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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광복절 집회 말라던 질병청, 이번엔 당일날 “수칙 지켜라”

중앙일보 2020.11.16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오후 울산 남구 태화강 둔치에서 열린 ‘전태일 50주기 열사 정신 계승 전국 노동자대회’를 마치고 울산시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오후 울산 남구 태화강 둔치에서 열린 ‘전태일 50주기 열사 정신 계승 전국 노동자대회’를 마치고 울산시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스1]

“다시 한번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지금처럼 더, 또 완벽하게 잘해 주시기를 부탁 올립니다.”
 

집회 9일전 일정 파악했지만 침묵
민노총 1m 거리두기 등 수칙 어겨
K방역 불신 없도록 잣대 세워야

지난 12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권준욱 부본부장이 이렇게 당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집중된 브리핑을 마무리하면서다. 민주노총의 ‘11월 14일 노동자 대회’는 언급조차 없었다.
 
방대본의 첫 언급은 대회 당일인 14일 오후에 나왔다. 임숙영 상황총괄단장은 오후 2시10분 “방역수칙 위반 등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할 방침”이라며 “집회를 신속히 끝내 달라”고 요청했다. 이미 1만5000명 가까이 모였고, 오전 11시에 집회가 시작된 곳도 있었다. 공허하기 짝이 없는 메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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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집회 일정은 지난 5일 나왔다. 서울 등 전국 14개 시도가 개최지로 예정됐다. 조합원 96만8035명(2019년 12월 25일 기준)의 거대 조직이다 보니 코로나19 전국 확산의 또 다른 기폭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게다가 하루 확진자가 6일 117명(전체 145명)으로 증가한 이후 계속 올라가던 상황이었다. 집회 당일에는 하루 발생 환자가 200명을 넘었다. 정세균 국무총리 등은 집회 자제라도 요청했지만(이 역시 공허했다) 방대본은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가맹조직별 ‘쪼개기 집회’를 했다. 14개 조직이 대방역·영등포역 등 서울 28곳으로 분산되는 식이다. 1단계 방역수칙을 고려한 듯 개별 장소 참가자를 99명 미만으로 맞췄지만 곳곳에서 1m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는 등의 모습이 목격됐다.
 
지난 8월 방대본은 달랐다. 보수 성향 단체의 8·15 도심 집회를 앞두고 연일 자제 요청 메시지를 냈다. 광복절 집회 직전 1주일간 하루 평균 신종 코로나19 확진자는 50.6명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대규모 도심 집회 등으로 (코로나19 환자가) 증폭되면 전국으로 퍼질 수 있는 그런 절박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방대본은 보수 성향 단체 주도의 10월 9일 한글날 집회를 앞두고도 “예측할 수 없는 다중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을 때 위험요인은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정 본부장은 의사이면서 과학자, 방역 전문가다. 질병청은 방역은 과학이라고 내세운다. 과학은 데이터가 기본이다. 그런 엄중함 덕분에 정 본부장은 초대 질병청장에 올랐다. 그런데 이번 민주노총 집회 대응 방식은 그런 엄중함과 사뭇 달랐다. 코로나19 방역에 불신이 스며들면 K방역의 명성이 깨질지도 모른다. “코로나19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라는 (중략) 국민의 준엄한 뜻과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결과다.” 정 본부장의 9월 질병청장 취임 일성이다. 국민은 이를 기억하고 있다.  
 
김민욱 복지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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