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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코로나 백신 확보, 우물쭈물할 때 아니다

중앙선데이 2020.11.14 00:21 711호 30면 지면보기
코로나19가 초래한 팬데믹 재앙의 터널은 아직 끝을 알 수 없다. 중국 우한에서 지난해 12월 31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지난 8일 지구촌 누적 확진자는 5000만명을 돌파했다. 누적 사망자도 130만명에 이른다.
 

화이자 백신 “90% 예방 효과” 깜짝 발표
미국·유럽연합·일본 등 선구매 계약 경쟁
신속한 백신 확보로 국민 안심시켜 줘야

한국에서는 1월 20일 이후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3만명과 5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기존 세 단계에서 다섯 단계로 세분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지난 7일 시행한 이후 일주일간 평균 확진자 수는 109명을 기록했다.
 
특히 진보 단체의 주말 대규모 집회를 하루 앞둔 어제 확진자가 191명이 나오면서 방역에 비상등이 켜졌는데도 정부의 대응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지금보다는 상황이 덜 위급했던 10월 초에 경찰 차벽까지 동원해 보수 단체 집회를 틀어막았던 정부가 이번에는 자제 요청만 할 뿐이어서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외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가운데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3상 실험 중간결과 발표 소식은 78억 인류에게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렸다. 90%의 예방 효과를 확인한 화이자 측은 이달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FDA가 승인하면 연말에 우선 2500만명분을 제조하고, 내년에 세계 인구의 8%(약 6억명) 이상 접종이 가능할 것이란 장밋빛 기대도 있다. 물론 신중론도 적지 않다. 화이자 백신 접종자 중에 중환자가 없었기에 사망률이 높은 기저 질환자에 대한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다. 부작용에 대한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되더라도 생산·구매·유통·접종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국에서는 내년 하반기에나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업체들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글로벌 업체들의 경우 임상 3상에 진입한 후보 백신이 이미 11종이나 된다. 그만큼 백신의 성공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해외에서 개발한 백신의 물량 확보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화이자 백신의 경우 주요국들이 발 빠르게 선구매 계약을 맺었다. 실제로 가장 앞선 화이자 백신이 연내 시판될 경우 내년까지 공급 가능한 물량은 13억 5000만 회분(1명당 2회 접종)인데 90%인 12억 회분가량을 미국(6억 회분)·유럽연합(3억 회분)·일본(1억2000만 회분) 등이 선구매 한 상태다. 백신을 자체 개발 중인 중국·러시아 등을 빼면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은 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존슨앤드존슨 등 다른 제약사들과도 선구매 계약을 맺어 수급 위험을 분산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는 어떤 제약사와도 백신 선구매 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라 자칫 백신 확보에 차질이 우려된다. 우물쭈물하다 백신 확보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백신 선점 경쟁에서 밀린다는 비판이 나오자 정부는 그제 ‘코로나19 백신 도입 자문위원회’를 처음 열었다. 정부 당국자는 “여러 업체를 접촉하고 있다”면서 “(국민 60%가 접종 가능한 물량을 목표로) 충분한 양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당국자는 국민의 20%에 해당하는 물량을 실질적으로 확보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 업체와 계약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COVAX)를 통해 1000만명분, 개별 글로벌 제약사를 통해 2000만명분 등 모두 3000만명분을 확보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특정 업체 백신 구매 결정은 아직 없는 상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국민은 심신이 지치고 피폐해져 있다. 백신을 맹신하거나 섣부른 낙관론에 빠지는 것은 물론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백신이든 치료제든 국내에서 자체 개발이 어렵다면 신속한 해외 구매 계약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안심시켜주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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