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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트럼프의 불복, 바이든 아니라 민주주의 부정한 것"

중앙일보 2020.11.13 17:04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다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하고 나섰다. 대선 과정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적극 지원한 데 이어 이번엔 트럼프의 선거 불복을 맹비난했다. 회고록『약속의 땅(A Promised Land)』출간을 앞두고 CBS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사기' 주장은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7일 회고록 『약속의 땅』출간 예정
CBS 인터뷰서 트럼프 '선거사기' 주장 강력 비판
"흑인 대통령에 겁먹은 백인들이 트럼프 탄생시켜"

지난 2일(현지시간)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후보 지지연설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후보 지지연설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이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길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선거 사기' 주장을 밀어붙이는 것 같다"면서 "더 걱정되는 것은 사안을 잘 아는 공화당 관계자들이 그의 근거 없는 주장에 동조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곳은 위험한 길"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공화당 일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권한 내에서 부정행위 의혹을 살펴보고 법적 선택권을 검토할 수 있다"라며 소송전에 나선 트럼프를 두둔했다.
 

"흑인 대통령에 대한 두려움이 트럼프 탄생시켰다"

오는 17일 출간되는『약속의 땅』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6년 출간한 『아버지로부터 받은 꿈들(Dreams From My Father)』, 2008년의 『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에 이어 세 번째 발표하는 회고록이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처음 발표하는 이번 책에는 백악관에서 보낸 8년의 세월이 충실히 담겼다는 평가다. 
 
17일 발간되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 [AP=연합뉴스]

17일 발간되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 [AP=연합뉴스]

12일 원고를 입수해 보도한 CNN에 따르면 그는 이 책에서 첫 흑인 대통령의 탄생에 위협을 느낀 백인들의 두려움이 도널드 트럼프란 존재를 탄생시켰다고 봤다. 그는 "백악관에 있는 '나'라는 존재가 (백인들의) 저 안쪽의 공포, 자연스러운 질서가 방해받았다는 느낌을 촉발한 것 같았다"고 썼다.
 
그러면서 "내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그래서 위법한 대통령이라는 주장을 트럼프가 퍼뜨리기 시작할 때, 그는 '백악관의 흑인'에 겁먹은 수백만 미국인들의 마음을 잘 알았던 것 같다"면서 "트럼프가 그들의 우려에 대한 묘안을 약속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인사들 역시 정권 획득을 위해 이런 분위기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2008년 대선 당시 공화당 내 강경보수 세력 '티파티'의 지지를 기반으로 부통령 후보가 된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를 거론하면서 "페일린을 통해 공화당 주변을 맴돌던 외국인 혐오와 반(反)지성, 망상적 음모론, 흑인과 유색인종에 대한 반감이 중앙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해 제기했던 출생지 논란 역시 이런 시도가 과장된 버전으로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다른 정치인의 차이라면, 트럼프는 거리낌이 없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품위 있고 정직한 사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오른쪽)이 2012년 9월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함께한 모습.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는 바이든을 적극 지지했다.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오른쪽)이 2012년 9월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함께한 모습.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는 바이든을 적극 지지했다. [연합뉴스]

재임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서는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가 대통령으로 일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내가 너무 어리다고 걱정하는 이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조는 품위 있고 정직하고 충성스럽다는 나의 직감"이라며 "그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믿을 수는 존재였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은 과정을 높이 평가한 대목도 현재의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과 대조되며 눈길을 끌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정권인수 과정에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면서 "이것은 제도에 대한 존경 때문이거나 부친으로부터의 가르침 때문이거나 자신의 정권인수 과정에 대한 나쁜 기억 때문이거나, 아니면 그냥 기본적인 품위 때문일 수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같은 부시 대통령의 태도에 감명받아 "때가 되면 후임자에게 똑같이 해주자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적었다.
 

"스트레스로 흡연 장소 찾아다녔다" 

이 외에도 786쪽짜리 회고록에는 백악관의 업무 스트레스를 흡연으로 해결했던 일, 미셸 오바마 여사와의 결혼 생활 백악관에서의 일상까지 담아냈다.
2011년 오바마 전 대통령 가족이 미국 워싱턴의 한 교회를 나와 백악관으로 돌아가고 있다. 왼쪽부터 미셸 여사, 오바마 전 대통령, 딸 말리아, 사샤. [AP=연합뉴스]

2011년 오바마 전 대통령 가족이 미국 워싱턴의 한 교회를 나와 백악관으로 돌아가고 있다. 왼쪽부터 미셸 여사, 오바마 전 대통령, 딸 말리아, 사샤. [AP=연합뉴스]

대통령직이 주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하루에 8~10개비의 담배를 피웠으며, "저녁이 되면 흡연 장소를 신중하게 찾아다녔다"고 했다. 딸 말리아가 자신의 담배 냄새를 맡고 얼굴을 찌푸린 뒤에야 "니코틴 껌을 끊임없이 씹으며 담배를 끊었다"고 회상했다. 
 
앞서 미셸 여사가 2018년 발간한 회고록 『비커밍(becoming)』은 출간 1년 내 전 세계에서 1000만부 가까이 판매됐다. 오바마 부부는 『비커밍』과 이번 책의 선인세로 6500만 달러(약 725억원)를 받았다고 CNN은 전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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