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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서 빠진 ‘갭투자 천국’ 해운대·김포 집값 폭등

중앙일보 2020.11.16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서울 아파트 전세난이 심해지자 경기도 김포 등 비규제지역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15일 오후 김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세난이 심해지자 경기도 김포 등 비규제지역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15일 오후 김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박모(41)씨는 지난달 해운대구의 소형 아파트(전용면적 41㎡)를 아내 명의로 샀다. 아파트값은 1억5000만원이지만 박씨가 실제로 낸 돈은 3000만원이었다.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1억2000만원)을 빼고 나머지 돈만 이전 집주인에게 줬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다.
 

비규제지역 임대차 2법 ‘풍선효과’
전셋값, 집값의 70~80%로 높고
70% 대출에 2주택 중과세도 없어
해운대구·김포·파주·천안 급등
“잦은 규제로 서민엔 대재앙 상황”

박씨는 2주택자가 됐지만 대출 규제나 세금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부산은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지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사는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3000만원을 빌렸다. 박씨는 “전셋값이 많이 올라서 아파트 한 채를 더 사는 데 부담이 적었다”며 “월 8만원 수준의 대출 이자와 재산세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3개월간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값은 8% 넘게 올랐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전국에서 갭투자가 가장 많았던 곳은 부산 해운대구(95건)였다. 경기도 김포(94건)와 경기도 파주(88건), 충남 천안 서북구(83건)가 뒤를 이었다. 아파트를 사들인 뒤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 살지 않고 전·월세를 놓은 거래를 기준으로 계산했다.
 
이들 지역은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율)이 높고 ▶대출 등이 상대적으로 쉬운 비규제지역이란 게 공통점이다. 정부가 이른바 ‘핀셋 규제’로 특정 지역을 강하게 묶자 비규제지역의 주택 시장이 들썩이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여기다 ‘임대차 2법’(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전셋값을 끌어올리며 갭투자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전국에서 ‘갭투자’ 많은 지역 톱5.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전국에서 ‘갭투자’ 많은 지역 톱5.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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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3개월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2.75% 올랐다. 집값이 주춤하는 상황에서 전셋값이 오르면 갭투자자에게 유리해진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부산 아파트 전세가율(지난달 말, 중위가격 기준)은 71.6%였다. 만일 집값이 5억원이라면 전셋값은 3억5800만원이라는 뜻이다. 경기도 파주(80%)와 충남 천안 서북구(79.7%)에선 전셋값이 집값의 약 80%를 차지했다.
 
규제의 ‘빈틈’도 갭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비규제지역에선 집값의 최대 70%(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2주택자까지는 무거운 취득세나 보유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지난 6·17 부동산 대책에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하지만 김포와 파주는 북한과 가까운 접경지역이란 이유를 내세워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포에는 수도권 2기 신도시인 한강신도시가 있다. 택지개발지구인 걸포·향산지구 등도 김포에 속해 있다. 김포에선 지난 3개월간 아파트값이 6% 넘게 올랐다. 파주에는 운정신도시와 금촌지구 등이 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접경지역이라고 해도 집값을 주도하는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지역이 (규제지역에서) 빠졌다. 경기도 양주에선 신도시(옥정)가 아닌 읍·면도 (규제지역에) 포함돼 형평성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잦은 규제로 시장이 많이 왜곡됐다. 중장기적으로 서민에게 대재앙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서민이 피해를 보지 않게 보호 방안을 고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18일 전세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전세난으로 인한 논란과 서민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 입장에선 뭐라도 내놔야 한다는 압박이 있지 않겠나”라며 “임대주택 공급 물량 확대와 시기 조율 정도가 (대책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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