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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노사 갈등 이중고…진퇴양난 빠진 자동차 ‘3약’

중앙선데이 2020.11.14 00:20 711호 14면 지면보기
한국지엠 노조가 부분파업에 들어간 지난달 30일 인천 부평구 청천동 한국지엠 부평2공장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사측은 부분파업 돌입에 투자 보류를 선언했다. [뉴시스]

한국지엠 노조가 부분파업에 들어간 지난달 30일 인천 부평구 청천동 한국지엠 부평2공장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사측은 부분파업 돌입에 투자 보류를 선언했다. [뉴시스]

현대·기아차에 이은 국내 3위 자동차 기업 한국지엠은 지난 6일 인천 부평공장에 대한 1억9000만 달러(약 2130억원) 규모의 투자비 집행을 보류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지엠은 본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의 차세대 글로벌 신제품 개발 계획에 따라 이 같은 금액을 투자하기로 정했었다. 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오는 2023년 부평공장에서 생산한다는 목표였다.
 

올해 3사 판매량 급감
한국지엠, 노조 파업에 투자 보류
르노삼성도 위탁생산 물량 줄어
쌍용차, 차입금 상환 압박에 허덕
노사 관계 개선법 찾는 게 급선무

사측이 투자 보류를 선언한 이유는 최근 노조가 부분파업에 돌입해서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7월부터 20여 차례 교섭했지만 임금 인상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른 생산 차질과 유동성 위기 등을 고려해 2년에 한번 임금단체협상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이후 노조는 지난달 23일부터 특근과 잔업을 거부하는 한편, 1·2교대 근로자들이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사측의 투자 보류 선언 직후인 11~13일에도 노조는 부분파업과 잔업·특근 거부 등 강경 대응을 이어갔다.
  
르노삼성 4년만에 매출 최저치 기록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 등 국내 자동차 ‘3약’ 회사가 시련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차량 판매에 큰 타격을 입은 데다 노사 관계 등에서도 꼬이면서 진퇴양난에 처했다. 한국지엠은 부평 2공장의 폐쇄와 구조조정 우려마저 낳고 있다. 노조는 부평 2공장에 2022년 이후에도 신차 물량을 배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이에 대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330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최근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28.2% 감소한 16만6038대의 차량을 판매하는 데 머물렀다.
 
자동차 실적

자동차 실적

4위인 르노삼성은 지난해 매출이 4조6777억원으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엔 전년 동기보다 21.2% 감소한 6만7666대의 차량을 판매하는 데 그쳤다. 특히 수출 실적이 1만2424대로 전년 동기 대비 3사 중 가장 큰 폭으로 감소(-74.8%)했다. 르노삼성 역시 노조의 잦은 파업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 닛산은 SUV ‘로그’ 생산을 르노삼성 국내 공장에 위탁한 바 있다. 그러면서 당초 지난해 약 10만대 생산을 맡길 예정이었지만 르노삼성 노조가 파업을 이어가면서 공급 차질을 빚자 위탁 물량을 40% 줄였다. 이후 로그 수탁 계약이 끝나면서 유럽의 르노 본사마저 생산 물량을 배정하지 않자 수출 실적이 급감했다.
 
지난 9일 르노삼성의 제5대 노조위원장 선거에서도 강경파인 박종규 현 위원장이 당선, 연임에 성공해 추가 파업이 우려된다. 르노삼성의 올해 임단협은 지난 9월 이후 교착 상태다. 르노삼성 노조는 이달 말까지는 주간 생산조만 근무하고 야간 근무는 하지 않기로 했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은 수출 물량 급감 등의 여파로 9월부터 일시 휴업과 재가동 등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곧 유럽으로 수출되는 신차 ‘XM3’ 일감이 있긴 하지만 이대로라면 구조조정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5위 쌍용차도 현재와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쌍용차는 앞서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지난 4월 추가 투자는 없다며 새로운 투자자를 찾으라고 선언했다. 마힌드라는 2011년 쌍용차 인수 이후 2016년 한 해를 제외한 모든 해에 적자가 났고, 올해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쌍용차는 투자 유치가 여의치 않은 가운데 1조64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올 상반기 기준) 상환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쌍용차는 올 3분기에도 영업손실 932억원으로 15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였다.
 
