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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수였나, 벤투호 유럽 원정

중앙일보 2020.11.15 16:14
한국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5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멕시코와 평가전에서 실점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5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멕시코와 평가전에서 실점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유럽 원정 평가전. 무리였을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선수 등 7명 검사 결과 양성 나와
경기력·수입 등 고려해 원정 강행
6명 빠진 멕시코 평가전 2-3 패배
17일 카타르전 여부 협의 후 결정

 
유럽 현지에서 훈련과 경기를 진행한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4일(한국시각) 권창훈(프라이부르크)·황인범(루빈 카잔)·조현우(울산)·이동준(부산) 등 선수 4명과 스태프 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15일 재검사에서는 나상호(성남)·김문환(부산)의 감염이 확인됐다. 감염자는 총 7명이지만, 잠복기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감염 경로는 불확실하다. 국내에서부터 잠복기였거나, 비행 중에 또는 현지에서 지내는 중에 감염됐을 수 있다.
 
축구협회가 유럽 원정을 강행한 건 복합적인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여파로 1년간 단 한 차례의 A매치를 진행하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유럽 원정을 강력히 희망했다. 이르빙 로사노(나폴리) 등 정예멤버가 있는 멕시코를 상대할 기회라서다.
 
축구협회는 돈 문제도 고려한 측면도 있다. 코로나19로 축구협회는 주 수입원인 A매치를 치르지 못해 수입이 급감했다. A매치는 스폰서가 노출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재정난에 부딪힌 각국 협회에 500만 달러(57억원)씩 긴급지원에 나섰다. 대한축구협회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도 이번 달 영국 런던에서 잉글랜드와 평가전을 추진했다가 취소했다. 한국은 그나마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꼽힌 오스트리아로 장소로 정했다. 9월 초만 해도 오스트리아의 1일 확진자는 200명대였다. 지난달부터 급증하더니 12일 하루 확진자는 9000여명이었다. 일본도 13일 오스트리아에서 파나마와 평가전을 했다.
 
대표팀은 현지에서 경기장과 숙소만 오갔다. 호텔도 한 층을 통째로 빌렸다. 하지만 훈련장 트랙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은 현지인이 달리기하는 등 완벽하게 통제되지는 않았다. 특히 국내파 4명이 감염됐는데, 이들은 시즌을 마치고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축구협회는 멕시코, 오스트리아 협회와 협의해 킥오프 4시간 전에 멕시코전 정상 개최를 결정했다. FIFA 규정에 따르면 선수가 13명 이상만 되면 진행할 수 있다. 일본도 13일 상대 팀(파나마)에서 확진자 2명이 나왔는데도 경기를 진행했다. 유럽축구는 확진자가 발생해도 리그를 진행하고, 선수들은 위험국가를 포함한 각국에 흩어져 A매치를 치르고 있다.
 
15일 멕시코와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합작한 황의조(왼쪽)와 손흥민. [사진 대한축구협회]

15일 멕시코와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합작한 황의조(왼쪽)와 손흥민. [사진 대한축구협회]

 
15일(한국시각) 오스트리아 비너노이슈타트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한국은 멕시코에 2-3으로 졌다. 한국은 감염 선수 6명을 뺀 19명으로 경기에 나섰다. 황의조(보르도)가 전반 20분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후반 21분부터 4분 사이 3실점 했다. 선수가 모자라 미드필더 원두재(울산)와 정우영(알 사드)이 수비수로 나섰다.
 
17일 오후 10시 오스트리아에서 한국과 카타르의 평가전이 예정돼 있다. 축구협회 측은 “개최 여부는 카타르, 오스트리아협회와 협의해 봐야 한다. 선수 건강이 우선이다. 각종 방역 지침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감염자는 열흘간 현지에서 격리된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울산 골키퍼 조현우의 경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18일 카타르에서 재개) 출전이 불투명하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공백에 대비하고 있다. 원두재, 김태환, 정승현 등 나머지 소속 선수가 무사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영국 언론도 한국 대표팀 소식에 주목하고 있다. 손흥민 때문이다. 데일리 메일은 “손흥민은 감염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확진되면 오스트리아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토트넘이 크게 염려한다”고 전했다. 풋볼 런던은 “토트넘 팬들이 손흥민의 건강한 복귀를 기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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