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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위가 팀장, 경감이 팀원 될수도" 책임수사관 도입에 열공중

중앙일보 2020.11.15 16:19
3월 경찰대에서 개최한 경찰대 제36기, 경찰간부후보생 제68기, 변호사·회계사 경력경쟁채용자 등 169명의 합동 임용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다. 뉴스1

3월 경찰대에서 개최한 경찰대 제36기, 경찰간부후보생 제68기, 변호사·회계사 경력경쟁채용자 등 169명의 합동 임용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다. 뉴스1

2021년부터 시행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최근 일선 경찰서에 ‘책임수사관’ 관련 공문이 내려왔다. 시험을 통과해야만 책임수사관으로 선발하겠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책임수사관 자격을 얻은 대상자에 한해 형사‧수사과 등 수사 파트에서 보직을 맡도록 할 계획이다.
 
15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다음 달 초 제1회 책임수사관 시험을 시행한다. 경찰 자체적으로 체계적인 법리 검토와 수사 진행이 필요해서다. 내년부터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데 따른 선행 조치다. 책임수사관으로서 시험을 통과한 인력에만 수사 지휘를 맡기겠다는 게 경찰 계획이다. 다음 달 첫 시험을 보고 내년 중순에 2회 시험을 치른 후에는 책임수사관 자격이 있는 사람만 수사 계통의 과‧팀장, 수사심사관 등 보직을 맡을 수 있다.
 
책임수사관 시험은 구체적인 사건 상황을 제시하고 어떻게 수사를 지휘할지 서술하는 방식으로 출제한다. 올해 치르는 첫 시험엔 수사부서 근무 경력이 10년 이상인 경위부터 경정 계급까지 응시할 수 있다. 일각에선 한 차례 시험으로 선발한 책임수사관이 이전까지 검사가 맡던 수사지휘 업무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계급보다 수사역량

책임수사관 제도를 보직과 연계할 경우 팀장이 팀원보다 계급이 낮은 상황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경감 계급인 팀장 밑에 경위가 일하는 것으로 굳혀져 있다. 하지만 경감급 책임수사관이 부족할 경우 경위가 팀장을 맡고 경감이 팀원으로 일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상명하복' 문화가 굳은 경찰 조직에 새 바람이 불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계급과 경력에 따라 수사 역량이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경위 팀장, 경감 팀원'과 같은 일이 실제로 생길지는 미지수”라면서도 “계급이 아니라 수사역량에 따라 보직을 배정하겠다는 게 책임수사관 제도의 원칙인 만큼 그런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경위 또는 경감이 팀장을 맡을 수 있게끔 명시해 규정상 문제도 없다.
 

"떨어지면 큰일…주말에도 공부"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 상당수는 시험공부에 들어갔다. 일선 경찰서 형사과에서 근무하는 한 경감은 “가점을 주는 게 아니라 필수기 때문에 시험 부담이 상당하다”며 “주말은 물론 평일 저녁에도 예상 시험문제를 추려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서의 수사과에서 일하는 경위도 “시험을 봤는데 떨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며 “수사 경험이 적더라도 계급에 따라 보직을 맡을 수 있던 현실을 생각하면 긍정적 변화”라고 말했다.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탐정업법 제정 입법방향과 전략 세미나에 참석한 김창룡 경찰청장(오른쪽). 오종택 기자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탐정업법 제정 입법방향과 전략 세미나에 참석한 김창룡 경찰청장(오른쪽). 오종택 기자

경찰청은 책임수사관 제도를 경찰에서 처음 도입하는 만큼 고난도 문제를 내겠다고 예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다음 달 치르는 시험은 1회 책임수사관을 선발하는 시험이라 상징성이 크다”며 “충분한 수사 역량이 있는 수사관을 선발하고, 이번 시험 난이도를 조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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