전문가들은 위기의 이들 3사가 살아나야 국내 자동차 산업, 나아가 소비자들이 타격을 입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올 상반기 현대차그룹의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국내 5사 자동차 판매량은 국내외 총 303만3766대로 코로나19 여파로 전년 동기보다 21.5%나 감소했다. 이 가운데 현대·기아차 판매량이 총 275만675대로 전체의 90%에 달했다. 내수 시장만 놓고 봐도 80만89대의 5사 판매량 중 현대·기아차만 82.9%를 차지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특정 자동차 기업 점유율이 80% 이상인 곳은 한국뿐”이라며 “소비자 선택의 폭이 좁은 상황이 심화될수록 소비자 권익 저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고질적인 노사 갈등 해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특히 연례행사처럼 나오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철수설은 외국 자본으로 움직이는 이들 기업이 결국 실적을 못 내면 (쌍용차처럼) 손을 놓을 타이밍만 재고 있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면 철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을 노조가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사 모두 상생이 우선 접근법 가질 때
 
갈등의 모든 책임이 노조에 있어서가 아니라, 코로나19로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진 기업들의 상황을 고려해서 ‘상생이 우선’이라는 접근법을 가질 때라는 얘기다. 물론 사측도 이에 맞게 노조에 투명한 비전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지엠 등은 오랜 기간 국내 시장에서 성장을 지향하기보다는 소극적인 전략을 취해 노조가 불안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를 대표하는 강성 노조인 현대차 노조의 경우 지난해 말 온건파인 이상수 노조위원장이 당선되고 올해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사측과 화합하는 분위기로 돌아선 것도 시사점을 준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11년 만의 임금 동결에 동의하는 등 코로나19에 따른 타격 최소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차 사측은 노조 의견을 청취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전을 제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30일 노조 관계자들과 만나 “전기차 시대의 신(新)사업 방안에 대한 노조의 생각을 존중한다”며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조에서 사측이 울산 공장에 집중 투자해 전기차 부문을 강화할 것을 건의하자 총수가 직접 이를 수용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최장 주행, 가격 저렴, 첫 준중형 SUV…전기차로 반전 노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3약으로 꼽히는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는 전기차를 위기 극복의 히든카드로 보고 최근 사업 강화에 힘쓰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미래엔 대세가 되겠지만, 당장은 돈이 안 되는 사업’이라는 인식에 적극적이진 않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북미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질주하면서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올해부터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를 도입해 이를 지키지 않은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기로 하는 등 전기차 사업을 둘러싼 환경도 한층 우호적으로 급변했다. 국내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한국지엠은 지난 6월 ‘2020 쉐보레 볼트 EV’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전기차 공략 강화에 나섰다. 한번 충전에 최장 414㎞ 주행이 가능해 기존 쉐보레 볼트 EV보다 31㎞ 더 달릴 수 있는 전기차로 화제를 모았다. 이는 국내 자동차 기업이 판매하는 소형 전기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다. 르노삼성은 8월 소형 전기차 ‘조에’를 국내 출시하면서 맞불을 놨다. 조에는 르노의 스테디셀러로, 올 상반기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 1위(약 3만8000대)를 기록했다. 1회 완충 후 최장 309㎞ 주행이 가능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모았다.
 
쌍용차도 내년 상반기에 이 회사의 첫 전기차인 ‘E100’을 국내에 내놓으면서 경쟁에 가세할 예정이다. 지난 7월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E100은 국내 전기차 시장 첫 준중형 SUV 형태로 등장할 예정이다. 경량화와 무게 중심의 최적화를 위해 쌍용차 최초로 알루미늄 후드(엔진룸 덮개)를 적용하는 등 공을 들여 개발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 1~7월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약 2만5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19%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 수출 역시 86% 급증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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