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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마다 6800원 기부영수증···1400가구 마음 녹인 김장김치

중앙일보 2020.11.14 05:00
강원 춘천시 후평동에 사는 연제철(63·사진 왼쪽)씨가 지난 10일 가족과 직접 담근 배추김치 15㎏을 후평3동행정복지센터에 기부한 모습. 사진 연제철씨 제공

강원 춘천시 후평동에 사는 연제철(63·사진 왼쪽)씨가 지난 10일 가족과 직접 담근 배추김치 15㎏을 후평3동행정복지센터에 기부한 모습. 사진 연제철씨 제공

“집에서 가족과 함께 담근 김치를 나누는 마음들이 널리 퍼졌으면 합니다.”
 강원 춘천시 후평동에 사는 연제철(63)씨는 지난 10일 직접 담근 배추김치 15㎏을 후평3동행정복지센터에 기부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김치 담그기 행사가 줄줄이 취소돼 저소득층 가구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춘천서 가정마다 김치 담가 기부하는 캠페인 확산
대규모 김치 담그기 행사 줄면서 새로 생긴 캠페인
연탄기부도 대면 최소화…1~2명이 400~500장 전달

 
 연씨는 이달 초 가족들에게 평소보다 김치를 더 담가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자고 제안했다. 김장을 위해 지난 8일 모인 가족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40㎏을 담근 뒤 이 중 15㎏을 기부했다. 연씨는 “올해 고추와 마늘 등 김장 부재료 가격이 크게 올라 저소득층 가정은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치 담그기 행사가 많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돼 김치를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규모 김치 담그기 행사 대신 소규모 나눔 캠페인은 확산하고 있다. 김경애(50ㆍ여)씨도 지난 7일 가족들과 김장을 한 뒤 춘천시 조운동행정복지센터에 총각김치 5㎏을 전달했다. 조운동행정복지센터는 지난 11일 오후 그동안 기부받은 김치 40상자를 독거노인 등 지역 저소득층 가정에 전달했다. 김씨는 “집에서 먹을 김치를 담그면서 조금 더 많은 양을 해 나눈 것뿐인데 마음이 따뜻해졌다”며 “곧 배추김치도 담글 예정이라 추가로 더 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춘천시 ‘김장 더하고 나누기 캠페인’

강원 춘천시 조운동 사회복지 봉사단이 지난 11일 저소득층 가정에 김치를 전달하기 위해 김장을 하는 모습. 사진 조운동행정복지센터

강원 춘천시 조운동 사회복지 봉사단이 지난 11일 저소득층 가정에 김치를 전달하기 위해 김장을 하는 모습. 사진 조운동행정복지센터

 
 이처럼 소규모 나눔 캠페인이 확산하고 있는 건 춘천시가 지난 5일부터 추진 중인 ‘김장 더하고 나누기 캠페인’ 덕분이다. 춘천시는 그동안 각종 단체의 도움으로 저소득층 1만 가구에 김치를 전달해왔는데 올해는 김치 담그기 행사가 없어 고심하다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이 캠페인은 가정에서 김장을 하면서 2∼3포기가량 더 담가 인근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하면 된다. 
 
 기부자에게는 김장 1㎏당 6800원의 기부영수증이 발급된다. 김치를 받은 행정복지센터는 1인 가구에 5㎏, 2인 가구 이상엔 10㎏을 나눠준다. 현재까지 기부된 김치는 9380㎏으로 1407가구에 전달됐다.
 
 한현주 춘천시 복지국장은 “이번 김장 더하고 나누기 행사는 시민 모두가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참여 캠페인으로 마련했다”며 “행사를 통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따뜻한 정을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탄 나누기 행사도 소규로 분산…배달 인원 최소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직원이 연탄 나눔 행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의 체온을 체크하는 모습. 사진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직원이 연탄 나눔 행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의 체온을 체크하는 모습. 사진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이와 함께 연탄 나누기 행사도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소규모로 분산해 진행하고 있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이하 연탄은행)은 지난 12일 원주시 문막읍 4가구에 각 100장씩 총 400장의 연탄을 전달했다. 배달은 연탄은행 직원과 자원봉사자 2명이 했다. 앞서 횡성군 읍상리 4가구에 각 100장, 원주시 호저면 4가구에 각 100장 역시 직원과 자원봉사자 2명이 1.5t 트럭을 타고 가 전달했다.
 
 연탄은행이 이처럼 배달 인원을 최소화하는 건 연탄 사용 가구 구성원 대부분이 고령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단체 봉사의 경우도 10명 단위로 팀을 꾸린 뒤 방문 가정을 지정해 대면 인원을 최소화하고 있다.
 
 연탄은행 허기복(63) 대표는 “고령 어르신들의 경우 코로나19 위험에 노출되면 안 되기 때문에 인원을 최소화해 전달하고 있다”며 “보통 400~500장을 홀로 또는 둘이서 전달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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