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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폰카, ‘카메라 시대의 종말’을 부르다

중앙일보 2020.11.14 00:02
아이폰12엔 라이다센서·인공지능 탑재... 스마트폰은 전화·앱 갖춘 카메라?
3개의 후면 카메라에 라이다 센서가 추가된 아이폰12의 카메라 / 사진:애플

3개의 후면 카메라에 라이다 센서가 추가된 아이폰12의 카메라 / 사진:애플

범용 IT기기 스마트폰은 틈만 나면 특화된 전용기기를 대체한다. 얼마 전 닌텐도 3DS가 단종되었다. 전용 게임기기의 시대가 막을 내린 순간이었다. 다음 제물은 무엇이 될까. 어쩌면 ‘카메라 시대의 종말’일지도 모르겠다.

김국현의 IT 사회학

 
최근 공개된 아이폰12, 그중에서도 프로 모델을 보면서 카메라의 여명을 생각하게 됐다. 애플 마케팅은 ‘프로’를 애용한다. 실상은 그저 고급 모델이나 상위 트림의 동의어일 수도 있지만, 그 상품의 소유자가 프로가 쓰는, 프로나 가질만한 물건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1에서는 OLED 탑재품이 프로라고 여겨졌지만, 12에서는 전 기종이 OLED가 됐다.
 
그렇다면 프로는 어디가 다를까. 아이폰의 ‘프로’라는 의미는 바로 카메라였다. 아이폰12 온라인 발표회는 아무리 봐도 카메라 출시 이벤트 같아 보였다. 프로 모델 설명 시간의 반 이상을 카메라에 할당했다.
 

라이다 센서까지 탑재한 아이폰12 카메라

아이폰11에서도 프로에는 3개의 후면 카메라가 3구 인덕션처럼 달려 있었다. 아이폰12에서는 3개의 후면 카메라에 라이다(LiDAR) 센서가 추가되어 이제 눈이 4개가 되었다. 자율주행 차량에 탑재된다던 바로 그 센서다. 이제 깊이를 정확히 측량하고, 시야를 3차원으로 재구성할 수 있게 된다.
 
장기적으로 라이다의 용처는 증강현실(AR)을 생각할 수 있지만, 당장 피사체의 초점을 칼같이 정확히 산출해낼 수 있게 되니 카메라 기능으로서 쓸모가 많다. 레이저를 뱉어내고 그 반사로 측정하다 보니 어두운 곳에서도 강하다. 라이다를 탑재한 자율주행 차량이 헤드라이트를 끄고도 야간 자율주행이 가능한 이유다.
 
라이다 덕에 어두운 곳에서 오토포커스가 최대 6배 빨라진다. 나이트 모드에서 인물 촬영은 라이다 스캐너의 도움을 받아 어두운 배경의 빛을 살려내면서도 자연스럽게 초점을 흩트린 보케(bokeh, 빛망울이란 뜻) 사진을 찍어낸다.
 
‘이제 디카의 시대는 끝났구나’라고 느끼게 된 계기는 이처럼 일반 카메라에는 없는 개념이 옆에서 훅 치고 들어오는 순간이 연속적으로 나타날 때다. 라이다도 좋은 예지만 인공지능도 그중 하나였다.
 
이미 구글과 애플의 카메라 앱은 이미 수년 전부터 딥러닝 인공지능을 활용해 현실을 포착하고 있다. 지난해 등장한 아이폰의 딥 퓨전(Deep Fusion) 기술은 셔터를 누르기 직전에 이미 여러 장의 사진을 노출을 짧게 하여 찍어 둔다. 셔터를 누른 순간에는 긴 노출의 사진을 찍어 총 9장의 사진을 재료로 준비한다. 이제 이들 수천만 개의 픽셀을 인공 지능으로 분석한 뒤, 가장 아름다운 사진을 위해 필요한 정보만을 합성하여 베스트 샷을 뽑아낸다.
 
셔터를 누른다는 행동은 미러를 올리고 셔터 막을 열어 필름에 빛을 받아들이는 지극히 물리적인 행위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셔터란 시간과 함께 흐르고 있는 상을 이미 계산하던 기계에 ‘이제 그만 마무리하자’고 알리는 신호다. 우리는 그냥 셔터를 누르고 있지만 이미 그 순간 이전부터 기계는 여러 프레임을 찍은 후 수많은 픽셀을 하나하나 계산 처리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사용자 모르게 벌어진다.
 
