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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치매 환자의 의사도 존중하는 일본의 치매 치료 지침

중앙일보 2020.11.14 13: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63)  

 
만약 당신이 어떤 질병에 걸린다면 질병을 이해하고 치료방법과 치료 장소 선택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예를 들면 대장암이 발견되었다고 하자. 대장암이라는 질병, 현재 대장암의 진행 정도를 이해하고 있는지, 어떤 치료방법을 선택할지(수술이나 수술 이외의 다른 방법), 생활장소로 집에서 보낼지 아니면 시설에서 보낼지 등 다양한 선택지에서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의사를 표시해야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치매환자의 경우 질병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 이 경우 가족이 대리해 의사를 결정한다. 가족이 대리로 의사결정을 내리더라도 정말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족이라도 환자 본인의 의견이 아닐 수 있다. 또한 가족 중에도 의견이 다르고 환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치매환자의 경우 질병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 이 경우 가족이 대리해 의사를 결정한다. [사진 pxfuel]

치매환자의 경우 질병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 이 경우 가족이 대리해 의사를 결정한다. [사진 pxfuel]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먼저 환자가 이야기한 가치관을 생각해본다. 예를 들면 치매환자가 등장하는 TV 드라마를 보면서 “저렇게 고통스럽게 가고 싶지 않다”, “마지막까지 연명치료를 받고 싶지 않다”고 평소에 말한 것이 본인의 의사일지도 모른다. 좀처럼 죽음에 대해 말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이전의 언행과 행동으로 환자 의사를 어느 정도 짚어볼 수 있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세계적으로 치매환자는 증가하고 있다. 여러 국가에서 능력이 없는 사람의 종말기 의료에 관한 의사결정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있다. 그중 영국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선구적인 국가다. 일찍부터 고령자의 삶의 질에 대해 다각적인 관점에서 대처하는 ‘Growing Older Programe’을 실시했다. 2005년에 판단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가능한 자기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의사결정능력법(The Mental Capacity Act 2005)’을 제정해 2007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이 의사결정능력법은 5가지 기본원칙을 담고 있다.

 
-사람은 의사결정능력이 없다는 증거가 없는 한 누구라도 자신이 의사결정을 내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간주한다.

-사람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지원, 의사를 표명하기 위한 지원을 받을 권리를 갖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경우에만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 설령 현명하지 않은 판단 또는 불합리한 판단을 하더라도 의사결정능력이 없다고 간주하지 않는다.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할 경우에는 본인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 사람에게 본인의 기본적 권리와 자유의 제한이 적도록 대응해야 한다.

 
영국에서는 의사결정능력법에 따라 생명에 관련된 의사능력 여부를 점검하고, 능력이 있으면 본인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후견인이 지원한다.

 
일본은 2014년 장해자의 권리를 존중하도록 규정한 ‘장해자의 권리에 관한 조약’을 마련했다. 치매상태에도 본인의 자기 결정을 존중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후 의사결정지원제도를 더욱 확충하기 위해 후생노동성은 전문가들과 함께 치매환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방법을 검토했다. 그리고 2018년 치매환자의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의 의사결정지원 가이드라인을 작성했다. 물론 영국의 의사결정능력법의 핵심내용을 참고하고 내용에 반영했다. 의료종사자의 가이드라인이자 가족도 의사결정지원자로서 가족의 지원방법도 포함되어 있다. 치매환자가 자기답게 살아가기 위해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를 존중한다는 기본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치매 환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제시한 최초의 지침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어떻게 본인의 의사를 존중할지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의사결정 가이드라인에는 3가지 기본원칙이 포함되어 있다.

 
첫째, 환자의 의사존중이다. 지금까지 의료 복지현장에서 치매환자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었다. 또한 생물학적(의학적)으로 선의로 생각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만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본인의 의사에 따르지 않으면 의학적으로 선의로 생각되는 지원이라도 본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가이드라인은 본인의 의사에 따르는 것이 본인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것은 영국의 의사결정능력법의 기본 이념과 동일하다. 가이드라인은 치매환자가 의사결정을 하면서 존엄을 갖고 생활하는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의사결정을 위해 인지능력에 맞춰 설명해야 하고, 지원자의 관점이 아니라 본인이 표명한 의사를 존중한다는 이념을 담았다. 이 내용 중 본인의 의사를 우선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본인은 자택에서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고, 본인을 지원하는 사람은 요양시설에 입주하는 것이 건강한 생활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그 의사결정이 환자 본인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본인의 의사를 우선해야 한다.

 
또한 언어뿐만 아니라 표정과 몸짓으로도 본인의 의사를 파악해야 한다. 사람은 언어뿐만 아니라 표정과 동작을 통해 의사를 표현한다. 이것은 치매환자도 마찬가지다. 표정과 동작이 거부의 표시인지, 반사적인 동작인지 생각하면서 관여하는 것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간병인이 식사를 지원할 때 환자가 얼굴을 찌푸려도 지금까지 영양을 섭취하는 의학적 장점만을 주목해 무리하게 식사를 지원했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에 따라 환자가 얼굴을 찌푸리면 먹고 싶지 않다는 의사표시인지, 치통의 원인인지 그 이유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언어뿐만 아니라 표정과 동작을 통해 의사를 표현한다. 치매환자도 마찬가지다. 표정과 동작이 거부의 표시인지, 반사적인 동작인지 생각하면서 관여하는 것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다. [사진 pixy]

사람은 언어뿐만 아니라 표정과 동작을 통해 의사를 표현한다. 치매환자도 마찬가지다. 표정과 동작이 거부의 표시인지, 반사적인 동작인지 생각하면서 관여하는 것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다. [사진 pixy]

 
가이드라인은 반드시 생물학적 최선과 합치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 결과 본인이 사망하고 가족이 납득하지 않고 소송하는 걸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본인의 의사를 저해하는 경우도 있고,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 결과 낙상이 발생할 경우에는 가족과 분쟁도 예상된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입장에 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가족도 본인의 의사결정지원자로 기재하고, 동시에 가족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즉 가이드라인은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가족도 본인의 의사결정의 지원자로 참여하도록 했다. 가족에게도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본인 의사결정능력의 배려다. 이 경우 치매 정도에 관계없이 본인에게 의사가 있고, 의사결정능력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즉 치매에 걸렸다고 해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의사결정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본인의 의사능력을 고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본인의 인지능력을 높이도록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본인의 의사결정능력은 행위의 내용에 따라 상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의사결정능력은 있느냐 없느냐의 선택이 아니라,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떨어지고 상실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의사결정능력은 치매상태뿐만 아니라 사회심리적, 환경적, 의학 신체적, 정신적 상태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치매환자가 결정할 수 있도록 잔존능력을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셋째, 가족과 복지단체, 의료진 등이 협력해 일찍부터 치매환자를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지원팀은 고립된 독신고령자에게 적극 대응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치매환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기 위해 법률행위와 일상적 결정 등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앞으로 치매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영국에서 의사결정능력법과 같이 치매환자에 관련된 다양한 차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법률을 정비하고 지원체제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커리어넷 커리어 전직개발 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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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이형종 커리어넷 커리어 전직개발 연구소장 필진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 한국은 급속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인생100세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대응책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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