자로 도약하게 되었다. 캐논의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좋은 귀감이다.
 
우리도 이번 세계미생물학회연합 총회를 통해 기업별·학회별로 국제 공동 연구의 발판을 마련하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우리의 주력 바이오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 마침 정부도 ‘그린 바이오 융합형 산업’을 국가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는 고령화 사회로 급변하고 있고, 바이러스 3차 세계대전의 가능성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이때 미생물학회의 석학들과 공동 연구를 체계적으로 추진하여 백신 등 바이러스 퇴치 약물을 개발하면 바이오산업은 물론 국가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과거 조류인플루엔자로 인류가 고통받고 있을 때 부도 직전의 스위스 제약업체 로슈가 조류인플루엔자 특허 약물인 타미플루를 개발·판매했다. 이로 인해 로슈는 물론 스위스도 큰 혜택을 받았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를 통해 까다로운 법적 절차 없이, 또 지적재산권에 대한 값비싼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 핵심 기술을 입수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학회 개최는 국가적 행운인 셈이다.
 
지금부터라도 선진국들의 바이오 분야 기초첨단기술을 국제학술회의를 통해 획득하는 데 나설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천부적 자질인 응용 상용화 능력을 결합해 산업화하게 되면 K팝처럼 K헬스와 K바이오로 세계 바이오시장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다. 대한민국을 바이오산업의 세계 메카로 만드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이상희 전 과학기술처 장관·헌정회 과학기술자문회의 의장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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