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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쇠한 기력 보하며, 스트레스 받은 뇌 달래고…귀한 천연의 약재

중앙일보 2020.11.16 00:04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침향 효능 재발견

 
요즘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고 일교차가 15도 이상 벌어진 날이 이어지면서 여느 때보다 쉽게 피곤하고 예민해지는 사람이 많다. 보양을 위해 건강식품을 고르자니 막상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럴 때 선조들의 선택을 참고하면 어떨까. 예로부터 왕실에서 기(氣)를 보하기 위해 사용된 귀한 약재 중 하나가 바로 침향이다. 침향은 침향나무에 상처가 나거나 세균·곰팡이에 감염됐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수지(樹脂·나뭇진)가 짧게는 10~20년, 길게는 수백 년의 긴 세월을 고스란히 버텨서 얻어진 ‘천연 보약’이다.

병의 기운 다스리는 성질 지녀
예로부터 심신 안정 위해 쓰여
뇌 퇴화를 막는 효과도 밝혀져

 
 

한·중 전통 의서에 다양한 용도 기록

 
이렇게 탄생한 침향은 오래전부터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불교 경전 『중아함경』에는 “향 중에서 오로지 침향이 제일”이라고 쓰여 있을 정도다. 전통 의학에서도 침향의 건강상 가치는 높게 평가받았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뜨겁고 맛이 매우며 독이 없는 침향은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치료해 정신을 평안하게 해준다”고 언급했다. 중국 문헌에도 침향의 다양한 쓰임새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명나라 의서 『본초강목』에는 침향에 대해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며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즉 침향은 기력이 쇠하고 활력이 떨어진 몸을 보할 때뿐 아니라 정신을 안정시키는 데에도 활용돼 왔다.
 
이런 다양한 효과는 침향 본연의 성질과 관련이 깊다. 한의학에 따르면 침향은 올라오는 병의 기운을 내리는 성질을 지닌다. 뭉친 기운을 잘 풀어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구토·기침·천식·딸꾹질을 멈추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처방됐다. 『본초강목』에도 “상체에 열이 많고 하체는 차가운 상열하한(上熱下寒), 천식, 변비, 소변이 약한 증상 등에 침향을 처방한다”고 기록됐다. 서초아이누리한의원 황만기 한의학 박사는 “한의학에서는 침향의 이런 성질 때문에 침향을 기운을 잘 다스리는 약인 ‘이기약(理氣藥)’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또 침향은 잘 내려가거나 배출되지 못하는 것을 개선하는 성질이 있다. 침향이 복부 팽만, 변비, 소변이 약한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 과학 활용해 새로운 효과 증명

 
침향의 건강 효과는 전통 의학을 넘어 현대 과학을 통해서도 증명되고 있다. 최근 밝혀진 침향의 작용 기전은 ‘침향이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 및 뇌의 퇴행성 변화를 막는다는 것’이다.
 
지난 8월 국제분자과학회지 온라인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동서생명과학연구원 이진석·손창규 교수팀은 수컷 쥐를 대상으로 침향이 스트레스로부터 뇌를 얼마나 보호하는지 비교 관찰했다. 연구팀은 쥐 50마리를 10마리씩 다섯 그룹으로 나눠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은 한 그룹을 제외하고 나머지 네 그룹을 대상으로 매일 6시간씩 11일 동안 쥐에게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가했다. 이후 침향 추출물의 농도를 달리해 투여한 뒤 마지막 날, 쥐의 뇌 조직과 혈청을 적출해 혈중 코르티코스테론(스트레스 호르몬)과 뇌 해마의 손상도를 비교 분석했다. 코르티코스테론은 쥐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사람으로 치면 코르티솔에 해당한다.
 
이 연구결과, 쥐의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는 스트레스를 받기 전보다 5.2배 증가했다. 그런데 침향 추출물을 높은 농도(80㎎/㎏)로 투여한 그룹은 뇌의 활성산소가 가장 현저하게 줄었고 혈중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도 유의하게 감소했다. 뇌가 실험 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된 것이다. 연구팀은 “과도한 스트레스는 뇌의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를 과활성화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데, 이로 인해 생성된 염증이 신경세포를 죽이는 등 뇌의 산화적 손상을 일으킨다”며 “하지만 침향 추출물이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억제했다”고 분석했다. 스트레스로 인해 뇌가 손상되는 기전을 침향이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손창규 교수는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침향의 약리 활성 성분이 밝혀지면 현대인에게 만연한 스트레스성 퇴행성 뇌 질환의 치료에 유효한 약물의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퇴행성 뇌 질환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파킨슨병이 대표적이다.
 
이뿐 아니라 다수의 과학적 연구를 통해 침향의 유효 성분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침향의 핵심 성분은 ‘베타셀리넨(β-Selinene)’이다. 베타셀리넨은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증상 호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분이다. 연구에 따르면 만성 신부전증 환자에게 침향을 섭취하게 한 결과, 식욕부진과 복통·부종 같은 증상이 개선됐다. 이는 침향의 베타셀리넨이 신장에 기운을 불어넣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침향의 또 다른 핵심 성분으로 ‘아가로스피롤(Agarospirol)’을 꼽을 수 있다. 아가로스피롤은 신경을 이완하고 마음을 진정시켜 ‘천연 신경안정제’로 불린다. 이 성분이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해 불면증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는 보고가 있다. 단, 침향은 적정량을 섭취·복용해야 한다. 너무 많은 양을 한꺼번에 사용하면 두통·복통·설사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정해진 양만 섭취한다. 침향을 섭취할 땐 가급적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을 확인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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