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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동 행보 가속화…국민의힘, 좌측 깜박이 속셈은?

중앙선데이 2020.11.14 05:00 711호 11면 지면보기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칸막이가 설치된 자리에 앉고 있다. [뉴시스]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칸막이가 설치된 자리에 앉고 있다. [뉴시스]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이 최근 친노동 메시지를 전방위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5개월가량 남긴 11월 들어 당 차원의 전략적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그 배경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태일 50주기 토론회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앞두고
김종인 ‘약자와 동행’ 확장 전략

소속 의원들 ‘정체성 희석’ 불만
중대재해법 등 입법은 미지수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은 13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당 정치문화 플랫폼인 하우스(how’s)와 함께 전태일 50주기 토론회를 열었다. 김 의원은 “보수는 무엇보다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선 공감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게 없어졌다”며 “전태일 열사는 본인이 힘든 상황에서도 어린 여공 편에 섰다. 그게 공감 능력이자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원희룡 제주지사도 “전태일 열사가 저에게는 스승이었다”며 “그가 살아 있었다면 단순히 노조 내부 문제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핵심 과제들에 집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기리며’(황규환 부대변인)라는 제목의 논평이 나왔다. “우리가 일을 하면서 사람임을 자각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덕분”이란 내용이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지난 12일 “우리 헌법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근로 조건을 뒤늦게 규정한 것은 전태일을 비롯한 노동운동가들의 희생 덕분”이라며 “헌법에 명시된 노동정신을 지키는 데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잇따라 제기되는 이 같은 친노동 메시지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월 천명한 ‘약자와의 동행’과도 맥이 닿아 있다. ‘보수정당=대기업·부자편’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김 위원장의 구상이 차츰 공감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웅·허은아 등 소장파 의원들이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찾아가 위로하는 등 스킨십도 잦아졌다. 다만 그동안엔 당 차원의 차별화된 입법 전략이 부재하다 보니 한계 역시 뚜렷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변곡점을 맞은 건 11월을 전후해서다. 이때부터 당 차원의 전략적인 친노동 행보가 관찰되기 시작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지난달 30일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국회로 초청해 대담하는 자리를 마련한 데 이어 지난 10일에도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를 초청해 최근 정치권 현안을 부상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과 관련한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당 지도부 역시 “산업 안전은 정파 간에 대립할 문제가 아니다”(김종인 비대위원장)거나 “너무 늦었다. 판사 시절 산재 사건에 대해 문제의식을 많이 갖고 있었고 국회 환노위에서도 이런 문제를 주장했는데 입법까지 연결하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았다”(주호영 원내대표) 며 중대재해법 통과에 협력할 뜻을 내비쳤다. 오히려 노동계와 더 가까운 더불어민주당이 “당 정책위 차원에서 좀 더 논의해 보겠다”(이낙연 대표)며 머뭇거리는 이례적 상황도 연출됐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5개월 남긴 시점에 친노동 전략이 이처럼 구체화되면서 당 내부에선 “김종인 체제의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중도 확장 전략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우리 당이 약자를 배려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공동체주의’ 가치를 어느 순간 상실하면서 오른쪽으로 밀려나게 됐고, 그 구역을 더불어민주당이 대신 차지하게 됐다”며 “이젠 그곳으로 다시 들어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근 이어진 당 차원의 친노동 움직임도 “잃어버린 가치를 복원하는 차원”의 전략적 행보라는 설명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이 같은 친노동 동력을 최종적으로 입법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장 국민의힘 내부 보수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의 정체성을 희석시킨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영남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당 지지율은 정체 상태인데 김종인식 경제민주화 행보가 대체 뭘 지향하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게 당내 많은 의원들의 목소리”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반대로 “중대재해법 제정이 간단찮은 문제지만 안전 이슈에 관한 한 입법 논의에 적극 임해야 한다”(김기현 의원)며 지도부 입장에 힘을 싣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도부의 방향에 반대하는 의견이 상당히 잠재돼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당 내부 불만을 잠재우고 동력을 확보하는 게 지도부의 최대 숙제”라고 말했다.
 
여권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아무리 활발히 움직여도 그동안의 선례에 비춰볼 때 당 소속 의원들이 법안 심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확률은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노동 입법에 대한 국민의힘의 진정성이 개별 법안 심사에서도 나타날지 의문”이라며 “지금까지 행동으로 나타나는 건 항상 정반대 아니었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중대재해법과 관련해서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구체적인 법안 내용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 현역 의원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진정으로 개혁보수를 지향한다면 국회 내 관련 상임위에서도 노동자 보호 입법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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