첨단 민생용 카메라, 즉 미러리스나 DSLR의 광학 기술을 폰카 렌즈의 작은 구멍과 협소한 이미지 센서가 이길 리가 없었다. 광학과 물리학의 한계다. 하지만 만약 여전히 이기기 힘든 부분, 모자란 부분을 소프트웨어로 흉내 낼 수 있다면 어떨까. 응당 그랬어야만 할 완성도 높은 사진을 인공지능이 도와준다면 어떨까. 과연 그것은 진실의 상일까 허상일까. 아니 애초에 사진은 진실일까.
 
아이폰12에 탑재된 5나노미터 최첨단 공정의 A14 바이오닉 칩은 크게 4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연산과 그래픽을 맡는 CPU와 GPU라는 일반적 두 영역 이외에 딥러닝 인공지능 전용의 뉴럴 엔진이 대폭 강화되어 평수를 넓혔다.
 
그리고 마지막 한 구역은 이미지 프로세싱 등 애플이 내부적으로 활용하는 전용 구역이다. 이 부분에 대한 상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뉴럴엔진과 GPU는 물론 이미지 프로세싱까지 사실상 칩 혁신의 반 이상이 카메라와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애플은 인공지능이 아무리 완벽한 ‘뽀샵질(디지털 보정)’을 해줘도 그것만으로 프로의 카메라를 대체할 수는 없음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렇다면 조금 더 물리적으로 프로의 카메라를 닮아보기로 한다. 특히 아이폰 프로 맥스는 일반 프로 라인업보다 더욱 카메라를 의식했다. 소프트웨어가 AI로 강화되는 사이 하드웨어도 점점 미러리스나 DSLR이 걸었던 길을 다시 걷고 있었다.
 

AI의 보정 다음은 하드웨어 맞대결

광각 카메라에는 더 큰 대형 센서가 탑재되었다. 다른 아이폰12보다 47%나 더 크다. 센서 시프트(sensor-shift)식 손떨림 방지도 들어왔다. 광학 및 전자식 손떨림 방지와는 확실히 차별적인 센서 시프트는 고급 DSLR의 전유물이었다. 촬영자가 움직이거나 뛰어도 최선을 다해서 센서의 축을 교정한다. 망원 렌즈도 2.5배로 강화되었다.
 
유튜브 시대, 작금의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의 최대 과제는 동영상이었다. 이제 폰카가 4K를 초당 60매로 찍는다. 돌비 비전 HDR의 60fps로 촬영 및 처리가 가능해졌다. 10비트 비디오 녹화가 가능하다.
 
디지털카메라 애호가들이라면 JPG 대신 RAW로 촬영하곤 한다. 나름의 이미지 프로세서로 후보정을 거친 JPG가 아닌 센서에서 바로 들어온 거의 날 것 그대로인 RAW가 편집 시에 더 제어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망한 사진이라도 RAW라면 노출이나 발색 등을 조정할 수 있으니 포토샵에서 어떻게든 살려볼 수 있다. 살릴 수 있는 정보가 그 원본에는 들어 있기 때문이다.
 
RAW 포맷은 아이폰을 포함한 스마트폰에서도 이미 수년 전부터 지원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ProRAW 포맷이 등장했다. 렌즈도 센서도 빈약한 폰카에서 센서에서 받아들인 그대로를 기록한 RAW란 너무 밋밋한 무책임한 원본 포맷이긴 했다. 딥 퓨전처럼 AI와 함께 촬영하는 스마트폰 사진이기에 오히려 많은 정보를 ProRAW로 수정 가능한 상태로 최대한 날 것으로 남길 수 있다. 사진 애호가들을 흥분하게 하는 일이다. 핸드폰이라기보다 전화도 되고 앱도 깔리는 카메라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 사진이란 찍는 것만큼이나 활용이 중요하다. 디카도 와이파이 전송 등 나름의 노력을 한다고는 하지만, 폰으로 찍어 바로 올리는 느낌을 이길 수 없다.
 
디카는 사양산업이 되고 있지만 온 세상은 카메라로 뒤덮이고 있는 역설이라니. 캐논과 니콘의 주가는 역대 최저가를 갱신중이다. 우리 주머니와 가방에 있던 모든 사물은 결국 스마트폰의 아이콘으로 탈바꿈할 신세일지 모르겠다.
 
※ 필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IT평론가다. IBM,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IT 자문 기업 에디토이를 설립해 대표로 있다. 정치·경제·사회가 당면한 변화를 주로 해설한다. 저서로 [IT레볼루션] [오프라인의 귀환]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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