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패션 좀 안다? …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 눈여겨 볼 이유

중앙일보 2020.11.14 11:03

“체스 스타치곤 너무 화려하잖아요.”

1960년대를 배경으로 체스 신동의 인생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의 대사다. 체스를 두는 여성이 드물었던 시절, 독보적인 재능으로 가는 곳마다 화제를 뿌리고 다니는 주인공 베스 허먼의 스타일을 두고 한 말이다.  
주목받는 체스 신동으로 매회 화려한 패션을 선보이는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의 베스 허먼. 배우 안야 테일러 조이가 연기했다. 사진 넷플릭스

주목받는 체스 신동으로 매회 화려한 패션을 선보이는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의 베스 허먼. 배우 안야 테일러 조이가 연기했다.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 속 패션
1950·60년대 스타일 치밀하게 고증
온라인 뮤지엄에서 360도 의상 전시

지난 10월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미니시리즈 ‘퀸스 갬빗’이 화제다. 1983년 출간된 월터 테비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퀸스 갬빗은 엄마를 잃은 7세 소녀가 보육원에 들어가 지하실에서 건물 관리인에게 체스를 배워 천재로 이름을 알리는 이야기다. 총 7부작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50년~60년대를 배경으로 화려하게 펼쳐지는 극중 패션 스타일이 최대 볼거리다.   
어린 고아 소녀가 체스에 천부적 재능을 발견하면서 여러 고수들과 대결을 거쳐 체스 챔피언이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 넷플릭스

어린 고아 소녀가 체스에 천부적 재능을 발견하면서 여러 고수들과 대결을 거쳐 체스 챔피언이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 넷플릭스

 
배우 안야 테일러 조이가 연기한 주인공 베스 허먼은 극 중에서 체스계의 독보적인 스타가 된다. 고향인 미국 켄터키주에서 출발해 라스베이거스‧뉴욕 등 미국 전역을 돌며 체스 경기를 하고, 멕시코시티와 파리를 거쳐 최종 대결지인 모스크바까지 원정 경기를 간다. 매번 무대에 오르듯 체스판 앞에 서는 베스의 화려한 모습은 50년대를 풍미했던 메릴린 먼로와 오드리 헵번, 60년대 트위기 등 당대 스타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동시에 크리스티앙 디올, 피에르 가르뎅, 메리 퀀트, 앙드레 쿠레주 등 패션 역사에 획을 그은 당대 거장 디자이너들의 전설적인 룩을 완벽하게 고증해 매 장면 독보적인 스타일을 보여준다.  
1950년~60년대 시대상을 표현하기 위한 패션은 물론 인테리어도 눈길을 끈다. 사진 넷플릭스

1950년~60년대 시대상을 표현하기 위한 패션은 물론 인테리어도 눈길을 끈다. 사진 넷플릭스

 
보육원이 배경이 되는 극 초반, 베스는 주로 수수한 스타일의 린넨 드레스와 괴짜 느낌의 짧은 뱅 헤어 스타일로 등장한다. 새로운 가정에 입양된 후 체스 토너먼트에서 첫 승리를 거두고 베스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시 학교에서 잘 나가는 친구들이 신던 블랙앤화이트 구두. 상금이 조금씩 넉넉해지면서 베스의 패션은 점점 화려해진다. 극 중반에는 허리를 잔뜩 조인 플레어스커트에 네크라인이 깊게 파인 티셔츠나 블라우스를 입는다. 머리는 짧게 곱슬 거리는 단발로 스타일링해 고전적인 느낌의 50년대 스타일을 재현한다. 잘록한 허리의 플레어스커트는 50년대 디올의 ‘뉴 룩’을, 짧게 달라붙은 곱슬머리는 오드리 헵번을 떠올리게 한다.  
극 중반에는 주로 1950년대 여성미를 강조한 고전적 스타일의 패션이 등장한다. 사진 넷플릭스

