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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 과학적 검증에 10여 년…‘무적의 갑옷’ 되기엔 먼 길

중앙선데이 2020.11.14 00:02 711호 2면 지면보기

화이자 코로나 백신 ‘산 넘어 산’

12일(현지시간) 미국 LA의 코로나 진단 검사장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예약증을 보여달라’는 안내판을 들고 있다. [LA AF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미국 LA의 코로나 진단 검사장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예약증을 보여달라’는 안내판을 들고 있다. [LA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는 와중에 백신 3상 임상시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마른하늘의 단비와 같다. 영화 ‘아웃브레이크’나 ‘컨테이젼’처럼 불굴의 투지로 완성해낸 백신일 테니 말이다. 이제는 백신 3상 임상시험에서 성공했으니 곧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찬 뉴스가 눈에 띈다.
 

엄격 통제 조건서 백신 효과 입증
일반인 대상 안전성 확보 중요

백신 미접종자도 예방 효과 봐
마스크·거리두기는 여전히 유효

그러나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아직 해결할 숙제가 많다. 화이자에서 발표한 3상 임상시험의 성공은 엄격하게 통제된 조건에서 효과를 입증한 것일 뿐이다. 새로운 백신이 전 세계 70억 인류에게 무적의 갑옷과 같은 보호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백신이 개발돼 사람들에게 접종이 이뤄질 때까지는 십수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거쳐야 할 각종 과학적 검증을 통과해야 하고 백신의 합성과 생산 및 스케일업 단계도 지나야 한다. 백신에 대한 시장 상황도 있을 테니 실제 진료실에서 접종이 이뤄지기까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다수의 건강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예방접종의 안전성은 매우 중요하다. 대규모 접종 전에 반드시 면밀한 과학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를 건너뛰게 될 경우의 대가는 이미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1976년 1월 미국 하원과 당시 포드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 전국적인 돼지독감 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백신의 개발과 도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해 11월 무렵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 중 일부에게서 드문 진행성 신경계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이라는 이상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는 역학조사를 통해 이 특정 백신이 돼지독감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긴 하나 이상 반응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고 포드 대통령은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즉각 중단시켰다. 이 외에도 1998년 로타바이러스 백신이나 2002년 라임병 백신 사태에서도 우리 인류는 비슷한 경험을 겪은 바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수십만 혹은 수천만명의 기질적, 인종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대상이 되는 예방접종의 특성상 임상시험에서는 감지되지 않았던 이상 반응이 매우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도 백신 개발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여타 의약품과 달리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대규모 접종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인도에서 수행한 장티푸스 백신 4상 임상시험은 기존의 백신 임상에서 더 나아가 백신을 맞지 않은 이웃에게 미치는 예방 효과까지 측정했다. 그 결과 장티푸스 백신을 맞은 사람의 이웃에 사는 미접종자에게서 어느 정도의 예방 효과가 관찰됐다. 백신 접종자 덕에 전염이 중간에 차단된 것이다. 이는 예방접종의 긍정적 외부효과라 할 수 있다.  
 
더 큰 규모의 외부효과의 한 예로 천연두 박멸이 있다. 1977년을 마지막으로 지구 위에서 자취를 감춘 천연두는 더는 의학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질병이 됐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천연두 박멸 프로그램은 장티푸스 백신의 사례처럼 유행지역 주변을 둘러쌓는 면역장벽을 통해 유행지역뿐 아니라 후세대까지 예방접종을 받지 않아도 되는 천연두 박멸을 끌어낸 사례로 꼽힌다.
 
코로나19 백신의 개발과 사용은 제약과 바이오를 넘어 보건과 사회의 문제다. 하루가 멀다고 각국의 백신 개발 상황을 중계하는 것은 코로나19 예방접종이 보건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과 드물게 나타날 수 있는 이상 반응의 위험 간의 균형을 깨뜨린다. 또 백신의 사회적 자원으로써 공정한 배분에 대한 논의를 건너뛰게 한다. 마치 다음주에 예정된 놀이동산에 들떠서 내일까지 해야 할 숙제를 잊은 것과 같은 모습이다.  
 
코로나19 백신이 접종 후 얼마나 오랫동안 효과가 지속할까, 노인과 소아에서는 효과가 어떨까. 모두 앞으로 반년 내 과학과 사회가 답해야 할 문제들이다. 그 전까지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 물리적 거리두기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최영준 한림대 사회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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