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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 헌팅포차에선 ‘턱스크’…몸 바짝 밀착해 춤추며 노래 떼창

중앙일보 2020.11.16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14일 수원역 인근 헌팅포차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채혜선 기자

14일 수원역 인근 헌팅포차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채혜선 기자

“테이블이 빠져야 손님을 받죠. 한창 (놀) 때라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일단 줄부터 서세요.”
 

마스크 과태료 첫 주말, 열 체크 안해
클럽 상황도 비슷…실효성에 의문

지난 14일 오후 8시 헌팅포차·감성주점 등이 밀집한 경기도 수원역 인근 한 헌팅포차 앞. 입장 대기 시간을 묻자 직원은 이렇게 말하며 줄 맨 뒤에 서라고 안내했다. 이미 30여 명의 젊은 남녀가 헌팅포차 안 대기석을 넘어 2층 계단까지 길게 줄 서 있었다. 이 중 20대 여성 2명은 ‘여성 손님 대기 없이 입장’이라는 안내는 왜 써놨느냐며 투덜거렸다.
 
이윽고 들어선 헌팅포차 내부는 손님이 200여 명 넘게 들어차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방역수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이후 첫 주말이었다. 가게 안에서 마스크를 똑바로 쓴 건 직원들뿐이었다. 가수 지드래곤(32·본명 권지용)의 ‘삐딱하게’ 등 인기 곡이 흘러나올 때마다 손님들은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불렀다. 춤을 출 수 있는 장소 곳곳에서 남녀가 몸을 밀착해 춤을 추며 환호성을 질렀다.
 
14일 수원역 인근 헌팅포차 입장 대기 줄. 채혜선 기자

14일 수원역 인근 헌팅포차 입장 대기 줄. 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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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헌팅포차도 상황은 비슷했다. 신분증 검사를 마친 손님에게 직원이 손등 위에 도장만 찍어줬다. 발열 체크나 마스크 착용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20대 남성 2명은 “술이나 마시면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다”며 “이런 데 온다고 해서 코로나19에 걸릴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헌팅포차 주변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여성 A씨는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해제한 지난 9월 이후 헌팅포차가 다시 붐비고 있다”며 “포차 손님들이 마스크도 안 쓰고 담배를 피우러 쏟아져 나오면 코로나 확산이 걱정돼 무섭다”고 말했다. 실제로 헌팅포차에 있다가 밖으로 나온 20여 명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아예 가져오지도 않은 채 담배를 피웠다.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거나 바닥에 침을 뱉는 이도 많았다.
 
서울의 대형 클럽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게시물에 따르면 이태원의 유명 클럽에서는 손님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차 춤을 췄고 일부는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음악을 즐겼다. 이태원 주민 이모(33·여)씨는 “클럽 앞에 몰려 있는 사람들을 볼 때면 지난 5월 이태원발(發) 집단감염 때의 혼돈이 생각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미착용 시 과태료 부과라는 ‘채찍 정책’보다 미착용자에게 마스크를 나눠주는 ‘당근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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