극 중반에는 주로 1950년대 여성미를 강조한 고전적 스타일의 패션이 등장한다. 사진 넷플릭스

 
베스의 고전적인 차림은 점차 60년대 모던 룩으로 변화한다. 미니 원피스에 발목 위로 올라오는 양말을 신어 디자이너 앙드레 쿠레주의 상징적인 룩을 완성한다. 피에르 가르뎅이 당시 유행시켰던 현대적 디자인의 베이지 블랙 드레스를 입기도 한다. 트위기처럼 눈에 과장된 아이라인을 그려 60년대 모즈룩 스타일을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날엔 파자마 차림에 청바지를 입어 당시 화제를 불렀던 유니섹스 룩을 표현한다. 드라마는 고아 소녀가 세계 최고의 체스 선수가 되기까지 시간의 흐름과 시대 변화를 패션으로 치밀하게 그려낸다. 퀸스 갬빗의 의상 감독은 영화 ‘타인의 삶’에서 의상 감독을 맡았던 가브리엘 바인더(Gabrielle Binder)다.  
1960년대 당시 인기를 끌었던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 스타일의 의상을 입은 주인공. 앞코가 뾰족한 플랫 슈즈를 들었다. 사진 넷플릭스

1960년대 당시 인기를 끌었던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 스타일의 의상을 입은 주인공. 앞코가 뾰족한 플랫 슈즈를 들었다. 사진 넷플릭스

 
베스는 종종 체스판과 흑과 백의 말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는다. 첫 상금으로 산 신발도 블랙앤화이트 구두였고, 중간중간 체크 패턴이나 바둑판무늬 블라우스, 격자무늬 코트 등을 입고 등장한다. 베스의 이런 의상은 체스가 곧 그의 삶이자 생활임을 의미하는 듯하다. 베스의 화려한 의상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체스 경기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중요한 경기부터 배경으로 등장하는 작은 경기까지 포함해 7부작 드라마에는 총 300여 번의 체스 경기가 등장한다. 매번 비슷해 보일 수밖에 없는 체스 경기에서 베스의 의상은 경기에 색을 입히는 포인트다.  
체스판을 연상시키는 체크, 바둑판 무늬 등 기하학적 패턴의 의상으로 1960년대를 표현했다. 사진 넷플릭스

체스판을 연상시키는 체크, 바둑판 무늬 등 기하학적 패턴의 의상으로 1960년대를 표현했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공들인 이 의상들을 드라마로 끝내지 않았다. 브루클린 박물관과 협업해 온라인 상에서 퀸스 갬빗 의상 가상 전시회를 마련했다. 또 다른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과 함께 퀸스 갬빗에 등장한 주인공의 의상 및 액세서리를 온라인에서 360도로 관람할 수 있다. 가상 전시회 사이트에 방문하면 실제 박물관에 온듯 드라마 속 베스의 의상 14벌이 마네킹에 입혀져 전시돼 있다. 궁금한 의상을 클릭하면 제작에 사용된 소재부터, 해당 의상을 만든 재단사 등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다. 극 중에서 주인공 베스가 해당 옷을 입고 나온 장면을 볼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브루클린 박물관과 함께 퀸스 갬빗 의상을 온라인 상에 전시했다. 사진 더퀸스앤더크라운 홈페이지 캡처

브루클린 박물관과 함께 퀸스 갬빗 의상을 온라인 상에 전시했다. 사진 더퀸스앤더크라운 홈페이지 캡처

 
무엇보다 해당 의상이 당시 어떤 디자이너의 룩을 참고한 것인지, 패션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스타일인지 등이 설명돼 있다. 단지 드라마 속 캐릭터 를 위한 소품 이상, 별도의 콘텐츠로 드라마 속 패션을 활용한 좋은 예다. 이왕 공들여 제작한 드라마 속 의상들을 콘텐츠로 한 번 더 소비하게 하는 영민한 행보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전시회라는 점도 흥미롭다. 이런 식의 온라인 의상 전시회는 미래의 드라마 PPL을 보다 고도화된 홍보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퀸스 갬빗과 더 크라운의 가상 의상 전시회는 내달 13일까지 계속된다. 
총 14벌의 의상이 전시됐고, 각 의상을 클릭하면 해당 의상이 등장한 장면부터 당시 스타일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다. 사진 더퀸스앤더크라운 홈페이지 캡처

총 14벌의 의상이 전시됐고, 각 의상을 클릭하면 해당 의상이 등장한 장면부터 당시 스타일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다. 사진 더퀸스앤더크라운 홈페이지 캡처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