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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명 확진 터진날 집회 강행한 민노총 "무장경찰 과하다"

중앙일보 2020.11.14 17:17

“10만명이 모인다는 말에 경찰이 무장까지 하고 왔다. 과하다.”  

 고(故)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한상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변인이 한 말이다. 한 대변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집회를 강행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듯 “민노총이 이상하게 몰린다”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날 집회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개월여 만에 200여명을 넘어서는 가운데 열렸다. 
 
14일 오후1시49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참가자들. 박현주 기자

14일 오후1시49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참가자들. 박현주 기자

 
14일 오후 2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여의도공원 12번 출입구에서 210m 떨어진 거리에서 민노총은 100인 미만의 참가자들이 모인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행사 시작 전 ‘전태일 3법’이 적힌 검은색 패션 마스크를 착용한 참가자들은 체온측정 후 인적사항을 기재했다. 안내석에선 참가자를 대상으로 투명한 페이스쉴드(얼굴덮개)를 제공했다. 피켓을 든 집회 참가자 50~60여명이 200개 남짓 되는 자리에 착석했다.  
 

펜스 밖 인원까지…참석자 100여명

다만 펜스 바깥에 위치한 참가자를 합치면 집회 참석자는 100명이 넘는 모습이었다. 집회 장소 뒷편인 여의도공원 공터에는 발열체크를 받지 않은 참가자 40여명이 모여 돗자리를 깔고 구호를 외치거나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마스크를 내리고 초콜릿을 먹으며 상대와 대화하거나 통화하는 참가자도 곳곳에서 보였지만 경찰로부터 별다른 제지를 받지는 않았다.
 
12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펜스 바깥에 위치한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현주 기자

12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펜스 바깥에 위치한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현주 기자

 
집회가 열리던 여의도공원 앞에서 운동하던 50대 남성 김모씨는 “전태일 열사를 기리는 것은 좋지만 하필 이 시국에 굳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를 열어야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다른 방법도 분명 있었을 텐데 너무 과도했던 것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주말에 아이와 함께 산책 나왔다는 A씨도 “잠깐 바람 쐬러 나왔는데 집회가 생각보다 규모가 큰 것 같아 불안한 마음에 집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노총 ‘쪼개기 집회’에…경찰 차벽 설치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민노총 주최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는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ㆍ대방역ㆍ공덕역ㆍ합정역ㆍ마포역 등 서울30여 곳에서 분산돼 진행됐다. 각 집회의 신고 인원은 최소 50명에서 최대 99명이다. 지난달 12일부터 서울시가 방역 수칙 준수를 조건으로 100인 미만 집회를 허용하는 점을 고려해 주최 측이 집회 참석자를 다양한 장소로 분산시켰다.  
 
경찰은 여러 곳에 동시다발적으로 신고된 인원이 몰려 대규모 집회로 발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10여개 부대, 7000여명의 경력을 투입해 상황을 주시했다. 돌발행동이 우려되는 국회 정문과 차량 통행하는 구간을 제외하고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워 대규모 집회로 불어날 가능성을 봉쇄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금일 민중대회 집회와 관련, 국회주변 집회금지 구역에 차벽을 설치하고 불법집회에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2일 오후1시쯤 국회의사당 앞 대로에 놓인 경찰 차벽. 박현주 기자

12일 오후1시쯤 국회의사당 앞 대로에 놓인 경찰 차벽. 박현주 기자

 
전문가들은 민노총의 ‘쪼개기 집회’를 두고 우려를 나타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방역수칙에 민감한 전공의까지 여럿 감염됐는데 이는 코로나가 지역사회에 많이 퍼져있다는 의미”라며 “쪼개기 집회면 괜찮다고 하는데 동시다발적으로 소규모 감염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괜찮다고 받아들이면 안된다”며 “최근 하루 확진자 수가 1000명대까지 간 일본 사례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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