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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능 확대'에 반기? 학부모 멘붕 온 서울대 입시안

중앙일보 2020.11.15 05:00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시행된 지난 6월18일 오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시행된 지난 6월18일 오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시에 학생부 내신을 반영하기로 한 서울대의 2023학년도 대입 전형을 두고 학부모들이 혼란에 빠졌다. 일부에선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인 정시의 틀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서울대 정시 개편안은 우려처럼 입시의 틀을 바꾸는 태풍이 될까.
 
논란은 지난달 28일 서울대가 2023학년도 대입 전형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고1 학생들이 응시할 대입이다. 서울대가 발표한 대입안의 핵심적인 변화는 수능으로만 선발하던 정시모집에 일정 비율 내신을 반영한 것이다. 정시 일반전형은 1단계에서 수능 100%로 2배수를 뽑은 뒤 2단계에서 수능 80점·내신 20점을 반영한다. 정시 지역균형전형에서는 내신을 40점 반영한다.
 
정시에 내신을 반영한다는 서울대 발표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11월 교육부는 입시 공정성을 강화한다며 2023년까지 서울대 등 16개 대학의 정시 비율을 4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학생들은 '정시 확대'를 곧 '수능 영향력 강화'로 받아들였다.
 

'정시 확대=수능 강화' 믿었던 학생들 '당황' 

지난 6월18일 오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치러진 6월 모의평가에서 고3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지난 6월18일 오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치러진 6월 모의평가에서 고3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중학생 학부모 박모(43)씨는 "정시 확대는 수능의 중요성이 커지는 정책이라고 생각해 학업 성취도가 높은 강남이나 목동으로 이사 가려 했다"면서 "갑자기 서울대에서 이런 입시안을 내니까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서울 강남구, 목동 등의 학교는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좋은 내신 등급을 받기 어렵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학원 관계자도 "실제로 서울대의 대입안 발표 이후에 입시전략에 대한 학부모의 상담 요청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미 1학기 내신 평가를 마무리한 고교 1학년 학생과 학부모도 불안한 상황이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김모(44)씨는 "정부가 정시를 확대한다고 밝혀 수능 공부에만 집중한다고 생각하고 내신 대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면서 "이미 본 시험이 입시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교육계에는 수시 선발을 선호하는 대학들이 정부의 정시 확대 기조에 반기를 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수능 중심 전형에 대학들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상징성이 큰 서울대가 '총대'를 멨다는 반응이다. 정시 확대를 지지해 온 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측은 "(서울대 입시안대로면) 정시 40% 확대는 무용지물이 된다"고 반발했다.
 

서울대 "학교 등한시한 학생 거르는 최소한의 장치"

서울대학교. 연합뉴스

서울대학교. 연합뉴스

 
이런 반응에 대해 서울대 측은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전형안에 대해 "1단계에서는 수능 100%로 선발하고, 내신평가는 기본 배점이 15점인 데다 절대평가로 이뤄진다"면서 "사실상 내신평가의 변별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에 따르면 내신 평가는 학생부의 교과학습발달사항을 바탕으로 평가자 2명이 A·B·C 등급으로 평가한다. A등급은 5점, B등급은 3점, C등급은 0점을 받는다. 평가는 교과 성취도와 이수 내용, 학업 태도 등을 종합해 절대평가로 이뤄진다. 
 
서울대 관계자는 "수능 100%의 1차 평가를 통과한 지원자 가운데 내신평가 C등급을 받을 학생은 거의 없다"면서 "C등급을 둔 이유는 수능만 준비한다며 학교생활을 등한시하는 학생을 걸러내기 위한 최소한의 보완 장치"라고 말했다.
 

"모호한 내신평가 기준" "왜 고1부터" 불만 남아

 
입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내신 반영에 대한 우려가 과장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서울대 지원자 정도면 거의 A·B등급을 받을 텐데, 점수 차는 겨우 2점"이라면서 "학교생활을 엉망으로 한 학생이 아니라면 결국 수능으로 합격이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서울대가 모호한 내신 평가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A씨는 "이미 내신 성적을 받은 고1에 적용될 입시안을 지금 내놓은 건 아쉽다"면서 "모호하게 설명돼있는 내신평가 기준을 더 구체적으로 안내해줘야 학생들의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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