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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 숲속 『월든』 같은 이야기

중앙선데이 2020.11.14 00:20 711호 20면 지면보기
숲에서 숲으로

숲에서 숲으로

숲에서 숲으로
김담 지음
아마존의 나비
 
1854년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쓴 『월든』은 자연주의의 고전이다. 월든 호숫가 오두막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에 대한 철학을 담았는데 호수 표면의 잔잔한 움직임에도 삶의 기쁨을 느낄 정도로 자연과 깊이 교감했다.
 
신간은 말하자면 『월든』 같은 책이다. 김담 작가는 고향인 강원도 고성의 숲과 생명, 사람들의 얘기를 담았다. 저자는 가슴 속에 거대한 자연을 품고, 사람들도 따뜻하게 바라본다. “아낌없이 주는 숲에 대한 헌사이자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 또한 숲의 상처에 대한 반성문.” 이런 홍보 문구가 어울린다.
 
작가는 숲을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그 속에 아무렇게나 자라는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를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책을 통해 시골에서 키우는 애완견부터 겨울이면 마을로 내려오는 멧돼지, 전설처럼 소문으로만 듣던 흰꼬리수리까지 다양한 동물을 만날 수 있다. 각 동물에 대한 시각이 독특하다. 저자는 수리부엉이의 귀깃을 쓰다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식물도감을 보는 것처럼 수많은 나무, 꽃도 등장한다. 한국에 이렇게 많은 종이 살고 있는지 놀랄 정도다. 이런 식이다.
 
“검은등뻐꾸기와 휘파람새가 돌림 노래를 하듯 울고 있는 동안 산 기스락에는 초롱꽃이 피었으며 줄딸기와 뽕오디가 익고 있었다.”
 
자연만이 아니다.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자연과 버무려 살려냈다. 한 페이지에서도 여러 번 생경한 단어들을 만나게 된다. ‘느루먹다’는 양식을 절약하여 예정보다 더 오래 먹다라는 뜻이다. ‘째푸리다’는 날씨가 음산하게 흐려진다는 ‘찌푸리다’와 비슷한 말이다. 덤부렁듬쑥(수풀이 우거져 그윽한 모양), 사위스럽다(마음에 불길한 느낌이 들고 꺼림칙하다) 등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나온다. 책은 지적 호기심이 많은 독자에게는 재미있는 퍼즐이 될 것이다.
 
저자 김담은 강원 고성 출신으로 귀향해 숲과 생명,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글을 쓴다. 2018~2020년 강원고성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다듬었다. 산문집 『숲의 인문학』, 『윈드 오브 체인지』 등을 냈다. 장편소설 『기울어진 식탁』으로 2017년 김만중 문학상을 탔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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